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만 톤의 원유를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유조선
세상에서 제일 큰 배 'HAPPY GIANT'호
'HAPPY LATIN'호는 지중해의 잔잔한 바다를 힘차게 헤쳐가고 있다.
그런데 누가 알랴?
언제 거센 폭풍우가 배 앞에 몰아칠 줄을...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우리네 인생 아니던가.
망망대해에서 맑은 하늘 구름 위로 비행기가 날아가는 것이 보인다.
비행기 꼬리에서 나온 하얀 연기가 일직선을 그리는 걸 아련히 쳐다보며 또 멍 때린다.
교대할 때 비행기를 타고 가다 보면 창문 옆으로 온갖 풍경이 지나간다.
대부분 800여m 창공의 구름과 같이 가지만, 맑은 하늘에선 지나가는 비행기도 보이고 망망대해에서는 일엽편주 화물선이 하얀 물거품을 내며 씩씩하게 항해하는 것이 가끔 보인다.
그런 것을 보기 위해 창문 옆자리에 앉으려고 노력한다.
그렇다고 옆 사람에 자리 바꾸자는 말 할 숫기는 없고, 뒷좌석에 빈자리가 있으면 거기 앉아 창문 밖을 마냥 보면서 간다.
물론 졸리면 자고...
그렇게 창문가에 앉아 바깥세상을 바라보면 비몽사몽간에 하늘 풍경을 두루 볼 수 있다.
몬테비데오에서 산티아고 데 칠레 갈 적에 두어 시간 동안 민가가 보이지 않는 눈 덮인 안데스산맥 위를 지날 땐 경이 자체였다.
영화 얼라이브에서 본 것처럼 비행기가 안데스산맥 한자락에서 추락해서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민가까지 그 험한 설산을 어찌 넘어가냐고...
그리고 뭐 먹고 살았냐고...
직접 내 두 눈으로 보니 이해가 갈만했다.
캐나다에서 홍콩 경유해서 귀국할 때 사이베리아 눈 덮인 산과 들, 실 같은 강줄기 그리고 광활한 중국 땅도 많은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누군가 거기 살고 있을 테니...
캄캄한 밤중에 비행기 아래 보이는 작은 도시의 불빛 또한 마도로스의 외로움을 자극한다.
그런 가운데 사진빨 받을 만한 것은 잽싸게 셔터를 누른다.
조금만 늦어도 아쉬운 사진이 되기에...
특히 착륙할 때 비행기 아래 보이는 논과 밭 그리고 구름에 스쳐 가는 도시 풍경은 평상시 전혀 볼 수 없는 멋진 그림 아니던가.
그런데 우리가 밑을 내려다보고 있지만, 육지나 바다에서도 누군가 비행기를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을 것이다.
항공기 용어는 선박에서 따온 게 제법 많다.
기장이나 선장을 캡틴이라 하고 승조원들은 크루라고 한다.
항구를 영어로 포트라 하듯이 비행장은 에어포트, 우주기지는 스페이스포트라고 한다.
좌현은 포트 사이드, 우현은 스타보드 사이드라고 같은 단어로 말한다.
사관 제복 또한 어깨와 소매에 금장을 다는 것도 같다.
캡틴, 기관장은 견장이 네 줄, 1항기사, 통신장은 석 줄, 2, 3항기사는 두 줄과 한 줄이 달린 제복을 입는다.
원래 배에는 재수 없다고 여자를 태우지 않았다.
비행기도 초창기에는 그랬었다.
그러다가 미국의 보잉사에서 간호사를 정기 여객기에 탑승시킨 것이 최초의 여승무원이 되었다.
선박은 기적을 울리면서 출항하지만, 비행기는 동체 위쪽에 붙어 있는 빨간 등불이 돌면서 출발한다.
대형 선박은 예인선, Tugboat가 바다 한복판까지 끌고 나가는데 항공기는 견인차, Towing car가 항공기 자력 출발지점까지 밀고 간다.
해상에서 거리는 해리로 나타낸다.
1해리는 1,852m이다.
또한 배의 속도를 나타내는 knot는 1시간에 가는 해리를 말하며 항공 쪽 애들도 똑같이 노트를 사용한다.
사람이나 화물을 적재하는 배는 물에 뜨고, 짐을 실으며 바다 위를 헤쳐가야 한다.
그러면 역사상 처음 나온 배는 무엇이었을까?
배가 인류 역사에 처음 언급된 것은 '노아의 방주'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르고 선'이고, 두 선박 모두 신화라고 말하는 구라라 정확한 연대를 알 수 없다.
나뭇조각을 배로 이용한 것을 배의 시초로 본다면 배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어서 큰 나무나 갈대, 대나무 등을 묶어서 뗏목을 만들게 되고, 세월이 지나 비로소 목재를 깎아 조립하여 목선을 만들게 되었다.
배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인류는 처음에는 사람의 힘만을 이용한 나룻배에서 바람을 이용한 범선을 만들게 되었고 16세기에 대항해시대가 열리면서 19세기 초 철선과 기선이 나올 때까지 수 세기 동안 바다를 누볐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무역 규모가 늘어남에 따라 해상권을 잡기 위하여 각국에서 군함과 대형 범선을 경쟁적으로 만들었다.
한편, 인간이 기계를 이용하여 바다를 항해할 수 있게 된 것은 18세기에 증기기관이 발명되고 19세기 초에 이 증기기관을 장착한 기선이 나오고부터이다.
영국인 헨리 코트가 새로운 제철법을 개발하여 철로 만든 배는 1818년 영국에서 처음 만들었다.
철선은 목선보다 강도가 세고 크게 만들 수 있으며 증기기관을 올려 성능이 훨씬 우수하게 됐다.
그러나 철보다 단단하고 경제성이 뛰어난 제강법이 나와 영국에서 철강 기선이 건조되어 현재의 철강선 시대로 들어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국제무역의 자유화가 이루어져 다시 조선업과 해운업이 전성기를 맞게 된다.
최근 백여 년 동안에 선체, 기관은 물론 항해기기 등의 경이적인 발전과 함께 다양한 선종에 설비를 갖춘 선박이 바다를 누비고 있다.
유조선 '해피 자이언트'호는 세계에서 가장 큰 유조선이었다.
1979년 그리스 선주가 스미토모 중공업에 발주한 초대형 유조선의 해상 시험에서 후진 때 진동이 심해 인수를 거부했고, 그 후 이 선박은 다른 선주에 팔려 배를 늘리는 개조를 하여 'Seawise Giant'호로 명명되어 56만 톤의 원유를 실을 수 있고, 길이는 458m로 세계에서 제일 큰 배가 되었다.
1988년 'Seawise Giant'호는 이란, 이라크 전쟁 중에 이라크 미라주 전투기의 폭격으로 침몰하였다.
전쟁이 끝난 후 싱가포르에서 수리하여 'Happy Giant'호로 바뀌어 원유 운송 서비스에 들어갔다.
이후 'Jahre Viking'호, 'Knock Nevis'호 등으로 바뀌어 카타르 해안에서 원유 저장 선박으로 운용하다가 인도에서 해체됐다.
이 배의 36톤짜리 앵커는 홍콩 해양 박물관에 전시되었다.
'Happy Giant'호의 길이는 에펠탑보다 152m나 더 길었다.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여 더 크고 성능 좋은 화물선이 만들어질 것은 안 봐도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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