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레

고귀한 선물, 장은아 y 식물이 역사를 뒤집다

부에노(조운엽) 2013. 1. 30. 16:38

 

 

그리스 선적의 유조선 '에게안 엔젤' 호

 

 

식물, 역사를 뒤집다

 

 

'살기 위해 먹나, 먹기 위해 사나?'라고 물으면 당신은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분명히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이성적인 답변인데 우리는 먹기 위해 사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잦다.

전에 희랍 선주 배를 탈 때 그리스 사관 두 명이 같이 탔다.

한국 선원들이 먹는 음식을 같이 먹으려니 고역이었을 거다.

그래서 종종 자기들이 해먹기도 했는데 조리장에게 양배추와 감자를 더 많이 달라고 했다.

그래서 주부식 실을 때 양배추와 감자를 평소보다 몇 배 더 주문했는데 양배추 올라오는 것을 보더니 두말 안 하고 보따리 싸서 하선하더라.

저것 먹고는 배 못타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서양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 양배추가 로마 역사를 바꿨다고 한다.

양배추가 인간과 본격적으로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은 2,500여 년에 불과하지만, 

역사적으로는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수확량이 많아 전쟁 때면 전시 작물로 급부상한다.

이 양배추에 매혹된 이가 상당히 많은데 미국 퍼스트레이디 엘리너 루스벨트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이 있고, 고대에는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있다.

이 양배추 마니아 황제는 달마티아 지방에서 양배추를 기르겠다며 황제 자리에서 은퇴했다.

그가 만약 양배추에 빠져 제위에서 물러나지 않았다면 이후 벌어진 내란이 좀 더 늦어져 로마 제국이 더 오래 존속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세계 각 지역은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를 이어왔다.

이런 차이를 만들어낸 근본적인 요인이 무엇인지는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나 뜻밖에도 '식물'이란 요소로 분석하면 쉽게 풀이될 수 있다.

 

 

Susan Sarandon celebra con "mate de coca" reapertura de Machu Picchu

 

 

 

중남미에는 왜 다른 지역보다도 많은 거대 건축 문명이 발달했을까?

중남미 원주민의 주식은 옥수수다.

옥수수는 다른 작물보다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훨씬 더 많다.

쌀이나 밀보다 식량 확보가 쉬워 노동력에 여유가 생긴다.

곡식 재배에 들이는 시간이 다른 문명권보다 적어 거대 국가사업에 많은 인원을 동원할 수 있었고 그래서 거대 건축 문화가 가능했던 것이다.

 

 

 

 

악마라던 감자가 어떻게 유럽의 기근을 구했을까?

잉카 제국은 옥수수와 함께 감자를 유용하게 활용했고, 이후 스페인에서 온 정복자들은 감자와 다른 전리품을 유럽으로 보냈다.

감자가 처음 유럽에 발을 들였을 때에는 실제로 환대를 받지 못했다.

16, 17세기는 유럽에서 종교적 긴장과 미신이 팽배한 시기였다. 

악마의 손길로 보이는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었고, 사람들은 도발적인 모습을 갖춘 감자를 향해 의심의 눈길을 돌렸다.
시체를 매장하듯 차디찬 땅속에 파묻었을 때 살이 통통하게 오름과 동시에 그 수를 늘려 가는 이 식물의 불온한 습성이 그들을 더욱 자극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약제사 파르망티에는 ‘사람들에게 땅속의 사과를 먹이자.’라며 앞선 생각을 했다.

1770년 그는 루이 16세로부터 일급비밀 작물인 감자를 베르사유 궁전의 채소밭에 심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밭에 일부러 경비병을 세워서 감자를 지키도록 했다.

철저한 감시가 이어지면서 사람들은 이 작물에 더욱 관심을 보였고 어둠을 틈타 밭을 습격하는 사건이 계속 벌어졌다.

서민들은 그렇게 불법으로 획득한 감자를 이곳저곳으로 전달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감자는 프랑스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유교라는 독특한 지배 이념이 중국과 한국에서 융성한 까닭은 뭘까?

