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레

당신은 몰라, 최헌과 검은 나비

부에노(조운엽) 2013. 3. 29. 06:32

 

 

 

 

삼가 명복을

 

 

 

대마초, 그 희한한 풀은 한국의 대중음악이란 밭을 풍성하게는커녕 아예 황무지로 만들어버렸다.

1975년 말부터 1976년까지 100명이 넘는 연예인들이 이른바 '대마초 파동'으로 구속되었다.

이들은 방송 활동은 물론이고, 밤무대라 부르는 야간업소 활동까지 정지당했다.

음악인의 입장에선 노래를 부를 수도 새로운 노래를 발표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주위가 온통 절벽이었다.'는 신중현의 토로는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철들기 전부터 해왔던 음악이란 것을 대마초와 그 처벌에 의해 놓아버려야 한다는 상실감은 당사자가 아니고서야 누가 짐작할 수 있을까.

신중현, 김추자, 김정호, 김도향, 이장희, 윤형주, 김세환, 임창제, 이종용, 임희숙, 정훈희….

셀 수 없이 많은 음악인들이 상실감을 맛보며 뒤로 물러서야 했다.

열거한 이름들에서 알 수 있듯 이것은 록과 포크로 대변되던 '청년문화'의 명백한 암흑기였다.

 

  

 

 


그리고 최헌이 등장했다.

갑자기 등장한 깜짝 스타는 아니다.

최헌은 명지대에 재학 중이던 70년대 초 국내 최고의 인기 그룹 중 하나인 '히식스'의 기타리스트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이후 그룹 '검은 나비'를 결성해 '당신은 몰라'를 히트시킨 최헌은 76년 새로운 그룹 '호랑나비'를 결성해 '오동잎'을 발표해서 국민적인 애창곡이 되었다.

그후 최헌은 '앵두'와 '가을비 우산속'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는 한국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목소리의 소유자였다.

그가 히식스나 검은 나비의 보컬리스트로서 들려줬던 음색은 단순히 '허스키 보이스'란 말로는 설명이 부족한 독특한 것이었다.

그만의 특색있는 보컬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연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