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엔n

페루 아마존 정글 마라뇬 강

부에노(조운엽) 2009. 3. 19. 19:05

 

마라뇬 강은 우까얄리 강 보다 강 폭이 약간 좁은 듯한데 물살은 빨라 보인다

 

 

백사장은 거의 없고 수심이 깊어 보인다.

나중에 이 강을 거슬러 YURIMAGUA로 올라가는 길에 여객선 선장에게 마라뇬 강의 수심을 물어 보았더니 120m에서 180m 정도된단다.

뭔 소리야, 우까얄리 강은 3~12m라던데...

 

아래 사진은 정글에 들어가기 위해 벼 논을 지나가는데, 아마 직파 방식인 모양인데,

벼의 생육 상태가 좋다.

벼가 병을 앓았거나 병을 앓을만한 기미는 전혀 없다.

"어떻게 아냐고?"

"느낌이지..."

 

하여간에 벼의 생육 상태가 우까얄리에서 엘로이가 나에게 말했던 벼의 헥타르 당 생산량이

3.5톤이라는 말이 맞는 모양이다.

이 기후라면 3모작이 가능하지 않을까?

 

 

강변으로 산책나온 개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몇 시간을 가도 민가를 구경하기 힘든 곳이다.

개도 반갑다...

 

 

 

이시드로는 노 젓는 배로 강물을 거슬러 올라갈 땐 강가로 가고 내려올땐 강의 중심으로 항상 길을 잡는다.

왜 그런고 물어보니 물의 흐름 때문이란다.

마라뇬 강가 흙이 침식되는 쪽은 나무 뿌리가 흐르는 강물에 패여버려 나무가 강을 향해 넘어지고 그곳에 나무토막이나 쓰레기등이 걸려 부초가 자란다. 

그밑에  물고기가 많은지 새들이 많다.

넘어지고, 죽고, 다시 그것에 기대어 생명이 자란다.   

  

 

내게는 공포의 집이었다.

모기가 얼마나 많은지 밥 한 숟가락 뜰 동안 손에 붙은 모기를 몇 마리는 잡을 수 있었다.

이집 주인이며 이시드로 친구의 어머니인 저 할머니는 이곳에서 평생을 사셨다는데 느낌이 특별했다.

자주 볼 수 없는(이곳은 관광 코스가 아니다) 이방인을 보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리고 지금 앉은 저곳에서 몇 시간을 앉아 있었다.

생선을 구워 먹거나 뭔가 주물럭 거리곤 했는데, 할머니가 목적하고 의식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으며 이시드로와, 나, 그리고 이시드로의 처남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저곳에는 모기때문에 내가 오 분을 앉아 있을수 없는 곳이다.

그런데 할머니는 평생을 이곳에 살았다. 

할머니 앞에서 나는 기가 죽었다. 

 

 

생선 졸인 국물과 밥, 그위에 생선 한 토막.

일반적인 이곳의 식사이다.

밥 위에 생선 대신 바나나를 올리기도 하는데...

아이들 밥에 생선을 올려주려고 노력한다.

단백질 많은 것을 아이들에게 주려는 어른들의 공통된 사랑일까?

어쨌든... 나는 풀잎으로 차려진 이 식탁에서 모기에게 쫓겨나, 걸으면서 밥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곳은 호수이다.

폭이 좁으나 길이는 수십 키로에 이른다.

모기가 이눔때문인가?

이곳 아니라도 곳곳에 물이긴 하다...

이곳의 물속이나 물가의 흙은 발이 쉽게 빠진다.

조심해야 한다.

 

우기엔 저 마체떼 서있는 곳까지 물이찬다, 나무에 물이 찬 흔적이 남아있다.

이 광활한 땅에 우기엔 저렇게 물이 찬다고 보면 아마존 유역은 강이 아니라 바다이다.

SK 에너지가 페루에서 가스전 하나 뚫어서 대박을 뜨터렸다는 거 아는사람은 다 아는데...

그 가스전으로 장비를 홍수 때를 이용해 뗏목으로 옮겼다는 전설이 있다.