한국과 중국의 주식인 벼는 물로 채운 논에서 1년 내내 정성껏 키워야만 한다.

연중 안정적으로 물을 확보해 논에 공급해야 하므로 조직적인 협업이 필수적이다.

그러다 보니 수많은 인원을 조직해 체계적으로 동원하는 강력한 지도력, 그리고 그 지도력에 복속하게 하려면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이념이 필요했다.

그런 점에서 유교는 벼농사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사람들이 이웃 나라 캐나다보다 차를 4분의 1 정도밖에 마시지 않고 주로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미국 사람들이 차보다 커피를 즐겨 마시는 이유는 미국 역사만 들여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영국은 식민지 아메리카에 차를 팔면서 막대한 세금을 매겼고, 아메리카 이주민들은 이에 반발해 보스턴 앞바다에 차를 내다 버리며 독립 전쟁에 나서게 됐다.

영국의 억압을 상징하는 차는 당연히 미국에서 인기가 좋을 리 없었다.

 

인간이 이룬 모든 문명과 역사의 바탕에 식물이 있다.

인간은 식물을 주식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음식은 물론 집도, 연료도 모두 식물한테서 얻으며 살아왔다.

인간의 역사는 이런 점에서 결국 식물과 공존해온 관계의 역사이기도 하다.

 

 

 

 

영국의 사회사학자이자 원예 저술가인 빌 로스의 책 '식물, 역사를 뒤집다.'는 인간 문명을 이끌어온 주요 식물에 대한 소개서다.

동서양 대표 식량 작물인 벼와 밀, 옥수수, 감자 같은 가장 중요한 식물부터 커피와 차, 후추 같은 기호품임에도 역사를 바꾼 식물들, 그리고 중요한 과일과 기능성 식물까지 50가지를 소개했다.

이 주요 작물들은 마치 공기와도 같은 것들이다 보니 우리는 오히려 식물이 얼마나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실감하지 못하고 산다.

책은 이 쉰 가지 식물들이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바꿔왔는지 간략하게 설명하면서 재미있는 일화들을 곁들여 소개한다.

 

차가 만들어낸 거대한 역사적 변화들을 살펴보면 미국 독립의 도화선이 된 보스턴 차 사건은 그야말로 애교스러운 수준이다.

중국 정신문화의 동반자 구실을 해온 차는 중국의 최고 히트 수출품이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차 수입으로 무역 적자가 심해진 유럽이 만회 책으로 아편을 중국에 수출하면서 차는 순식간에 중국을 몰락시킨 식물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것도 약과.

동남아시아 지역은 차 재배에 적합하다는 것 때문에 서양의 식민지가 되는 운명을 겪어야 했다.

 

 

 

 

인간의 탐욕은 한 식물을 약으로 때론 독으로 만들기도 한다.

삼이 대표적이다.

인간이 재배해온 가장 오래된 식물 중 하나인 삼은 쓸모 많기로 으뜸가는 작물임에도 대마와 마리화나라는 이름으로 그 어떤 식물보다도 많은 사람을 파멸시킨 악마 같은 이미지가 강하다.

그럼에도 삼은 오랜 세월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었던 것처럼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현대인의 생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제초제나 비료 없이도 잘 자라고 목화보다 네 배나 질긴 이 특별한 식물은 시원한 여름옷과 청바지 재료부터 주택용 절연재, 자동차 외장재까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삼이 인간과 지구를 구원할지도 모르겠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플라스틱 제품을 대체할 천연 대용품으로는 삼만한 것이 없으니 말이다.

 

 

 

 

  

고귀한 선물, 장은아

 

갈매기 날으는 바닷가에도
그대가 없으면 쓸쓸하겠네
파도가 밀려와 속삭여줄 때도
그대가 없으면 쓸쓸하겠네

행복이 가득찬 나의 인생은
그대가 전해준 고귀한 선물
이 세상 어디에 서 있을지라도
그대가 있으니 슬프지 않네

 

행복이 가득찬 나의 인생은
그대가 전해준 고귀한 선물
이 세상 어디에 서 있을지라도
그대가 있으니 슬프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