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사막에서 낙타 행렬
현대상선과 낙타
음악 :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배인숙 https://www.youtube.com/watch?v=AzJJAezVa_k
해피 라틴호는 적도를 지나 아라비아해 한참 아래를 지나고 있다.
유조선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 바다에서도 기름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멀리 파란색 선체에 하얀 글씨로 'HYUNDAI'라고 선명하게 쓴 현대상선 배가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배가 예쁘게 잘 빠졌다.
전에 현대상선의 대형 유조선 코리아 배너호에 아는 기관장이 타고 있어서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다.
1973년 오일쇼크로 달러가 올라 유조선을 주문했던 선주들이 도산하거나 트집을 잡고 배를 가져가지 않겠다고 해서 현대조선이 만든 배 세 척이 울산 앞바다에 그냥 떠 있었다.
두 척은 도산한 홍콩 선주가 발주했던 배이고 한 척은 그리스의 선박왕 오나시스의 처남인 리바노스가 주문한 유조선이었다.
이제 막 시작한 현대조선으로서는 미치고 환장할 일이었지만, 정주영 회장은 위기는 곧 기회라고 그 배를 직접 운항할 생각을 했다.
1976년 인도하지 않은 초대형 유조선 세 척으로 아세아상선을 만들었다.
남의 나라 배로 수입해 오는 기름을 우리가 만든 유조선으로 운반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에 기름을 실어 나르던 외국 선사들이 아세아상선에 수송권을 넘겨주는 대가로 1,400만 달러를 요구했다.
그렇지만 정 회장은 웃어버렸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억지지. 내가 택시 타다가 자가용을 샀는데 택시회사에 돈을 주어야 하나? 그동안 빌려 쓴 우리에게 고맙다고 해야지, 우리가 배를 만들어 직접 싣고 오는데 돈은 못 주지."
정 회장은 다툼 대신 뚝심으로 버텼다.
8개월 지나니 삼백만 달러로 떨어졌다.
그래도 꿈쩍하지 않았다.
결국 한 푼도 주지 않고 아세아상선에서 기름을 운송할 수 있었다.
그중 한 척이 코리아 배너호이고 덕분에 여러 사람이 먹고 살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아세아상선은 현대상선이 되었다가 우여곡절 끝에 HMM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현대 미포조선은 세계적인 중공업 회사가 되었다.
그로부터 삼십여 년이 지난 후 현대중공업 독에서 우리 해군의 이지스함이 진수됐다.
그동안 우리 해군은 낡은 미군 군함을 가져다 고쳐서 쓰고 있었다.
천지개벽이란 이런 일을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그날 진수식에서 정몽준 회장은 500원짜리 동전의 거북선 이야기를 하며 아버지 정주영 회장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아라비아 황금빛 사막에서 낙타를 타고 가는 긴 캐러밴 대열 사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막에서 자동차 바퀴는 모래에 파묻히기 쉽고, 말은 더위를 견디지 못하는데, 낙타는 사막에서 잘 걷고 더위도 잘 견딘다.
사실상 사막의 유일한 이동수단이기에 사막에 사는 사람들과 친숙하며 동서양을 다니면서 장사하던 캐러밴이 낙타를 타고 다녔다.
낙타는 사람과 짐을 싣고 뜨거운 사막을 묵묵히 걸어가기에 제자를 향한 선생님의 마음에 비유하기도 한다.
낙타는 대부분이 단봉낙타이고 중동과 소말리아 부근에 많이 산다고 한다.
쌍봉낙타는 고비사막 주위에 소수만 남아 멸종 위기 상태라고 한다.
낙타는 풀과 선인장은 물론이고 식물은 다 먹을 수 있다.
낙타의 입안은 긴 돌기가 목 안으로 향해 있어 가시가 많은 선인장이라도 입안을 다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넘겨 소화된다.
독성이 있는 식물에 어느 정도 내성이 있고 먹으면 탈 나는 식물은 알아서 피하기 때문에 사막에서는 낙타가 먹지 않는 식물은 사람도 먹지 않는다.
낙타 등에 있는 혹은 물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니고 지방 덩어리로 사람의 똥배 같은 것이다.
