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대책으로 부동산만 믿지 말라
“셋방을 전전하다 서른아홉 살에 내 집을 장만했습니다. 몇 번 이사했더니 오십 대에는 팔억 원짜리 아파트를 갖게 됐죠. 장남 장가보낼 때 집을 줄여 전셋집 얻어 주고 현금도 좀 챙겨두었습니다.”
공기업에서 삼십여 년 일하다 작년에 은퇴한 이 모(60) 씨.
그의 삶은 집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자녀 결혼이나 노후 대책도 결국 집뿐이었다.
그런 그도 요즘엔 생각이 바뀌었다.
“우리는 집값 상승에 기대어 살아남았지만, 월급으로 집 한 칸 장만하기도 힘든 자식들은 무엇으로 노후를 준비할지….”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연구실장은 ‘현재 오십 대 이상은 경제개발 시절의 집값 상승에 편승해 저절로 노후 준비를 한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지금의 삼사십 대는 그런 기회를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는 웬만큼 노후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억 원에 산 집이 팔억 원으로 뛰었으니까요. 하지만 요즘은 불안합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유모(41) 차장은 2003년 말 서울 강남의 아파트 36평형을 오억 원대에 샀다.
살던 집을 팔고 쌈짓돈까지 털어 넣고도 일억 원을 대출받았다.
이후 치솟는 집값을 보며 역시 부동산이야말로 믿음직한 노후 보장 수단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자주 바뀌는 부동산대책을 접하며 생각이 달라졌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가 오르고, 여기에 아파트 관리비와 대출금 이자까지 합치면 집을 가진 데만 유지비가 많이 든다.
이래서는 생계를 꾸리기 힘들다.
집값이 계속 오를지도 의문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의 김희선 전무는 ‘보유세 부담과 장기적인 집값 안정 가능성을 따져 보면 노후를 부동산에만 기대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재 한국 가계의 자산 구조는 부동산이 전체의 83%, 금융 자산은 17%로 여전히 노후 준비를 부동산에 맡기고 있는 셈이다.
제로인 펀드 투자자문의 최상길 대표는 ‘기존의 자산 구성으로는 부담스러운 집만 가진 억대 부자가 실생활에서는 하루하루 쪼들리는 노인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제부터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낮춰 가야 한다고 충고한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 투자 팀장은 ‘중장기적으로 부동산과 금융 자산의 비중을 50 대 50으로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국내 부동산시장을 떠나 해외로 눈을 돌리는 사람도 있다.
대기업 부장인 정 모(48) 씨는 노후 거주지로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진지하게 고려 중이다.
그는 ‘보유세 부담이 커질 육억 원짜리 집을 줄이고 남는 돈으로 필리핀이나 태국에 집을 장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친구들과 현지에 동호인 단지를 만들어 공동으로 가정부와 관리인을 둘 작정이다.
은퇴 후 일 년의 절반은 한국에서, 나머지 절반은 외국에서 사는 것이 그의 꿈이다.
정 씨는 ‘높아질 한국의 주거비용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동남아를 비교할 때 한국인의 주거 개념이 동남아로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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