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서 흔한 바다 풍경, 필리핀 보라카이 해변
필리핀에서 노후 보내기
은퇴 후 동남아시아에서 생활하기를 꿈꾸는 사람들은 일단 필리핀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물가가 싸고 한국에서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에서의 삶을 국내처럼 쉽게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
사전에 얼마나 준비하고 연구했느냐가 외국 생활의 성패를 가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필리핀 바기오 시에 정착한 정원영(61) 김순옥(60) 씨 부부의 경우는 좋은 모델이 될 법하다.
1987년 육군 중령으로 전역한 정 씨는 이후 한국투자신탁에서 십 년간 일했다.
직장을 떠난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2월로 당시 그의 나이는 55세였다.
퇴직 당시 그의 재산은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26평형 아파트 한 채 삼억 원, 지방의 대지 일억 원, 현금과 주식 일억 원 등 모두 오억 원 정도였다.
퇴직 이후 그의 삶은 고달팠다.
군인연금으로 월 185만 원, 국민연금이 월 33만 원, 그리고 베트남전 참전 고엽제 후유증 보상금 월 23만 원 등 총 241만 원의 고정수입이 있었으나 두 명의 자녀가 아직 대학을 마치지 못한 상태였다.
재취업을 위해 입사 지원서를 열 군데도 더 냈으나 취직은 불가능했다.
저축을 잘라 쓰면서 버텨 나갔다.
은퇴 후 한국에서의 생활은 직장에 다닐 때보다 돈이 더 들어가는 구조였다.
은퇴해도 경조사는 무시할 수가 없었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움직이는 것은 모두 지출로 연결됐다.
그 어려움 속에서도 아이들은 졸업하고 결혼했다.
그는 결국 좋아하는 골프도 즐기면서 만족한 여생을 보내기 위해 동남아 국가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때가 2003년 무렵이었다.
아내는 처음에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 씨 입장에서는 ‘이 땅에서 백수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처음엔 호주나 뉴질랜드를 생각했던 그는 자신의 소득과 물가를 고려할 때 필리핀이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곤 인터넷을 통해 필리핀의 모든 골프장과 지역 한인회 홈페이지, 한국인이 운영하는 어학원과 교회, 심지어 하숙집 사이트까지 샅샅이 뒤졌다.
필리핀에 도착하기도 전에 백 개 이상의 필리핀 내 현지 관련 전화번호를 확보했다.
정 씨는 2004년 혼자 마닐라 인근 케손 시의 하숙집에 투숙해 두 달간 머물면서 앙헬레스 수비크, 바기오, 민다나오, 세부 등지를 다니면서 현지답사를 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기후가 좋고 물가가 싼 바기오를 선택했다.
이것으로 그가 바로 정착한 것은 아니다.
부부는 같이 바기오를 둘러보고 이번에도 정 씨 혼자 하숙집에 투숙했다.
현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집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발품으로 삼십여 곳 이상을 더 둘러보고 결정한 집이 이 도시 북쪽의 고급 주택단지 내에 있는 필리핀인의 별장.
3층인 이 집은 1층에 벽난로가 설치된 거실과 주방, 도우미 숙소가 있고 2층과 3층에 각각 방 2개와 화장실이 있는 구조로 가구나 침대 주방시설 등이 모두 갖추어져 있다.
월세 이만 페소(약 사십만 원)를 주기로 하고 이 년 계약했다.
다소 큰집을 구한 이유는 친지, 지인 등 누구라도 머물다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 씨 부부는 나름대로 바쁘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인근 유황온천에 들러 온천욕을 한다.
또 몇 사람이 어울려서 어촌에 나가 갓 잡은 참치를 사서 회 파티도 즐긴다.
이런저런 모임에 참석하다 보니 골프를 무척 좋아하지만, 실제 라운딩 횟수는 매월 열 번을 넘기기 어렵다.
그는 ‘사전 발품을 많이 판 덕에 실제로 왔을 때 불필요한 경비 지출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은퇴 후 외국 생활을 고려하는 사람들에 하는 조언은 '사전에 정보를 많이 얻고, 결정을 쉽게 하지 말고, 준비를 충분히 하라'는 것이었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산 속에 있는 바기오 시
필리핀 은퇴 비자 종류와 예치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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