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6가 먹자 골목 입구
고등학교 2학년 때던가...
이 골목에서 친구들과 교복 입고 곱창을 먹은 적이 있다.
파란 두꺼비 딴도 두어 병 까서 고 맵고 쫄깃하며 깻잎이 버무러져 무쟈게 맛있는 곱창볶음을 말이다.
한참 맛있게 먹고 있는데 순찰 경찰 아저씨 두 명이 시장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
주인 아주머니가 '경찰이 오는데...'라고 말하자, 친구들이 '야, 짭새다. 튀자!'라고 해서 가방을 옆에 끼고 허벌나게 도망 간 적이 있다.
친구들이 뿔뿔이 헤어지고 한 친구와 같이 다시 그 곱창 리어커에 가 보니 경찰은 안 보이고 우리 먹다 남은 것도 다 치워버렸다...
얼마나 아깝고 아쉽던지...
우야둥 둘이 주머니를 털어 아까 음식과 소주값을 주고 나왔다.
그리고 한 번인가 더 그 곱창볶음을 먹어봤을까?
그때 가격이 내 기억에 500원이었을 것이다.
엊그제 그 골목을 다시 찾아왔다.
변하긴 변했는데 그리 낯선 광경은 아니었다.
그때 친구들을 생각하며 혼자 곱창볶음을 시켰다.
먹어보니...
맞아! 바로 이 맛이야...
깻잎 맛이 깔끔하게 혀에서 돌고 쫄깃한 그 곱창 맛...
왜 다른 곱창집에선 이 맛을 못 내지?
전에는 동대문 시장이라고 했지...
저 오른쪽 쯤에 있던 곱창 리어커에서 술 먹다가 경찰 아저씨 보고 튀던 기억이... 풉~
아~ 슬픈 영혼이여...
이 또한...
초딩 때 아빠 따라 들깨가 둥둥 떠다니는 보신탕 한 그릇 얻어먹은 기억이 나네...
위치는 맞는데 안에 들어가 보니 그 집은 아니었어.
그 집은 한옥으로 방이 여러 개 있던 기억이...
내가 이래서 어디 가나 시장을 좋아한다니까...
넉넉한 인심... 그리고 훈훈하게 사는 사람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마지막 먹었을 때 500원 하던 바로 그 곱창볶음...
우~ 또 먹고 시포!!!
술 맛 나게 맹그는 여인...
'재미있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60년 돼지 띠여, 뭐여??? (0) | 2009.02.28 |
---|---|
굴~ 구울~~~ 미치겠다... (0) | 2009.02.27 |
나의 한국 음식에 대한 노스탤지어 (0) | 2009.02.17 |
김밥 예찬 (0) | 2009.02.16 |
난 자장면을 먹었고, 넘 맛있어서 울 뻔 했을 뿐이고... (0) | 2009.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