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La reine de Saba(시바의 여왕), Sylvie Vartan y 개 같은 인생

부에노(조운엽) 2016. 9. 10. 18:53

 

 

부에노 닮은 멍멍이... 헉~~~

 

 

지금 당신은 개보다 행복한가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짚어 보노라면 마당 있는 집이면 어김없이 한 구석에 개집이 있었다. 

그리고 그 개집 앞에는 찌그러지거나 구멍 난 양은 냄비 같은 개 밥그릇이 놓여있고, 밥찌꺼기보다 아이들이 갓 싼 따끈한 떵을 더 좋아하던 잡종 개가 매여 있었다. 

애견 센터나 동물 병원 같은 건 아예 없던 시절이었다. 

개들은 그야말로 개 같이 살다가 복중의 어느 하루 천변으로 끌려 나가 개처럼 두들겨 맞고 아버지들의 몸보신거리로 일생을 마쳤다. 

그래도 개들은 단 한 번도 '개새끼'라는 말에 이빨을 드러내고 덤비지 않았고, 술에 취해 귀가한 '개망나니' 같은 주인의 발길질에 채여도 다시 그의 발소리가 들리면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반겼다. 

그토록 충실하고, 우직하고, 변함없던 친구. 

추억 속의 개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 한 구석이 아릿해진다.

우리 집에서 기르던 개 이름은 '딸랑이'였다. 

희고 검은 털빛이 얼룩덜룩했던 딸랑이는 영리하고 눈치가 빠른 개였다. 

가족들이 외출을 하려고 채비를 하면 딸랑이는 얼른 낌새를 알아채곤 낑낑거리며 저도 데려가 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때는 더더욱 개를 데리고 어딘가로 외출한다는 것이 불가능했다. 

우리는 딸랑이의 눈치를 보며 살금살금 집을 빠져 나와 아버지의 오토바이에 재빨리 올라탔다. 

어린 시절 내가 살던 '심곡 마을'은 드라마 '모래시계'로 유명해진 정동진에서 십 리를 더 간 오지의 마을이었다. 

강릉 시내라도 나갈라치면 아버지의 낡은 혼다 오토바이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꼬박 십 리 길을 걸어가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네 식구를 몽땅 태운 오토바이가 부릉거리며 출발하는 순간, 어딘가에서 쥐를 쫓거나 땅을 파고 있던 딸랑이가 불현듯이 달려 나와 오토바이를 따라왔다. 

헐떡거리며 미친 듯이 주인을 따라오는 딸랑이의 모습은 언제나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가! 빨리 집에 돌아가! 우리는 널 데리고 갈 수가 없어!”
하지만 딸랑이는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올 기세로 맹렬하게 달렸다. 

결국 속도를 높인 아버지의 오토바이를 놓치고 제풀에 지쳐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나는 힘겨워하는 딸랑이의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해서 아버지의 등에 얼굴을 깊이 묻었다. 

웬일인지 내겐 그 모습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슬펐다. 

딸랑이는 결국 쥐약을 먹고 죽었다. 

바닷가에서 발견된 딸랑이의 입가에는 하얀 거품이 묻어 있었다. 

나는 엄마와 동생과 함께 뒷마당에 구덩이를 파고 딸랑이를 묻었다. 

어쨌거나 그것이 내가 세상에서 경험한 첫 번째 이별이었다.

매트 와인스타인과 루크 바버가 쓴 에세이 '지금 당신은 개보다 행복한가요?, 아인북스'를 읽으며 줄곧 딸랑이를 생각했다. 

나는 별로 좋은 주인이 아니었지만, 딸랑이는 언제나 나를 좋아했다. 

딸랑이는 항상 명랑하고 행복했고, 그래서 불의의 사고로 죽었음에도 나는 딸랑이가 좋은 곳으로 갔음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개는 기꺼이 사랑하고, 헌신하고, 매 순간순간을 충실히 살았으므로.

사람들은 자기들의 편의를 위해 개를 훈련하지만 정작 개에게서 배우는 무언가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은 옳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를 비천하게 여기며 무시한다. 

하지만 개들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현명하고 삶을 제대로 즐기며 사는지도 모른다. 

쉽게 용서하고,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듣고, 늘 자기 자리로 돌아오고, 남과 비교하지 않고, 참을성이 많고, 항상 편안하고 낙천적으로 살고, 애정을 숨김없이 표현하며, 작은 일에도 기뻐하고, 노는 것을 좋아하고, 자유롭게 달리며, 무엇보다 주어진 삶에 행복해하며 현재에 만족할 줄 아니까. 

이 책을 읽노라면 '개 같은 인생'이라는 말이 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개만큼도 현재를 즐기고 삶을 사랑하며 살지도 못하는 주제에 사람이라는 게 무어 그리 큰 벼슬이란 말인가? 

정말 우리는 지금 개보다 행복한 것일까?  

 

 

글 김별아 님

 

 

 

 

 

La reine de Saba(시바의 여왕), Sylvie Vart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