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인생, 이대 수석으로 입학했다가 법의관이 된 정하린 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지하 1층 부검실 한가운데 놓인 부검 테이블.
하늘색 덧가운을 입은 정하린(31) 법의관이 부검하고 있다.
정씨는 급성 심장사로 추정되는 40대 남성을 이곳에서 부검해 감정서에 부검의로 처음 이름을 올렸다.
테이블은 정리돼 있었지만, 피비린내와 시취(屍臭·시신이 부패하는 냄새)까지 지워지지는 않았다.
"향수를 만드는 사람에게서 향기가 나고 의사에게서 소독약 냄새가 나듯 법의관에게 시취가 풍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에요. 자랑스러운 훈장이 아닐까요?"
정씨는 '엄친딸'이었다.
과학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0년 이화여대에 전체 수석으로 입학했고, 6년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모교에서 교수직 제의도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교수의 꿈을 뒤로하고 국과수를 택했다.
정씨는 세계 최고의 여류 추리소설가로 꼽히는 영국의 애거사 크리스티의 책들과 함께 자랐다.
추리소설 속에서 과학적, 객관적 증거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달았다고 한다.
지난해 첫 부검 참관 교육 때 인생의 진로를 결정했다.
그녀는 삶을 다루는 의사가 아니라 죽음을 만지는 의사가 되기로 결심을 굳혔다.
정씨는 '그날 내가 평생 걸어가야 할 길을 부검 테이블 옆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부검실에서 여성 법의관 정하린 씨와 경희은 씨가 시신에서 적출한 장기를 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스테인리스로 만든 은색 부검 테이블에는 고압선 감전사로 보이지만 타살 의혹이 제기된 16세 소년의 시신이 올려져 있다.
잠든 듯 누워 있는 시신에서 심장과 폐, 간, 위장 등의 장기를 차례로 꺼내고 무게를 달았다.
법의관과 연구사들의 부검이 진행되는 동안 소년을 죽음으로 이끈 원인이 한 꺼풀씩 벗겨졌다.
올 초 병리학 전문의 시험을 통과한 정씨는 국과수 법의관에 최종 합격했다.
의무사무관(5급) 신분증을 목에 걸게 됐다.
부검을 통해 사인을 밝히고 망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법의관은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려운 변사체, 지독한 시취뿐만 아니라 엄청난 심리적 중압감과 싸워야 한다.
남자도 힘겨워하는 일이라 23명의 법의관 가운데 여성은 현역 최고 선임인 박혜진(42) 씨와 박소형(34), 김민정(32) 씨, 정 씨와 같은 날 법의관이 된 동기생 경희은(31) 씨 등 5명에 불과하다.
정씨는 '돈 잘 버는 전공을 선택할까 하는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고 했다.
곱게 키운 딸이 법의관이 되겠다는 '폭탄선언'을 하자 부모님은 '험한 일도 정도가 있다. 평생 시체에 둘러싸여 살 거냐'며 정씨의 마음을 돌리려 했다.
그러나 딸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정씨는 '부검은 죽은 자를 통해 산 자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사인을 밝히는 것을 넘어 남은 자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해답을 주는 일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그녀는 '부검에 들어가면 최대한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 법의관의 제1원칙이지만 눈물이 쏟아질 때도 있다'고 했다.
얼마 전 어린이집에서 갑자기 숨진 8개월 된 아기의 시신을 부검할 때가 그랬다.
"부검실로 들어가는데 아기 아버지가 부탁하더군요. 아프지 않게 해 달라고…."
음악 평론가들에게 최고의 노랫말로 선정되었던
서른 즈음에, 김광석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 품은 담배연기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뛰어가는 내 가슴 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꼬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 자우림 y 시조로 인생이 바뀐 해맑은 젊은 군인의 미소 (0) | 2013.02.20 |
---|---|
가시나무 새, 자우림 y 나눔으로 인생이 바뀐 사람들 (0) | 2013.02.20 |
돌고 돌아가는 길, 노사연 y 돌고 도는 인어들 (0) | 2013.02.20 |
난 바람 넌 눈물, 백미현 & 신현대 y 나눔 (0) | 2013.02.20 |
해후, 최성수 y 길눈이 어두운 이들에게 (0) | 2013.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