브라질을 대표하고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슈퍼모델 지젤 번천
지젤 번천 닮은 아짐과 마의 버뮤다 삼각지대
포인트 우부항에서 입항 수속을 마치고 접안하자마자 순식간에 컨베이어로 쏟아붓는 숯덩이.
선창에서 숯 먼지가 엄청나게 올라온다.
갑판 당직자들은 눈만 빼꼼하고 하얀 안전모와 마스크, 스즈키 작업복이 검게 변해 마치 캄캄한 밤의 유령 같다.
‘HAPPY LATIN’ 호의 원색은 사라지고 흰색의 하우스 마린까지도 온통 검은색으로 변해갔다.
숯 먼지가 선내 에어컨으로 슬금슬금 들어와 덥지만 에어컨을 껐다.
숯 검댕 때문에 도저히 배에 있을 수가 없어서 상륙을 나가기로 했다.
그런데 포인트 우부항은 달랑 숯 공장과 전용 부두만 있는 정글 속의 오지다.
사람 사는 마을까지 가려면 차 타고 한 시간은 나가야 한단다.
당직이 아닌 1항사와 1기사와 함께 대리점 차를 타고 나가다가 검은 진흙 길에서 차가 빠졌다.
근처에 있던 불도저가 도와줘 진흙탕 길을 빠져나왔으나 그 바람에 차가 좀 찌그러졌다.
미안해서 어쩌나...
한 삼십 분쯤 비포장 편도 일 차선을 살살 가니 작은 간판이 달린 집 한 채가 덩그러니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일단 차를 세워 들어가 봤다.
와우~ 간단한 음식을 파는 간이 카페였다.
게다가 서빙하는 아짐이 지젤 번천 같이 키가 크고 미모의 글래머이시다.
입이 쩍 벌어진 1기사가 술이 고팠는지 맥주부터 주문했다.
입꼬리가 귀에 걸린 1항사님께서 여기 음식 맛있는 거 다 가지고 오라고 골든벨 울리듯이 호기 있게 말하고 지젤 아짐은 자기 옆에 앉으라 명했다.
조금 있으니 안에서 웃어서 아름다운 젊은 아가씨 세 명이 방긋하며 나타났다.
눈동자가 홱 돌아간 1항사는 지젤 아짐에 빨리빨리 음식 가지고 오라고 보채서 내보내고 싱그러운 웃는 모습이 예쁜 아가씨를 옆에 앉혔다.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호프와 옥수수를 발효해 만든 물 탄 맥주 같은 느낌이 나는 시원한 브라질 맥주를 박스로 갖고 오고 노란색의 걸쭉한 수프 타카가가 먼저 나왔다.
마니옥(카사바) 가루를 끓이면서 말린 새우와 고추 등을 넣어 톡 쏘는 매운맛을 내는 감칠맛 나는 브라질 수프이다.
이어 꼬치구이 슈하스코가 따라 나왔다.
고기에 채소를 끼워 숯불에 구운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른다는 브라질 대표 음식 중 하나이다.
포르투갈 사람이 아주 좋아한다는 대구 튀김도 나왔다.
레몬즙이 많이 들어갔는지 새콤하면서 맛있다.
한참 부어라 마셔라 먹고 있으니 우리나라 부대찌개 같은 서글픈 유래가 있다는 페이조아다가 대령했다.
페이조아다는 먹을 것이 부족했던 사탕수수밭의 흑인 노예들이 주인들이 먹지 않는 돼지 코, 귀나 꼬리 등을 냄비에 넣고 검은콩, 먹다 남은 햄, 소시지와 함께 푹푹 끓여서 여러 사람이 먹는 음식이었다.
요리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 음식은 워낙 칼로리가 높고 소화가 금방 안 돼 브라질 레스토랑에서 토요일 점심으로 먹는 요리로 자리 잡았다.
시간이 번쩍이는 번개같이 흘러 젊은 지젤 번천 같은 아가씨들과 행복한 육상에서의 시간을 뒤로하고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문 앞까지 나와 미소 반 눈물 반으로 바이바이 하는 이국의 아리따운 아가씨들과 아짐에 애처로운 포옹과 볼 키스를 하고 차에 탔다.
이제 이 아리따운 아가씨들을 언제 다시 보려나...
배로 돌아오니 부두 가로등과 배의 강렬한 백열등에 검은 먼지가 안개처럼 보인다.
브리지에 있던 캡틴과 기관장이 우리를 보고 반가워서 맥주 한잔 더하자고 해 모두 기관장 방으로 갔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이 얘기 저 얘기 하다가 기관장님이 물었다.
"조 국장님, 거 국장이 활동하는 카페에 항해일지를 올린다면서 누가 보긴 봐요?"
"에이, 잘 안 보죠. 아~ 바쁘게 팍팍 돌아가는 육상에서 뱃놈들 바다 이야기를 볼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내 대답에 안 선장님이 말했다.