먹을 게 없으면 등에 축적한 지방을 분해해서 오래 버틸 수 있다.
한 달 정도는 물을 마시지 않아도 산다고 한다.
소변도 진하게 보기 때문에 노폐물 처리에 물을 덜 소비하고, 희석해서 샴푸 대신 쓴다고 한다.
오래 굶으면 혹이 점점 작아지다가 없어진다.
그래서 물을 먹을 때는 엄청난 양을 마신다.
먹이를 제대로 먹으면 혹이 다시 생긴다.
낙타는 모래 폭풍에 눈을 보호하기 위해 긴 쌍꺼풀과 속눈썹이 발달하여 특유의 그윽한 눈매가 환상적인 동물이다.
사방이 탁 트인 사막에서 살다 보니 시력이 좋은 편이다.
재미있는 영화에 잘 나오는 배우 하정우는 바쁜 일상 중에도 걷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외국에 나가 촬영할 때도 짬 내서 걷는단다.
말은 네 개의 다리를 어느 순서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순간 속력, 지구력 등이 달라지기 때문에 경주용 말은 전용 주법을 가르친다고 한다.
낙타의 걸음걸이는 희한하게 뒤뚱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데 그게 모래에 빠지지 않고 반동이 적어 칼싸움이나 활쏘기가 편해서 사막전에서 군마 대신 탔다고 한다.
말보다 느린 것 같지만 사막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의외로 웬만한 말만큼 빨리 달린다.
낙타는 몇백km를 걸어도 지치지 않고 400kg 넘는 물건을 실을 수 있어 사막에서 장거리 운송 수단으로 딱 맞다.
낙타는 털과 가죽부터 배설물까지 버릴 게 없다고 한다.
돼지고기를 못 먹게 하는 코란에서도 낙타고기는 허용했는데 아랍인들이 사막 한복판에서 식량이 떨어졌을 경우 먹을 게 낙타고기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깃값은 엄청 비싸다고 한다.
식용 낙타 한 마리 가격이 보통 천만 원 이상 친단다.
아랍인 결혼식이나 생일에 나오는 낙타 통구이는 익힌 계란을 생선 배 속에 넣고, 요리한 생선을 닭 배 속에 넣은 다음에, 요리한 닭을 양 배 속에 넣고, 또 요리한 양을 낙타 배 속에 넣어 통째로 땅에 묻어서 굽는다.
고기 안에 향료나 채소를 곁들어 넣는다.
고기는 지방질이 꽤 많고 소고기 비슷한 맛이 난다고 한다.
그 잔치의 주인공이 마지막 닭알을 먹는다고 한다.
물론 글쓴이는 이집트 기자 피라미드 앞에서 낙타만 잠깐 타봤지 아직 낙타고기를 먹어보지 못했다.
낙타 타는 것은 말 처음 탈 때보다 수월한 편이다.
몽골 지역에서는 낙타고기가 퍼석하고 노린내가 많이 나 맛이 없다고 천대받는다.
낙타는 힘과 주력이 좋아 오랫동안 군용으로 사용되었고 아직도 일부 이슬람 지역에서는 낙타부대를 운영하고 인도에서는 의장용으로 열병식에서 볼 수 있다.
옛날 전투에서 겁이 많은 말들이 낙타의 냄새에 기겁하며 도망쳐서 유럽 기마부대들이 아랍 낙타부대에 고전했다고 한다.
고대 페르시아 제국과 터키 리디아 왕국이 싸울 때 리디아 왕국의 기병이 페르시아군의 기병보다 훨씬 많아 고민하다가 낙타 부대를 앞세워 승리했다고 한다.
의외로 호주에 야생 단봉낙타가 상당히 많이 살고 있다.
19세기에 호주에서 금을 캘 때 사막에서 쓰려고 수입했다가 용도 폐기된 낙타들이 야생에서 지들이 알아서 잘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낙타들이 너무 많아서 5일 동안 낙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때 백만 마리 중 만 마리 정도만 사살하는 데 그쳐서 큰 효과가 없었다.
호주는 전에도 엄청나게 번식한 '에뮤'라는 새와 토끼와의 전쟁에서 패한 적이 있었다.
이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호주 야생 낙타를 역수입해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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