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선원의 항해일지

사막의 라이언

부에노(조운엽) 2020. 8. 1. 09:59

 

빈 배의 빨간 속치마

 

 

사막의 라이언

 

 

검푸른 흑해를 되돌아 나오는 'HAPPY LATIN'호는 짐을 다 풀어 수면 위로 높이 떠서 슬프게도 속치마까지 다 보인다.

화물을 가득 실었을 때 물속에 가라앉는 만재흘수선 아래는 보통 빨간색으로 칠한다.

그러니까 해피 라틴호에 짐이 만땅 실리면 빨간 빤쓰가 보이지 않는다.

 

물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어디가 하늘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무중항해에 서로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사방에서 뱃고동이 울린다.

배 떠난 노보로시스크항에서 라리사라는 소련 아가씨가 실제 있었던 건지 환영을 보고 지금 꿈속에서 헤매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배를 오래 타다 보면 가끔 현실과 상상이 혼재하여 여기가 저긴지, 저기가 여긴지 헷갈린다.

 

예전에 큰 저울이 없던 때 코끼리의 무게를 재려면 코끼리를 빈 배에 실어 배가 가라앉은 깊이만큼 돌을 실어 돌 무게를 재 코끼리의 무게를 확인했다고 한다.

배에 실은 화물은 배가 물속에 잠긴 깊이를 재 무게를 쉽게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배의 선수와 선미, 그리고 중앙에 배의 가라앉는 깊이를 알 수 있게 숫자를 표시한 것이 흘수(draft)이다.

이 숫자를 보고 화물의 무게를 계산할 수 있다.

 

배에 짐을 최대로 실은 상태에서 물에 잠기는 깊이를 '만재흘수'라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컨테이너선 중 하나인 현대상선의 'HMM 알헤시라스'호는 컨테이너 이만사천여 개를 한꺼번에 싣고 운반할 수 있으며 400m 길이에 축구장 4배 크기로 선박을 수직으로 세웠을 때 아파트 133층 높이에 해당한다.

이 배의 만재흘수는 약 17m로, 20ft 짜리 컨테이너 이만사천 개를 실었을 때, 물속 17m까지 잠긴다는 뜻이다.

현재 부산 신항의 항로 수심은 16m밖에 안 돼 컨테이너 일부를 내려 입출항하는 불편을 없애기 위해서 준설이 시급하다고 한다.

 

멀리 라리사가 손짓하는 신기루가 보이는 듯하다.

짐 실으러 온 리비아의 브레가 항구는 사막에 덩그러니 원유 저장 탱크와 개스 타는 불기둥 그리고 화학비료 공장만 보이고 마을은 보이지 않는다.

젠장, 나가봐야 온천지에 사막밖에 없겠네.

 

사막의 어원은 라틴어로 '버려진 땅'을 뜻한다.

평균 기온이 섭씨 영상 10도 이상이고, 의외로 비는 꾸준하게 오지만 1년 강수량은 당연히 아주 적다.

내륙 사막은 밤에 영하로 떨어지는 곳이 많다.

그래서 에스키모인에게 냉장고를 팔듯이 중동 사람에게 히터를 파는 영업력이 영업사원 기본교육 중 하나라고 한다.

사막은 사람이 살기엔 굉장히 열악한 환경이고 지구 땅의 1/10 이상이며 점점 커지고 있다.

이를 사막화 현상이라고 한다.

강수량을 기준으로 하면 남극과 북극도 사막이다.

남극에는 200만 년 동안 단 한 번도 비나 눈이 오지 않은 지역인 드라이밸리라는 곳이 있다.

눈이 많이 쌓여있어 강설량이 많을 것으로 착각하는데, 그건 수백만 년간 눈과 얼음이 녹지 않고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넓은 사막은 남극, 북극이고 그다음이 사하라 사막이다.

 

사막은 워낙 건조하고 일교차가 커 동물이나 식물이 살기 험하지만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

사막 동물 중 대표적인 게 낙타이고 라이언, 늑대, 코뿔소, 코끼리, 기린, 원숭이, 타조, 쥐, 뱀 등 이루 다 말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산다.

곤충으로는 딱정벌레나 풍뎅이 등이 있으며 독이 있는 전갈은 널려있다.

 

사막 식물로는 선인장부터, 땅속 깊은 곳의 물을 찾아 줄기의 수십 배 이상의 뿌리를 뻗는 나무나 비가 내렸을 때 매우 빠르게 피고 지는 특이한 식물도 있다.
이외에도 인간에게 유용한 대추야자나 관목류, 허브 등 다양한 식물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사막에서 의외로 식물이 잘 자란다.

 

병충해가 없고, 사막에는 식물에 필요한 무기물이 많아 비옥한 땅인데 물만 있으면 잘 큰다.

그 때문에 사막 농사는 관개시설이 아주 중요하다.

 

원래 바다였던 곳이나 소금 호수였던 곳에서 사막이 형성되면 소금 사막이 된다.

엄청난 소금 농도 때문에 일부 미생물 말고는 아무것도 살 수 없다.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이 대표적이다.

 

사막에 있는 물웅덩이를 오아시스라 한다.

사막 기후에서는 빗물이 고여 웅덩이가 될 수 없기에, 대부분의 오아시스는 땅속을 흐르는 지하수가 지층과 만나는 곳에 형성된다.

오아시스라는 이름이 주는 청량감과는 달리, 실제 사막의 오아시스에는 여러 미생물과 기생충이 있어 마시려면 정수하거나 끓여 먹어야 한다.

오아시스 근처에는 대추야자가 있으니 물이 부족하면 차라리 이걸 따먹는 게 낫다.

 

사막에 사는 사람들은 거의 유목민인데 살아남기 위해 전투 성향이 강하고 상인 기질도 강하다.

실크로드를 비롯해 유럽과 아시아를 이어주는 일은 사막의 나라들이 도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사막의 라이언은 낚시인가.

한 단어만 나오고 어디에 있지?

천상 리비아와 관련된 사막의 라이언은 다음 편으로 넘어가야겠다.

글이 너무 길면 다들 바쁜데 누가 보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