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레

그리움만 쌓이네, 노영심 y 잊혀지지 않는 감동 이야기

부에노(조운엽) 2016. 5. 14. 12:35

 

 

리마 라르꼬마르의 타이타닉 소녀

 

    잊혀지지 않는 감동 이야기

     

     

    저는 이동통신회사에서 민원 상담하는 이혜영이라고 합니다.

    그 동안 수많은 고객들과 통화를 하면서 아직까지도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어요.

    한 꼬마 여자애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이혜영 :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XX텔레콤 이혜영입니다.

    고   객 : 비밀번호 좀 가르쳐주세요.               
        

    이혜영 : 고객 분 사용하시는 번호 좀 불러 주시겠어요?

    고   객 : 1234-5678입니다.

     

    이혜영 : 명의자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고   객 : 난데요, 빨리 불러 주세요.

     

    이혜영 : 가입자가 남자 분으로 되어 있으신데요, 본인 아니시죠?

    고   객 : 제 동생이에요. 제가 누나니까 빨리 말해주세요.

     

    이혜영 : 죄송한데 고객 분 비밀번호는 명의자 본인이 아니면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고   객 : 제 동생 죽었어요. 죽은 사람이 어떻게 전화를 해요?

     

    가끔 다른 사람의 비밀번호를 알아내려고 이런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저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이혜영 : 그럼 명의변경을 하셔야 하니까요, 사망진단서와 전화주신 분 신분증, 또 미성년자니까 부모님 동의서를 팩스로 좀 넣어 주십시오.
    고   객 : 뭐가 그렇게 불편해요. 그냥 알려주세요.

     

    너무 막무가내였기 때문에 전 전화한 그 꼬마의 부모님을 바꿔 달라고 했죠.

    전화에 그 애 아빠와 엄마로 보이는 어른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아   빠 : 여보세요.
    이혜영 : 안녕하세요. XX텔레콤인데요. 비밀번호 열람 때문에 그러는데요, 명의자와 통화할 수 있을까요?

     

    아   빠 : 제 아들이오? 6개월 전에 죽었어요.
    이혜영 : ......

     

    잠시 정적이 흐르다가 아빠가 딸에게 묻더군요.
     

    아   빠 : 얘야, 비밀번호는 왜 알려고 전화했니?
    딸 아이: 엄마가 자꾸 혁이 호출번호로 인사말 들으면서 계속 울기만 하잖아. 그거 비밀번호 알아야만 지운단 말이야.

     

    전 그때 가슴이 꽉 막혀왔습니다..
     

    아   빠 : 비밀번호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혜영 : 아? 예, 비밀번호는 명의자에게만 알려드릴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 명의변경 하셔야 합니다. 의료보험증과 보호자 신분증을 팩스로 넣어주셔도 가능합니다.

     

    아   빠 : 알겠습니다.
    이혜영 : 죄송합니다, 보내신 후 전화 주십시오.
     

    아   빠 : 고맙습니다.

    이혜영 : 아, 예......


    그렇게 전화는 끊겼지만 왠지 모를 미안함과 가슴이 아파서 어쩔 줄 몰랐죠.

    전 조심스레 혁이의 번호를 눌러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저 혁인데요.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멘트가 녹음되어 있더군요.

    전 다시 음성 사서함을 확인해 봤습니다.

     

    첫 번째 메시지입니다.

     

    "혁아. 아빠다. 오늘도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 어쩔 수가 없구나. 미안하다 혁아, 아빠가 오늘 네 생각이 나서 술 한잔 했다. 네가 아빠 술 마시는 거 싫어했는데...... 안 춥니? 혁아... 아빠 안 보고 싶어?"

     

    좀 전에 통화한 혁이라는 아이의 아빠가 울먹이는 목소리였습니다.

     

    두 번째 메시지입니다.

     

    "혁아... (흐느끼는 소리) 엄마가... 너... 좋아... 하는 불고기 했다... (계속 흐느끼다가) 얼른... 들어... 와라..."

     

    가슴이 미어지는 거 같았습니다.

    아마 그 아이의 엄마는 아들이 보고 싶을 때마다 녹음되어 있는 자식의 목소리를 들으며 울었나 봅니다.
    그걸 보다 못한 딸이 인사말을 지우려 전화를 한 거구요.
    떠나 버린 아들을 가슴에 묻고 슬퍼하는 부모님을 보고 정말 가슴이 많이 아픈 하루였습니다.



    (글 이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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