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레

진정 난 몰랐네, 조관우 y 어느 산골 소녀의 편지

부에노(조운엽) 2016. 9. 14. 09:25

 

 

웃는 모습이 아름다운 어느 산골 소녀 ^^

 

 

 

어느 산골 소녀의 편지

 

 

'이 세상은 갈대처럼 살아야 한다. 흔들려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면서 말이다. 누가 그랬던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고….'
 

저는 산골 소녀입니다. 

가정환경이 평범하지 못했던 저는 여느 아이들처럼 아빠 앞에서 재롱 한번 떨어보지 못했고, 엄마의 따뜻한 가슴이 어떤 건지도 모르며 자랐습니다.
제가 여기에 글을 올리는 것은 저의 이런 생활들에 대한 동정심을 얻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저는 세상에 저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있음을 알고 있고, 저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지나간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난 저는 어렸을 때 부모님의 웃음을 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아빠는 매일 술에 취해 밤늦게 집에 들어왔고 엄마는 매일 맞아서 울었습니다. 

철없는 어린아이였던 저는 울다 지쳐 구석에 처박혀 잠이 들고는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엄마는 저와 동생에게 새 옷을 입히며 껴안고 우리의 볼을 만지며 울음을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다가 할머니 손에 이끌려 온 곳이 바로 이곳 강원도 시골 마을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인자하고 따뜻하시지만 할아버지는 어린 우리에게는 무서운 분이였습니다. 

할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하셨지만, 우리에게 자주 매를 드셨습니다. 

그런 할아버지 때문에 동생과 나는 이 집 저 집으로 도망 다녀야 했고 때로는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덜익은 과일을 훔쳐 따먹으며 울기도 했습니다.

 

엄마는 명절에 가끔씩 다녀가셨습니다. 

엄마가 오실 때는 맨발로 마당까지 뛰쳐나갔습니다. 

그리고 엄마를 껴안고 서러움과 그리움에 복받쳐 한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한번은 명절 음식을 먹다 체해 계속 누워있던 적이 있었습니다. 

너무 심하게 체했기 때문에 엄마가 따주신 엄지손가락의 효과도 전혀 없었습니다. 

나의 아픈 모습을 끝까지 봐주지 못하고 울며 떠나시던 엄마의 모습이 지금도 아른거립니다. 

 

그것이 엄마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엄마와 나의 만남은 언제나 눈물로 시작해서 눈물로 끝났습니다.
아빠는 가끔 전화로 연락을 해왔는데 그 때마다 술에 취한 목소리뿐 아빠는 볼 수 없었습니다.

 

언젠가 추석을 앞둔 밤에 전화벨이 크게 울렸습니다. 

할머니께서 전화를 받으시더니 얼굴이 굳어져 동생과 나를 건넌방으로 가라하셨습니다.

 

다음날 새벽 할머니께서는 급히 수원에 가신다며 길을 떠나셨지만 무슨 영문인지 몰랐습니다. 

그 전화가 아빠의 사망소식을 전하는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아빠의 뼛가루를 산에 뿌리며 이제 이 세상 어느 곳에도 내가 기댈 곳이 없다는 허탈감과 서러움에 울음이 솟구쳤습니다. 

우리에게 따뜻한 관심을 주지 않던 아빠였지만 아빠를 잃은 슬픔은 컸습니다.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저는 공부는 뒤로 하고 가족과도 멀어졌습니다. 

난 불행한 아이고, 세상은 너무도 불공평하다는 생각에 마음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할머니의 옷장에서 편지 한 묶음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엄마가 할머니에게 보낸 편지였습니다. 

우릴 버렸다고 원망만 했던 엄마였지만, 우리 때문에 고생하시고 때로는 우시던 흔적이 편지에 묻어 있는 걸 보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날 밤 마당가에 앉아 맘껏 울었습니다. 

어딘가에 계신 엄마의 모습이 보고 싶기도 했고, 이제껏 나만의 생각으로 잘못된 길을 걸어왔다는 생각에 설움이 북받쳤습니다.

 

그 날 이후 난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소녀가 되리라 마음먹었습니다.
언젠가 저는 할머니께 엄마가 우리에게 연락을 끊은 이유를 여쭌 적이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당황하며 머뭇거리시더니 '이 다음에 네가 어른이 되면 말해주마'하시며 얼른 자리를 피하셨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굳이 할머니께서 말씀해 주지 않으셔도 알 것 같습니다. 

 

그간 짧지 않은 시간을 헤매면서 얻은 저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습니다. 

'세상은 자신이 마음먹기에 따라 밝을 수도, 어두울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어느새 잠든 동생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사랑스러워 보입니다.
“그래, 우리 둘이 꼭 행복하게 잘 살자.”
잠든 동생의 따뜻한 손을 잡고 말해 봅니다.

창 밖의 별이 오늘따라 더욱 아름답게 빛납니다. 

 


출처 : 인터넷 좋은생각 사람들 김순영 님

 

 

 

 

진정 난 몰랐네, 조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