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서른 살.
그동안 세상은 나에게 '가지라.'고 가르쳤다.
그러면 너의 삶이 풍족해짐과 동시에 안정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가지려 하면 할수록 더 불안하고 조급해지는 나의 삶에 경종을 울려 줄 만한 일이 필요했다.
그러던 어느 날 까미노 데 산띠아고로 떠났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1171B9454F3207FB2B)
한 달이 넘는 기간.
갈아입을 옷 한 벌과 살림살이를 몽땅 배낭 하나에 넣고 오로지 내 몸 하나에 의지해 걸어야 하는 순례의 길.
그렇게 걷고 걷기를 여러 날, 까미노 데 산띠아고는 내게 말했다.
“지금 당장 잘 때와 길을 걸을 때 필요한 것 말고는 모두 네 배낭에서 비워라. 그러지 않으면 더는 걷지 못하리라.”
받아들여야 했다.
내 몸 말고는 의지할 데가 없었으므로.
머리를 감고 얼굴과 몸을 씻고 빨래를 하는 용품을 달랑 비누 하나로 통일했다.
비상약과 일기장을 제외하고, 책을 포함해 버릴까 말까 고민했던 것들을 다 버렸다.
이내 나의 어깨와 두 다리가 가벼워졌다.
이리 편한 것을 왜 그렇게 집착했을까?
![](https://t1.daumcdn.net/cfile/blog/176A5A454F3207F734)
앞서서 이 길을 걷고 있는 다른 순례자들의 배낭무게가 내 것보다 훨씬 가볍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그들은 걷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었는데 나는 그 멀리까지 가서도 버리지 못한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있었던 것이다.
배낭에서 짐을 덜어낸 뒤 나는 순례자들과 서로 돕고 위로하며 길을 걷게 되었다.
그것은 버림으로써 얻을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었다.
배낭의 무게는 곧 삶의 무게이다.
배낭이 가벼워야 다른 사람을 생각할 수 있는 배려의 마음을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다.
내 삶이 무겁고 버거운데 남이 눈에 들어오기 쉽겠나?
![](https://t1.daumcdn.net/cfile/blog/197A87454F3207E21D)
그때부터였다.
'내 삶의 무게와 부피를 줄여 보자.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면 이곳에서 배웠던 것처럼 나를 둘러싼 삶의 무게와 내가 버리지 못해 끌어안고 있던 것들을 과감히 쳐내자.'고 결심하게 된 것이.
가지면 가질수록 삶의 무게는 무거워진다.
욕심은 배가 되고 삶은 강퍅해질 것이며 더 가지고 지키기 위해 애쓰다 보면 자기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조차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
내게 주어진 하나를 버릴 때 아깝다고 생각지 말자.
버리고 나면 마음은 한결 가벼워질 것이며 그로 말미암아 얻는 것은 두 배 이상이 될 것이다.
가수 박기영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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