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서른 살.
그동안 세상은 나에게 '가지라.'고 가르쳤다.
그러면 너의 삶이 풍족해짐과 동시에 안정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가지려 하면 할수록 더 불안하고 조급해지는 나의 삶에 경종을 울려 줄 만한 일이 필요했다.
그러던 어느 날 까미노 데 산띠아고로 떠났다.
한 달이 넘는 기간.
갈아입을 옷 한 벌과 살림살이를 몽땅 배낭 하나에 넣고 오로지 내 몸 하나에 의지해 걸어야 하는 순례의 길.
그렇게 걷고 걷기를 여러 날, 까미노 데 산띠아고는 내게 말했다.
“지금 당장 잘 때와 길을 걸을 때 필요한 것 말고는 모두 네 배낭에서 비워라. 그러지 않으면 더는 걷지 못하리라.”
받아들여야 했다.
내 몸 말고는 의지할 데가 없었으므로.
머리를 감고 얼굴과 몸을 씻고 빨래를 하는 용품을 달랑 비누 하나로 통일했다.
비상약과 일기장을 제외하고, 책을 포함해 버릴까 말까 고민했던 것들을 다 버렸다.
이내 나의 어깨와 두 다리가 가벼워졌다.
이리 편한 것을 왜 그렇게 집착했을까?
앞서서 이 길을 걷고 있는 다른 순례자들의 배낭무게가 내 것보다 훨씬 가볍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그들은 걷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었는데 나는 그 멀리까지 가서도 버리지 못한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있었던 것이다.
배낭에서 짐을 덜어낸 뒤 나는 순례자들과 서로 돕고 위로하며 길을 걷게 되었다.
그것은 버림으로써 얻을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었다.
배낭의 무게는 곧 삶의 무게이다.
배낭이 가벼워야 다른 사람을 생각할 수 있는 배려의 마음을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다.
내 삶이 무겁고 버거운데 남이 눈에 들어오기 쉽겠나?
그때부터였다.
'내 삶의 무게와 부피를 줄여 보자.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면 이곳에서 배웠던 것처럼 나를 둘러싼 삶의 무게와 내가 버리지 못해 끌어안고 있던 것들을 과감히 쳐내자.'고 결심하게 된 것이.
가지면 가질수록 삶의 무게는 무거워진다.
욕심은 배가 되고 삶은 강퍅해질 것이며 더 가지고 지키기 위해 애쓰다 보면 자기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조차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
내게 주어진 하나를 버릴 때 아깝다고 생각지 말자.
버리고 나면 마음은 한결 가벼워질 것이며 그로 말미암아 얻는 것은 두 배 이상이 될 것이다.
가수 박기영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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