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은퇴 이민

칠레에서 전설 같이 사는 영감님 y Power of love, Angela Carrasco

부에노(조운엽) 2016. 12. 29. 12:27

 


 

아름다운 칠레나

 

 


칠레에서 전설 같이 사는 영감님

 


 

참 희한한 일도 있었다.

글쓴이에게 스페인어를 가르쳐주고 품앗이로 한글을 배우고 있는 칠레나 여대생 Belen 양이 연말시험을 마치고 방학을 하게 되어 시내에서 만나 점심을 같이 먹고 산타루시아 성에서 사진을 몇 장 찍은 후, 그녀와 같이 공부하러 숙소로 돌아가려고 택시를 잡았다.

봄베로 누녜스 이 도미니까로 가자고 말했는데 대답하는 스페인어가 한국 사람 같았다.

캡을 쓰고 선글라스를 낀 모습에도 동양인임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아니, 이 먼 나라에서 택시 운전하는 한국인 영감님이라니......

 

뭔가 재미있는 사연이 있을 거 같아서 말을 걸어봤다.

스페인어로 대답하는 거로 봐서 아직 나를 경계하는 것 같았다.

이럴 때는 별수 있나, 사실대로 이야기하는 게 상책이지.

 

'영감님, 한국 분 같은데, 저 여기 사는 교포 아니거든요. 글 쓰고 사진 찍어서 먹고 사는 사람입니다. 아직은 춥고 배고프지만요.'라고 배시시 웃으며 이야기하자 핸들을 잡고 있던 한 손을 얼굴로 가져가 선글라스를 올리며 백미러로 나를 흘깃 쳐다보더니 베쟈비스따 거리의 한적한 곳에 택시를 정차시켰다.

 

그는 말로만 듣던 팔레 교민이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칠레에 이민 와서 한인사회와는 전혀 교류하지 않고 현지인들만 상대하고 사는 한인들을 이곳에서는 칠레 교민이 아니고 팔레 교민이라고 한다.

그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세상에는 외국에서 홀로 참 재미있게 사는 분들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반백도 넘은 나이에 홀로 남미에 여행 왔단다.

몇 나라를 거쳐서 이곳에 도착했을 때 길에서 우연히 만난 다른 팔레 교민과 술 한 잔을 하다가 이곳에 눌러앉았는데 그 사연도 참 재미있었다.

 

이 나라 자연환경이나 사람들이 맘에 들어서 그 팔레 교민의 도움을 얻어 엘 메르꾸리오 신문에 한 줄 광고를 냈단다.

"조건 없이 동양인과 결혼하고 싶은 여인을 구합니다."

 

장난삼아 낸 이 광고를 보고 이십여 명의 세뇨리따, 세뇨라가 연락했다나.

그 팔레 교민과 같이 면담을 하고 서너 명과 데이트를 하면서 즐겁게 지냈다 한다.

그중의 한 이십 대 여성과 서로 마음이 맞아 신혼여행을 다녀 오고 시내 변두리에서 살림을 차렸는데......

 

매일 얼굴만 보고 사는 것도 좋지만 갖고 있던 돈도 곶감 빼먹듯이 줄어들어 먹고사니즘을 해결하기 위해 끼오스꼬(구멍가게)를 차렸단다.

말도 배우면서 먹고 살고 한 달 한 일이백 불 정도 남았다나.

그 돈 갖고 그 팔레 교민과 한 달에 한두 번 만나서 술 마시고 노는 걸 낙으로 삼고 살았는데 남녀가 살을 섞고 살다 보면 아이가 태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예쁜 딸이 하나 생기고 나니 아비로서 뭘 하나 남길까 생각하고는 물건 구색도 더 갖추고 부지런히 가게를 운영해서 그 딸내미 앞으로 변두리에 넓으면서 싼 집을 하나 장만해주었다나.

 

그러고 나서 또 둘째가 태어났단다.

큰딸 앞으로 집을 사주었으니 마나님과 둘이 더 열심히 벌어서 둘째 딸 앞으로도 당연히 집을 한 채 사두었단다.

첫 딸 앞으로 사준 집과 땅도 도시개발이 변두리로 차츰 옮겨가면서 조금씩 값이 올라 흐뭇해하기도 하고...... 

 

애고, 그런데 이 노익장, 칠십 가까운 나이에 또 아이가 생겼다네.

한국과는 달리 스트레스받을 일도 별로 없고, 적은 돈 벌어도 때 안 거르고 잘 먹고 잘살다 보니 힘이 났던 모양이다.

나도 글을 쓰면서 느끼는 거지만 부정적인 스트레스는 힘을 빠지게 만들어 글 쓰는 데 별 도움이 안 되지만, 긍정적인 것들은 필을 받아 좋은 글을 쓸 수가 있다.

그렇게 예쁜 딸만 셋을 낳아 젊은 마나님과 오순도순 재미있게 살고 있지만, 자기 죽을 때를 생각하면 요 막둥이에게도 집을 하나 장만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구멍가게는 부인에게 맡기고 낮에 이렇게 핸들을 잡고 다니신다나.

