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선원의 항해일지

심해 생물과 북회귀선

부에노(조운엽) 2020. 7. 2. 08:21

 

 

심해 생물과 북회귀선

 

 

대서양 푸른 바다에서 'HAPPY LATIN' 호는 하얗게 물살을 가르며 지브롤터를 향해 간다.

후갑판에 나와 한바다를 쳐다보니 돌고래 떼가 우리 배와 경주라도 하듯 힘차게 헤엄치고 있다.

지구의 70%가 바다라는데 이 깊은 바닷속에는 무엇이 살고 있을지 항상 궁금하다.

 

깊은 바다에는 햇빛이 들지 않아 어둡고 물의 압력이 아주 높다.

심해 생물은 특수한 환경에 적응하여 살기에 특이한 생물이 많다.

심해에는 빛이 거의 없어 눈이 발달하거나 퇴화한 것, 눈에서 발광하는 것 등 다양한 어류가 산다고 한다.

그리고 수압이 높아 대부분의 심해 어류는 부레가 없단다.

 

심해는 땅 위에 사는 인간들이 상상할 수 없는 아주 가혹한 세계라고 한다.

햇빛은 수심 200m가 넘으면 거의 들어가지 못해 깊을수록 암흑천지이다.

햇빛이 없기에 광합성 하는 식물도 없고 물의 온도는 아주 차갑다.

수압은 10m당 1기압씩 증가하므로 1,000m 깊이에 이르면 1cm2당 100kg이라는 어마어마한 힘을 받게 된다.

게다가 광활한 공간에 사는 생물이 적어 먹잇감이 부족하다.

척박한 심해 환경에서 큰 축복은 고래가 죽어 가라앉는 것이라고 한다.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숨죽이고 살던 오만 심해 생물과 박테리아가 나타나 먹이 활동을 하고 족히 몇 년은 배 두드리며 살 수 있다고 한다.

 

심해 생물 대부분이 스스로 빛을 내는 능력이 있다.

이는 같은 종끼리 통신수단이기도 하지만 먹이를 유인하거나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데 쓰인다.

아귀 같은 어류는 길게 늘어진 촉수에서 빛을 내 찾아온 먹이를 잡아먹거나 암흑 속에 숨은 먹이를 찾아 묵고산다.

반대로 빛을 이용해 자신을 방어하는 생물도 있다.

공격을 받으면 갑자기 밝은 빛을 내 포식자를 놀라게 하거나 더 큰 포식자를 불러들이고 자신은 잽싸게 토껴 생명을 연장한다.

심해 오징어는 빛을 내는 액체를 내뿜어 적을 혼란에 빠뜨리며 해파리는 스스로 빛을 내는 촉수를 끊어 포식자의 관심을 그쪽으로 돌린 뒤 반대 방향으로 도망해 자신을 보호한다고 한다.

심해 생물이 내는 빛은 대부분 물을 가장 잘 통과하는 푸른빛을 내며 종에 따라 붉은빛이나 노란빛을 내는 것도 있다.

 

심해 어류 중 사람이 종종 본 것으로는 길이 10m가 넘는 자이언트 산갈치가 있다.

지진이나 천재지변의 전조가 아닌가 하는 말이 있지만, 거대한 크기와 아름다운 모습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하늘의 별이 내려와 산갈치가 됐다는 전설이 있고, 일본에서는 용궁의 사자라고 한다. 

수심 4~ 500m에서 살다가 얕은 바다에 떠올라 우리 눈에 보일 때는 대부분 상태가 좋지 않다.

아파서 올라온 건지 심해에서 얕은 바다로 올라와 수압에 맛이 간 건지는 알 수가 없다.

일본에서 실제 먹어본 사람의 말로는 식감이 독특하고 아귀 맛 비슷하다고 하는데 정확한 것은 알 수가 없다.

 

해저의 화산활동을 연구하기 위해 갈라파고스 제도의 깊은 바다에 잠수한 과학자들은 수심 2,600m의 심해에서 열수구를 발견했다.

열수구는 마그마에 바닷물이 섭씨 삼사백 도로 뜨거워져 여러 독성 화학 물질이 섞여 분출되는 곳인데 그 험한 환경에서도 적응하여 살아가는 심해 홍합과 대합을 발견했다.

또 이들 사이로 하얀 게와 새우가 살고 분홍빛 물고기가 유유히 헤엄치며 다녔다.

생명체가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겨졌던 열수구 주변에도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고 있어 심해의 신비는 우리 인간이 다 알 수가 없다.

 

배가 북위 23도를 지나간다.

브리지에서 당직 항해사가 긴 뱃고동을 울린다.

어디선가 보이지 않는 먼 곳에서도 뱃고동이 울리는 것 같다.

북회귀선을 통과하는 중이다.

 

북회귀선은 북위 23° 27'의 위도선으로 태양은 하지에 북회귀선상에 이르며 더 올라가지 않고 다시 남쪽으로 내려간다.

태양이 정확하게 90도에서 직사할 때는 그림자가 사라지게 된다.

열대지방과 하와이 호놀룰루 등에서 관측되는 '라하이나 눈(Lahaina Noon)'은 태양이 머리 위 90도에 정확히 도달하여 사물의 그림자가 약 5분가량 일시적으로 없어지는 것처럼 보여 '그림자가 사라지는 정오'라는 뜻으로 하와이어로 '잔인한 태양'이라고 한다.

 

뉴욕에서 태어나 가난한 환경 속에서 자란 헨리 밀러는 어렸을 때부터 예술가가 되겠다는 꿈을 꾸며 온갖 직업을 전전하다가 파리로 건너갔다.

헨리 밀러는 파리에서 걸뱅이처럼 떠돌면서도 매일 일기를 썼다.

그렇게 자전적인 내용의 소설 '북회귀선'을 쓰게 된다.

이 작품은 그가 방랑의 파리 시대를 보낼 때의 체험을 자유분방하게 엮어낸 것인데, 파격적이고 적나라한 성묘사 때문에 오랫동안 외설작품이라는 오명으로 판매금지를 당했다.

밀러는 도덕적, 사회적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이 작품을 철학적 환상과 상세하게 묘사한 그의 여성 편력으로 채웠다.

성을 표현하는 언어에 대한 사회적 금기를 깨뜨리는 데 일조한 이 소설은 근대 문학의 기념비적인 소설이라는데 페미니스트 비평가들은 이 작품의 심각한 여성 혐오적인 것을 문제 삼았다.

그렇게 문단에 일대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작가로서 헨리 밀러의 입지를 굳히게 됐다.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로도 나와 많은 이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