물론 이 지역은 아니지...

 

 

 

 

Quebrada가는 길 입구에 낮선 나무와 열매가 보인다.

과일이냐고 물어보니 따서 쪼개며 보여준다.

열매 안은 작은 씨앗이 여러 개 있다.

그 씨앗의 과육이 축제 때 얼굴에 칠하고 하는 물감이란다

손으로 문질러보니 붉은색이 산뜻하다.

이시드로의 얼굴에 줄을 그어 주었다.

 

 

작은 옥수수 밭을 지나는데 밭을 조성한지 오래되지 않은 모양이다.

밭 조성할때 베어 눕힌 나무는 길의 가드레일이 되었다.

 

 

께브라다의 아주 작은 물줄기에 카누가 숨어(?)있다.

이시드로 혼자서 카누를 넓은 께브라다까지 끌어와 같이 탔는데 카누의 주인이 누구인지 글 쓰는 지금에야 궁금해진다.

 

 

처음 본 정글의 께브라다.

 

 

카누를 저어나가자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 매우 생소하다.

이시드로는 카누에서의 몸가짐에 대해 주의를 준다.

카누가 쉽게 뒤집어지는 관계로 앞을 향해 바로 앉고 무게 중심이 이동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말하자면 엉덩이를 움직이지 말라는 말.

 

 

새가 매우 많다.

동작 빠른 새는 사진을 못 찍고 동작 느리거나 사람을 겁내지 않는 새는 사진찍고.

 

카누는 용각산 임니다... 소리가 나지 않슴니다.

 

그러고 보니 이곳엔 판자 배가 없다.

원숭이는 아침 일찍 오면 볼 수 있다고 한다.

별로 보고 싶지 않다, 내 얼굴이나 그 얼굴이나...

 

 

거목이 물속으로 넘어졌다.

넘어진 나무가지 주변으로 부초가 붙어 자라고... 물의 흐름이 없는 이곳에는 부초가 떠돌아 다니지 않는다...

부초... 한수산 씨... 그 소설의 줄거리도 기억나지 않는다...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지... 몰라, 난.

 

물빛이 갈색이다.

물은 분명히 아주 맑은데...

고요한 정적을 깨트리는 것은 카누의 노질 뿐이다.

아니다! 내가 틀렸다.

가끔은 새의 울음 소리가 물의 고요를 깨뜨린다.

 

이 물은 아마 일부가 천 년 만 년을 이곳에서 빠져 나가지 못했을것...

 

 

생이 비틀거리고, 자연이 비틀거리는 구나.

아름다운 권위를 보여주던 고목이 저 홀로 아파하다, 오래전에 쓰러졌다.

그 죽은 가지를 사람이 또 잘랐다.

이런 평범하고 고요한 자연의 무게는 묘하게 숨이 막힌다. 

저 파랑새가 밟고 있는 죽은 가지와 그 아래 무시로 돋는 새싹...

그리고 떨어진 낙옆...

 

이곳의 파랑새는 피눈물의 녹두밭을 잊었다.

 

 

간 큰 새들은 사람이 가까이 가도 날아가지 않는다.

물고기를 먹는 녀석들이 많이 서식하나 보다.

이눔들은 정글이고 사막이고 페루에서 가장 흔한 새들인데 이름은 모른다.

독수리 종류일 것이다.

썩은 시체를 잘 먹는다던데...

 

 

이시드로는 물고기를 발견 하고는 한 창에 잡았다.

겨누는 것을 보았으나 그의 창이 겨눈 곳의 물고기는 보지 못했다.

잡은 물고기를 바로 마채떼로 토막 내더니 미끼로 물속에 이곳저곳 던지니, 곧 고기가 물려온다.

 

 

노젓는 팔이 아플 무렵, 내가 이시드로에게  말했다.

"야. 너 낼 아침에 나 데리러 와라."

동력 없는 카누로 이곳에 오기 위해선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창과 낚시만 가지고온 내 형편을 아는 지라......

이시드로는 물끄러미 나를 쳐다본다...

 

글과 사진 : 조니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