 

한국에서는 푼돈밖에 안 되는 벌이지만 그 돈을 벌어서 집에 가면 사랑하는 젊은 아내가 가게 문 앞에까지 뛰어나와 고생했다고 어깨를 주물러주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세 딸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팔과 다리를 주물러주면서 넷이서 자기를 '빠빠~ 아모, 아모!(아빠~ 사랑해요!)' 하는데 이런 행복이 세상에 어디 있겠냐고 너털웃음을 웃으며 행복해하신다.

 

초등학교 다니는 딸이 공부를 잘해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엄마, 아빠 나라말을 다 잘하게 되면 하다못해 스페인어나 한국어 선생을 해도 자기 앞가림은 하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한인 학교에 보낼 생각이란다.

 

우리가 살면서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닐 터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에는 뭔가를 해보겠다고 흐르는 시간을 임의로 재단해서 구분 짓는 것도 좋지만,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면, 지난 일을 후회하고 새로운 결심을 할 필요가 굳이 있을까 생각해 본다

 

먼 이국에서 참 대단한 한국인 영감님을 보고 생각이 많았던 하루였다.

나도 이참에 Belen 양과 연애나 한번 해 볼까나...... 후후후.


 

 


 

Si tú eres mi hombre y yo tu mujer (Power of love),

Angela Carrasco

 

석강 전설 시리즈...오래 갈 것 같은 조짐입니다. 부에노님 눈에만 띄면 평범한 만남도 실감나는 전설이 되니...전설되기 싫은 분들 부에노님 피해 다니시길...^_^ 12-24
보통사람 부에노님 글 재미있게 보면서 사람사는 방법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어떻게 사는것이 행복한 삶인지 .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군요 ..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글 많이 남겨 주세요.. 12-24
julio 전설 시리즈 중에서도 특히 사랑 이야기 아름다운 항구 발빠라이소 에서 부터 시작된 비극적 이지만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두 모녀 이야기 그 두번째 편 기다리는 사람 많아요.... ( 이봐유 영감!! 튕기지말고 빨리 올려유) ..........아니면 말고..히히.. 12-24
hanky 부에노님~ 아주아주 재미있어요. 세상에나 50넘어서 새인생이라...근디 그분 체력? 혹시 그분 변아무개씨 아닌가요? 너무 대단한것 같아서리.^_^ 12-24
kyoon ㅋㅋㅋ 부에노님, 미래의 자화상을 봐서 반갑습니다. 부에노님은 딸 한 일곱도 모자르실 것같다는...그런데...그분, 머리숱이 있던가요? ...^^ 12-24
부에노 ㅎㅎㅎ 조 영감님, 이민 오실 때 연세가 딱 julio 형님 연세같은디... 석강 님 보다는 어리셨고... 긍께 kyoon 형은 중간이지비...? 전 hanky 형하고 비슷한 거같고... 아님 말고... kyoon 형, 멜 바로 보내삼... 제가 답장 안 해도 되지요? 모두 존 밤, 낮.. 삭제 12-24
부에노 hanky 형은 조 영감님 성도 아시네여... ㅎㅎㅎ 머리숱이 많으면 캡을 썼겠수? 예쁜 딸 많으면 조케따... 보통사람 님, 감사합니다. 님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이 되시길... ^(^ 삭제 12-24
넌못간데두 저런 영감님들이 만날 꿈이나 꾸고 사는 거들 보단 낫지. 12-24
Hun 부에노님.이번 전설편은 맴이 안아파서 좋네요. 근디 부에노님에 전설편을 보고있자면 전설편에 마지막 주인공은 부에노님일꺼 같다는 생각이드는건 나뿐인가.ㅎㅎㅎ 새해 계획하시는 모든일이 잘되시고 복많이 받으세요. 근디 남희씨는 언제나오남유.^^ 12-25
미래미시 부에노 님! 전설같이 살아서 행복한 사람 평범해서 행복한 사람 근데요 전설같아서 행복한 사람 이야기가 넘 좋네요. 제 2의 인생이 너무 행복한 저 운전기사님 오래오래 건강하게 행복하시길.....혹시 부에노 벨렌과 작업중??(아님 말구요.*-)ㅎㅎㅎㅎㅎ 12-25
saci 전설같지 않은 이야기를 전설처럼 들려주는 전설같은 남자. 부에노를.... 사랑해~~~~ 모쪼록 행복하고 기쁜 시간이길....... 그리고 본인의 전설도 엮어가길... 12-25
Zapata 아주 인물이 이쁜 여자네요~ 잘 해보시기를 12-25
saigon sin 라틴방에 들어오면 부에노님 부터 찾는 것은 왜? 일까? 12-25
임미정 부에노님의 새로운 전설의 시작을 알리는 prologos 같습니다!!! 가능과 불가능의 경계를 허무는일, 사랑인가요? 12-25
ssendol 우리가 살면서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닐 터이다. -중략-매일 매일을 열심히 살면서 행복 모드로 이끌어 간다면 지난 일을 후회하고 새로운 결심을 할 필요가 굳이 있을까 생각해 본다. ---> 참 가슴에 와 닿는 말씀이여요^^ 12-28
찍히면죽는다 행복하다 ..ㅎㅎ 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