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레

친구, 김민기

부에노(조운엽) 2016. 5. 13. 20:14

 

 

김민기 선수 ^^

 

 

김민기의 친구

 

 

김민기는 그 이름보다 그가 쓴, 모두에게 회자되는 노래 '아침이슬'이 더 유명하다.

그가 쓴 노래가 불순하다는 이유로 독재정권 하에서 많은 고초를 겪었는데, 현재 뮤지컬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지금도 변명한다.

자신의 노래는 불순하지도 않았고 반체제를 염두에 두고 쓰지도 않았다고.

그는 그저 순수했는데 다만 학생들이 데모할 때 그의 노래를 즐긴 탓에 자신이 불행해졌다고...

 

김민기가 서울대 미대 회화과 1학년 때였다.

가수 서유석의 말에 의하면 김민기는 맨발에 고무신을 신고 러닝셔츠 차림으로 늘 나타났다고 한다.

당시는 젊은이들이 명동에서 노래를 했는데, 김민기는 명동 길에서 마주치면 구두닦이로 오해받을 만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는 두 무릎을 세우고 그 위에 턱을 고이고 있던 특이한 자세, 말하자면 데스노트의 L과 비슷하다고 할까?

점잖게 눈으로 웃으며 다른 사람의 노래를 들어주던 표정.

 

처음에는 혼자가 아니고 친구 김영세와 ‘도비두(도깨비 두 마리)’라는 듀엣이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김민기 혼자 노래를 했다.

밥 딜런의 노래들을 주로 불렀고 중저음의 음색과 기타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미국 음악이 부럽지 않다고 느낄 정도였다고 한다.

 

다음은 음악평론가 이백천 씨의 글이다.

느 날, 노래 사이에 이야기를 섞어가며 진행을 하는데 가까이 있던 누군가가 이렇게 중얼거렸다.
“제기랄, 영어 안 쓰면 말 못하나?”
돌아보니 김민기였다.

그때 김민기의 나이 스물, 나는 서른일곱.

영어 좀 안다고 자랑삼아 영어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평상시 쓰던 말이 자연스럽게 몇 마디가 들어갔을 것이다.

부아가 확 오르는 것을 겨우 누르고 넘어갔다.

 

다음 주였다.

김민기가 노래를 했다.

‘Don’t think twice, it’s alright’라는 밥 딜런의 곡이었다.

아주 잘 부른 노래였다.

내가 한마디했다.

“영어 노래 말고 뭐 우리말 노래 없을까?”

 

2주일 정도 지난 후 김민기가 다시 와서 노래를 했다.

 

검푸른 바닷가에 비가 내리면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뭍이요

그 깊은 바다 속에 고요히 잠기면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소

눈앞에 떠오르는 친구의 모습 

흩날리는 꽃잎 위에 어른거리오 

저 멀리 들리는 친구의 음성 

달리는 기차바퀴가 대답하려나

이렇게 김민기의 '친구'가 태어났다.

물가에 친구들과 놀러갔는데 한 친구가 익사를 했단다.

그로 인해 만든 노래라고 했다.

뱃속에서 감돌다가 나온 것만 같은 낮은 음성의 노래였다.

 

그는 그 뒤에 음악 살롱 청개구리집에서 ‘세노야’도 부르고 ‘아침이슬’도 불렀다.

‘아침이슬’은 김민기가 먼저 불렀지만 ‘친구’보다 박수가 적었다.

 

그 후 이 곡은 양희은이 불러 세상에 알려졌다.

'아침이슬'은 한국인들이 뽑은 가장 유명한 애창곡이다.

그것은 대중가요가 아니라 이미 국민가요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