"재미있게 쓰면 무슨 글이든 다 보게 돼 있어요. 뻥도 치고 웃겨야 하는데 재미있게 쓰질 못 하는 모양이구먼."
"그러게요. 그런데 우리 항해일지를 관심 있게 보는 분들이 몇 있긴 해요."
1항사가 '뭔데, 뭔데?' 하면서 급관심을 보였다.
"얼굴은 모르지만, 싱가포르 사셨던 종씨 한 분이 정성 들여 댓글을 쓰시면서 어렸을 때 영화로 봤다는 버뮤다 삼각지대에 관심을 두고 계시더라고요."
1기사도 우리 이야기를 들으며 '종씨라니?'라고 물었다.
"네, 닉네임이 조명 님이라고 절간 같은 곳에 사시나 봐요."
1항사가 웃으며 거들었다.
"뭔 종씨? 인터넷에서 얼굴도 이름도 모르고 아이디로만 소통하니까 친한 분 장례식에서 사달이 났다지. 봉투에 본명을 쓰자니 모를 테고 해서 닉네임을 적었는데 '내비도, 세부123, 벤허, 여행한사람' 이런 것은 애교로 봐줄 수 있는데 초상집에서 '저승사자, 마귀할멈' 같은 것은 웃기지도 않는 거지요."
버뮤다제도와 플로리다, 푸에르토리코를 잇는 삼각형의 해역을 버뮤다 삼각지대라고 말하는데 대항해시대부터 캐리비안 해적과 싸워 죽거나 각종 질병, 기아에 죽고 백골만 남은 유령선이 떠다닌다는 바다 전설이 있던 곳이다.
1945년 미 해군 항공대 1개 편대와 구조하러 간 비행기까지 감쪽같이 사라진 사고를 마이애미 헤럴드지 기자 에드워드 존스가 마의 삼각지대라고 보도하면서 본격적으로 유명해졌다.
그리고 특종에 목매는 기자들이 재미있게 각색하고 왜곡하면서 미스터리한 장소로 소문이 났다.
그 뒤로 유령이 나타났다, 벽에 걸어놓은 초상화가 순식간에 젊어졌다, 보이지 않는 힘에 사로잡혀 꼼짝 못 하다가 겨우 빠져나왔다는 등의 온갖 헛소문이 나왔다.
그때부터 많은 사람이 그곳이 4차원의 문이라는 이야기에서 UFO 해저 기지 설, 수수께끼 같은 해양 괴물 설까지 나오고 사라진 아틀란티스의 후손들이 해저에 산다는 억측에서 급기야 버뮤다 삼각지대 중심에 블랙홀이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해저에 메탄가스층이 있어서 지각이 불안정해질 때마다 가스가 대량으로 올라와 배가 침몰하고 비행기는 엔진 폭발로 추락한다는 설도 제기됐다.
그 밖에도 자기장 강도가 강해서 이 항로에만 가면 나침반이 맛이 간다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 해안경비대가 조사해보니 순전히 우연이라고 결론내렸다.
이쪽 항로로 비행기가 많이 다니고 선박도 많이 오가는데 연근해와 떨어져서 사고가 일어나도 금방 구조하거나 증거물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사고가 일어나도 증거를 찾기 어려우니 사고의 정확한 이유를 알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사고 다발 해역이나 상공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그런 지역이 대부분 해상, 항공교통의 요지라고 나왔다.
게다가 버뮤다 해역은 허리케인이 많이 발생하는 곳이어서 사고가 더 잦다.
이렇듯이 통행량이 많은 만큼 사고도 잦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 과대하게 포장된 것이다.
또 평범한 사건에 기레기들은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미스테리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따위의 엉터리 기사를 쓰는 경우도 많았다.
세계의 불가사의 편에는 버뮤다 삼각 지대가 마치 사실인 양 부풀려 실려있다.
사실, 예전에는 흥미 위주로 쓴 엉터리 책이 많았다.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어린아이들이 보면 사실처럼 믿기 좋게 되어있다.
지금도 이 좋은 세상에 버뮤다 삼각지대 부근에는 하루에 수천수만 대의 비행기나 배가 다니고 있다.
글쓴이도 카리브해나 버뮤다 삼각지대를 여러 번 지나다녔지만 별일 없었다.
나이 들어 방귀가 잦으면 건더기가 나올 수도 있는 게지.
Chuva(비), Mariza
모잠비크 출신으로 포르투갈에서 성장한 파두 가수
'은퇴 선원의 항해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픈 거북이 수프 이야기 (0) | 2019.10.24 |
---|---|
항해일지 중 선박 화재와 적도제 (0) | 2019.10.23 |
브라질 오지에 있는 숯 수출 항구 포인트 우부항과 왕매미 (0) | 2019.10.21 |
마리네로의 천국 브라질 비토리아항 (0) | 2019.10.20 |
은퇴 선원의 항해일지 중 고래와 창녀 (0) | 2019.1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