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암 우체부, 웃음으로 완치하다
그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꺼냈다.
조금 전까지 분명히 빈손이었는데 순간 붉은 장미가 들려 있었다.
"우와~."
십여 명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좋다고 손뼉을 쳤다.
이번엔 키에 쌀을 놓고 덮개로 덮었다가 열었다.
쌀 대신 튀밥이 가득했다.
한 움큼씩 할머니들에게 나눠 드렸다.
그도 먹었다.
"웃기 어려울 땐 최불암식으로 웃으세요. 자 따라 해 보세요."
그가 온몸을 써 '파~' 웃자 한껏 흥겨워진 할머니들도 '파~' 했다.
얼마 전 전북 정읍시의 한 경로당을 웃음으로 가득 채운 그는 정읍 칠보 우체국 집배원 김천수 씨다.
그는 매일 정읍시의 산내면, 산외면 일대에서 백여 ㎞를 돌며 천여 통의 우편물을 배달한다.
하지만 그가 나르는 건 우편물만이 아니다.
웃음 치료사이고 파티 마술사인 그는 웃음도, 마술도 함께 나른다.
김장철엔 김장 평론가가 되곤 한다.
집집이 돌며 김장 맛을 보고 간이 품평회도 한다.
덕분에 할머니들이 떠안긴 김치와 함께 돌아오곤 한다.
문짝을 고치고 방충망을 다는 등 허드렛일을 하고 잔심부름도 하곤 했다.
그때마다 온갖 푸성귀가 가득 실리곤 했다.
칠레 뽀르띠죠 스키장에서 웃어서 아름다운 세뇨리따
술, 담배 그리고 사람을 좋아하던 그는 직장암 4기 말이란 진단을 받고 수술했다.
'모든 걸 포기하겠다.'고 생각했다.
일 년여 흘렀을까, 인터넷에서 '웃음으로 암을 물리친다.'는 문구를 봤다.
그 길로 웃음 치료사 과정에 등록했고 6개월 만에 1급 자격증을 땄다.
살기 위한 웃음이었다.
딱히 써먹을 데가 없다고 생각하다가 관내에 혼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떠올렸다.
경로당을 찾아다니기 시작한 계기였다.
그도 웃고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웃었다.
돕기 위한 웃음이었다.
산뗄모 데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어릿광대
그 뒤엔 파티 마술을 배웠다.
또 노인들의 피해가 잦은 보이스피싱 예방교육 전문가까지 됐다.
암 발병 오 년째에 그는 병원에서 '일 년 뒤에나 오라.'는 진단을 받았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중증환자를 '졸업'했다는 축하 서신도 받았다.
별 이상이 없다는 얘기였다.
우수 집배원 상도 받았다.
그는 말기 암 발견 후 자신의 오 년여 삶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젠 세상이 달라 보입니다. 제2의 인생입니다. 그분들을 돕는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제게 좋은 일이 생기고…, 제가 도움을 받은 겁니다. 아침에 한시라도 빨리 일어나고 싶고 저녁엔 조금이라고 더 많은 사람과 같이 있고 싶어집니다. 주변 사람들 덕분에 저는 세상을 다시 살고 있습니다. 하하하~."
웃어서 행복하고, 행복해서 나온 웃음이었다.
웃어서 행복해 보이는 뻬루아나
웃음 치료란 웃음으로 병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줄이는 치료법이다.
현대적 의미의 웃음 치료는 미국 잡지 '새터데이 리뷰'의 편집장이었던 노먼 커즌스로부터 출발했다.
오백 명 중 한 명도 완치되기 어렵다는 강직성 척수염에 걸렸던 그는 코미디 방송을 볼 때면 통증이 줄어드는 데 착안해 웃음 치료를 제안했고, 지금까지 의학계의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건강한 성인 남자를 대상으로 웃음 효과를 실험했다.
한 시간 동안 웃음이 터지는 비디오를 보여준 후에 몸속에서 일어난 변화를 조사했는데 암을 억제해주는 호르몬이 평소보다 이백 배가량 증가했다는 것이다.
윌리엄 프라이 박사는 사람이 한바탕 크게 웃을 때 몸속의 650개의 근육 중 231개의 근육이 움직여 상체는 물론 위장, 심장까지 움직이게 만들어 일 분을 웃으면 이틀을 더 산다고 한다.
UCLA 의과대학의 알리 프리드 박사는 사람이 하루에 45분만 웃으면 고혈압이나 스트레스 같은 현대적 질병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웃음 치료에 대한 연구보고는 이 밖에도 여러 가지가 나와 있다.
우리 몸에서 암세포를 잡아먹는 대표적인 면역세포가 '자연살해세포(natural killer cell)'인데 이게 많으면 암에도 잘 걸리지 않고 암 치료가 잘 된다고 한다.
항상 웃고 즐겁게 사는 사람에서 이 수치가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인생을 밝게 보고 웃으며 사는 사람이 암에 대한 저항력이 높다는 것은 이제 의학계에서 정설이 되어 있다.
웃음보다 더 좋은 약은 없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 예방심장학과 마이클 밀러 박사는 미국심장학회(AHA)에서 심장병에 관한 한 '웃음이 명약'이라는 옛말이 확실하다고 발표했다.
억지로라도 웃어라.
우리 신경은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을 구별하지 않고 똑같이 반응한다고 한다.
노먼 커즌즈는 통증으로 눈물을 흘리면서도 웃음으로써 난치병을 이겨냈다.
웃으면 기쁨이 생기고, 암세포를 잡아먹는 자연살해세포의 움직임을 활성화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웃음에 인색한 편이다.
미국 사람들은 하찮은 일에도 곧잘 웃고 기뻐한다.
웃어라!
웃음은 만병통치의 명약이다.
돈 들지 않는 웃음으로 건강한 삶을 누리면 얼마나 좋겠는가.
To tango tis Nefelis, Haris Alexi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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