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세 시대, 나의 노후는?
나의 노후, 나만이 책임질 수 있다
“서른다섯 살 먹은 맏아들은 예술을 한답시고 취직도 하지 않고 지금도 용돈을 타갑니다. 둘째 아들은 명문대를 졸업하고 고시를 준비하다가 서른을 넘겼어요. 자식들에게 의지할 생각은 아예 접었습니다.”
대구에서 작은 회사를 운영하다 외환위기 때 사업을 접은 박 모(62) 씨는 노후를 생각하면 착잡하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돈으로 사업을 시작해 평생 돈 걱정 없이 살았지만, 자식들 뒷바라지하면서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현재 남은 재산은 일억오천만 원짜리 30평형대 아파트 한 채와 예금 및 적금 1,700만 원뿐.
“애들에게 쓴 돈 절반만 떼어 연금에라도 넣어 둘 걸.”
박 씨의 때늦은 후회다.
“유럽에서는 젊었을 때 어떤 연금 상품을 골라 얼마나 돈을 넣어 두느냐에 따라 은퇴 후 고급 실버타운에서 살기도 하고, 겨울에 난방이 잘 안 되는 집에서 떨고 삽니다. 월급에서 먼저 각종 연금이 빠져나가고 자녀 교육비는 그다음입니다.”
영국에서 십 년간 생활한 노태정 우송대 교수는 선진국 국민의 노후 준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자식이 ‘투자 일 순위’다.
부모들은 자식 교육만 제대로 하면 노후는 어떻게든 해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요즘 삼사십 대 사이에서는 ‘우리가 부모에게 용돈 드리는 마지막 세대’라는 말이 나온다.
자식에게 노후를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노인 수는 늘어나 경제활동인구 열 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했지만, 2030년쯤에는 2.8명이 한 명을 부양해야 한다.
노인을 부양하는 부담이 많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따라서 현재 삼사십 대의 노후 준비는 예전과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최숙희 수석연구원은 ‘젊을 때부터 연금이나 간접투자상품 등에 자산을 적절히 안배해 스스로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강창희 소장은 ‘선진국에서는 노인 소득 가운데 연금 비중이 70% 정도라며 연금으로 노후생활 기반을 확보해 두고 별도로 주식 간접투자상품 등에 투자해야 은퇴 후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의 연금체계는 ‘공적 연금’이 주춧돌이 되고 퇴직연금이 허리가 되며 개인연금으로 보완하는 선진국형 ‘삼 층 연금제도’를 모델로 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연금이 가입자인 국민에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1988년 처음 도입할 때 반대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조금 내고 많이 받는 ‘장밋빛 구조’로 짰기 때문이다.
정부도 지금 상태로는 2047년에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된다는 점을 인정한다.
이에 따라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올리고 연금 지급액은 낮추어야 한다.
조흥은행 강북 PB센터 서춘수 지점장은 ‘정부가 정말로 연금제도를 활성화하려는 뜻이 있다면 연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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