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 해부학자
세계 여의사회 회장 취임을 앞두고 있는 연세대 의대 해부학교실 박경아 교수를 만나려고 전화해 학교 연구실로 찾아가겠다고 했다.
박 교수는 다른 장소를 제안했다.
"장례식장 1층에서 만나요. 거기가 제일 찾기 쉽거든."
얼떨결에 약속을 하고 나서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기분이 무거웠다.
죽음, 슬픔, 영안실 같은 어두운 느낌의 단어들을 떨칠 수가 없었다.
'참관실, 안치실, 영결식장, 장례용품점'이라고 쓰인 표지를 지나 1층 커피숍에서 박 교수를 기다리는 동안 상복 차림의 유족이 침울한 표정으로 지나갔다.
잠시 후 팔랑이는 치마를 입은 박 교수가 경쾌한 걸음으로 등장했다.
장례식장에서의 약속은 처음이라고 하자 크게 웃었다.
"하하하, 왜요? 무서워서? 그럴 수도 있겠네. 그런데 우리 해부학교실은 장례식장과 가까이 있으려고 해요. 그래야 시체가 빨리빨리 들어왔다 나갔다… 뭐, 편하잖아!"
박 교수의 어머니인 나복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국 최초의 여성 해부학자다.
병리학 교수였던 남편이 6·25전쟁 때 납북된 후 딸을 홀로 키웠다.
박 교수의 이야기를 듣는 사이 동창 모임을 마치고 온 어머니 나복영 교수가 인터뷰에 합류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해부학 실습실로 자리를 옮겼다.
장례식장을 나와 5분 거리인 실습실로 가는 길, 다시 마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해부학 교실'이라는 말이 주는 공포가 점점 커지더니 실습실 문 앞에서 극에 달했다.
입구엔 라틴어가 쓰인 액자가 붙어 있었다.
"MORTVI VIVOS DOCENT."
'죽은 자가 산 자를 가르친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은 해부학 실습을 하루 만에 끝나는 간단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시체 한 구를 해부하는 데 석 달 정도 걸린다.
해부학 실습실에 들어서자 흰 천을 덮은 카트가 구름처럼 늘어선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흰 천 아래엔 방부 처리한 해부용 시체가 있다고 했다.
모두 23구였다.
실습실 공기는 소독약 냄새와 함께 축축하고 싸늘했다.
'실습실은 늘 온도를 낮게 유지하나 봐요?'라고 물었다.
박경아 교수가 지긋이 쳐다보았다.
"춥지. 늘 쌀쌀하지. 귀신이 있으니까…."
발이 얼어붙었다.
박 교수는 깔깔거리며 손사래를 쳤다.
"아이고, 놀라긴…. 해부학 실습실에서 귀신을 봤다는 사람은 없어요. 그런데요, 시체는 하나도 안 무서운 거에요. 해가 진 후 캄캄한 해부학 교실에 시체들과 있다? 안 무섭지. 시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잖아. 그런데 거기에 산 사람이 칼 들고 서 있다고 생각해 봐요. 어휴… 생각만 해도 무섭네."
나 교수는 과거 한 여학생이 해부 실습하러 들어왔다가 비명을 지르며 뛰어나간 사건을 말했다.
그 학생은 '분명히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다.'며 엉엉 울었다.
담담한 해부학자도 아는 사람을 해부하기는 매우 꺼린다.
할머니의 신체 특징을 말해보라고 하자 발가락에 상처가 있으셨다고 했다.
확인 결과 그 해부용 시신은 여학생의 할머니가 아니었다.
박 교수는 사람의 몸이라는 것이 죽고 나면 손녀딸도 못 알아볼 정도로 모두 비슷비슷해 보인다고 했다.
"일단 열고 나면 누구인지,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 수가 없어요. 장기들이 크기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오장육부의 모양과 붙어 있는 위치는 똑같거든. 죽으면 몸이라는 게… 생김새가 대개는 거기서 거기거든요."
너무 농담처럼 이야기를 해서 해부학자들에게 '몸'이란 실험 재료일 뿐이 아닐까 궁금해졌다.
박 교수는 '의대 학생 시절 첫 해부를 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몸은 창조주가 만든 최고의 걸작품이라는 생각을 버린 적이 없다.'고 했다.
네 개의 방으로 나뉘어 수십 년 쉬지 않고 뛰는 심장, 모든 음식을 다 녹여버릴 정도로 강력한 산을 뿜어대는 동시에 이 산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점막으로 덮인 위, 배속에 커튼처럼 드리워져 내장을 감싸주는 복막….
"그리고 뇌요! 뇌를 실습해 보면요, 조금 허탈해요. 온갖 번뇌에서 형이상학적인 것까지 다 생각하는 뇌를 실제로 떼어 내놓고 보면 그저 좀 진한 회색의 덩어리처럼 보이거든요. 뇌에서 이어지는 신경 다발인 척수는 요렇게 길쭉한, 굵기가 손가락만 한 관에 불과하죠. 그런데 그 안에 그렇게 많은 신경 조직이 있다는 것이 경이롭지 않아요?"
해부학자들은 시체를 '보물'이라고 부른다.
1950년대부터 해부학자로 일했던 어머니는 '지금은 감사하게도 시신을 기증하겠다는 분이 많아져 의과대 학생들이 해부학을 충분히 공부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예전엔 정말 시체 구하기가 어려웠어요. 정신병원에서 연고가 없는 시체가 가끔 나오거나 경찰이 객사한 행려병자를 넘겨주는 정도였지. 누가 시신을 준다고 하면 나는 바나나를 이만 원어치나 사고, 거기다가 광목 한 필을 얹어서 고맙다고 절을 하고 돌아가신 분의 몸을 받아왔어요."
"착하게 사는 게 결국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착한 생각과 행동을 하려면 몸뚱어리가 있어야 하잖아. 죽고 나서 저렇게 되면 아무리 하려 해도 안 되거든. 그래서 살아 있는 동안에 착하게 살기… 그게 중요한 거에요."
박 교수는 이화여대에서 열리는 제29차 세계 여의사회 국제 학술대회에서 회장에 취임한다.
박 교수는 독일에서 열렸던 회장 선거에서 만장일치로 당선됐다.
임기는 3년이다.
이번 대회엔 40여개 나라에서 천 명이 넘는 여성 의사가 모인다.
글 김신영 기자
사의 찬미, 나윤선
'사의 찬미' 원곡은 루마니아의 작곡가 이바노비치'(Iosif Ivanovich)의 '다뉴브강의 잔물결'입니다.
다뉴브강은 '도나우강'의 영어식 표현이라 '도나우강의 잔물결'이라고도 불립니다.
이바노비치는 루마니아의 군악대장 출신으로 이 곡도 군악대를 위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곡은 비슷한 왈츠이면서 곡목도 비슷한 왈츠곡 중 가장 아름다운 곡으로 평가받는
'요한 스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의 영향을 받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곡의 구성이나 분위기도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사의 찬미'뿐만이 아니라
이 곡의 선율은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미국에서는 '애니버서리 송'
(Anniversary Song)이라는 노래로 편곡되어 대중적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꼬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잡초, 나훈아 (0) | 2016.04.28 |
---|---|
사노라면, 나윤선 y 샹송의 전설 미레이유 마띠유가 내 노래를 리메이크하고 싶다고 (0) | 2016.04.26 |
길, 백미현 y 나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 (0) | 2016.04.24 |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y 양희은 열전 (0) | 2016.04.23 |
그리움 찾아, 어니언스 y 할리 베리 어머님의 가르침 (0) | 2016.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