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여행자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방콕, 카오산 로드
네가 나 없이도 행복할 것이 두렵다
내가 없어도 세상이 잘 돌아간다면, 슬퍼해야 할까 기뻐해야 할까.
서구인은 기뻐하는 쪽, 한국인은 슬퍼하는 쪽이라고 한다.
슬퍼하는 이유는 세상이 잘 돌아간다면 내가 필요치 않다는 뜻으로 생각하니 세상 살아가는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인들은 왜 그 짧은 휴가나 여행도 제대로 즐기지 못할까.
우선, 한국 내 심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강박적인 성실성이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이외에도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서방 국가들처럼 기업과 개인의 관계가 대등하지 않아 자리를 비울 때 눈치를 봐야 한다.
서양인들처럼 일을 다른 사람과 나눠 맡는 워크 셰어링을 하지 않고, 정해진 한 분야에서만 일하기 때문에 오래 비우면 일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실제 휴가나 여행을 가도 즐겁게 지내는 방법을 몰라 서둘러 일터로 돌아오는 일 중독자도 있다.
그런 강박관념은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출판사 한 여직원이 외국 여행 중에 한국에 연락해서 급하게 처리해야만 할 일이 생각났다.
홀가분하게 생각한 여행이라 노트북도 휴대전화도 갖고 오지 않았다.
어렵게 인터넷 카페를 찾았는데 자판이 모두 현지어로 되어 있었다.
전화카드를 사서 사방을 헤맸으나 공중전화 부스를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이런 나라가 무슨 선진국이냐는 불평이 저절로 터져 나왔고, 일과 관련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었다.
혼이 빠진 듯 공중전화 부스를 찾아 헤매다가 시차 때문에 연락해도 더 이상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서야 털썩 길가 벤치에 주저앉았다.
한참 후 마음이 진정되자, 귀국해서 처리해도 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여행중에 왜 갑자기 그 일을 떠올렸는지, 원하는 곳에 공중전화 부스가 나타나지 않자 왜 격하게 분노했는지 돌이켜보았다고 했다.
그랬더니 자기가 원하는 장소에 공중전화 부스가 있어야하듯이, 직장에서도 상사나 동료 심지어 막 들어온 인턴사원이 그녀가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모습으로 있지 않아 매우 속을 끓였다는 생각을 했다.
직장이나 삶속에서 남의 삶을 배려하지 않고 철저하게 자신이 원하는 방식을 관철하려고 노력했고, 여행지에서 그 방식이 통하지 않아 분노가 생긴 것이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세상은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간다.
시인 신현림 님의 시 속에 ‘네가 나 없이도 행복할 것이 두렵다.’라는 시구가 있다.
여행 가방을 싸면서 나 없이도 세상은 잘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삶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소설가 김다은 님 글에서 발췌
지금 그대는 어디쯤 오는지
아직 와야 할 길이 더 많은지
잠시 다녀오겠다던 발걸음
오시는 길 헤메이다
나를 비켜갔는지
서글픈 사랑 안녕 지친 세월 안고
홀로 견딘 나의 기다림
모두 부질없으니 그대 더딘 발걸음 서둘러 오지만
이젠 누구의 가슴에라도
그대 편히 쉬어야 할 테니
차마 버릴 수 없는 건 그리움 아득했던 슬픔 모두 쓰러져
한때 사랑했단 기억만으로
놓을 수 없는 목숨 하나
이어 가야 하는데 서글픈 사랑 안녕 지친 세월 안고
홀로 견딘 나의 기다림
모두 부질없으니 그대 더딘 발걸음 서둘러 오지만
이젠 누구의 가슴에라도
그대 편히 쉬어야 할 테니 서글픈 사랑 안녕 지친 세월 안고
홀로 견딘 나의 기다림
모두 부질없으니 그대 더딘 발걸음 서둘러 오지만
이젠 누구의 가슴에라도
그대 편히 쉬어야 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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