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은퇴 이민

미국 이민이 망하는 다섯 가지 이유

부에노(조운엽) 2016. 11. 10. 09:25

 

 

 

 

미국 이민이 망하는 다섯 가지 이유

 

 

 

행동경제학으로 노벨상을 받은 대니엘 카너먼은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큰 결정을 내리기 전, 사전 검시(pre-mortem)를 해보라고 조언합니다.

즉, ‘결단을 내린 지 일 년 후 실패로 끝난다. 어떤 이유로 실패했는지 구체적으로 적으시오’라는 예시를 풀어, 미리 실패하는 상상을 해보는 것이죠.

인간은 희망 있게 생각하려는 경향이 큽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실패하는 그림을 그려보지 않으면 위험을 현실적으로 반영하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 힘듭니다.

 

미국에 살다 보니 이민을 생각하시는 분들의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카너먼이 들려준 조언은 이민같이 인생 전체를 뒤바꾸는 큰 결정에 특히 적합해 보입니다.

하지만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 어떻게 꼬이는지 구체적으로 상상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먼저 이민생활을 해왔고, 또 주변에 많은 이민자를 봐온 경험을 통해 미국 이민이 망하는 구체적인 것을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체류 신분 때문에 망합니다

 

놀라울 정도로 허술한 법적 절차를 통해 미국에 이민을 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테면 단기 취업비자로 가족을 전부 데리고 오신 후에 막연히 ‘어떻게 되겠지’ 하시다가 순식간에 불법체류자가 된다거나, 학생비자로 일단 온 다음에 최대한 연장해서 계시다 결국 강제 출국 당하는 경우도 봅니다.

하다못해 참 확실해 보이는 이민도 나중에 사기인 것이 들통나 불법체류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법적으로 매우 위험하고, 이민 와서 생기는 최악의 일입니다.

체류 신분을 확실하게 하는 것은 이민의 기본입니다.

법적인 분야에서는 절대 돈을 아끼려고 하시면 안 됩니다.

확실한 평판이 있는 이민 변호사를 고용하고, 모든 과정은 기록해놓고, 또 앞서 이민 오신 분들께 이렇게 이민 온 전례가 있는가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돈 때문에 망합니다

 

아주 시골로 가지 않는 이상 미국 물가는 한국보다 비쌉니다.

소위 ‘억대 연봉’도 미국에선 고작 1년에 9만 달러를 버는 보통 월급쟁이에 불과합니다.

미국의 한인 사회는 아주 작아서, 한인 사회만을 상대로 하는 사업의 확장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주류 미국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능력과 영어 실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미국에서 먹고 살 거리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사업하다 망하는 것은, 한국에서 식당을 냈다가 망하는 확률과 별반 다를 게 없고, 그 결과가 혹독한 것도 비슷합니다.

게다가 이민자의 비즈니스란 대개 가족의 인건비를 따먹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 자녀들까지 계산대를 붙들고, 식탁을 치우고, 청소하고, 짐을 나르고, 손님과 실랑이를 해야 합니다.

운 좋게 사업이 성공하더라도 고단한 삶은 피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을 떠나시기 전, 무엇으로 먹고살 것이고, 벌이는 얼마나 될 것이며, 이것을 얼마나 지속할 것이고, 주요 지출을 얼마나 할 것이며, 얼마간 육체노동을 견딜 수 있는가 등에 대한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구상하시고 오셔야 합니다.

 

셋째, 미국 사회 자체의 모순 때문에 망합니다

 

인간 사회 어디나 마찬가지로 미국은 장단점이 혼재하며, 미국사회의 단점은 어마어마합니다.

양극화가 심화하여 중산층은 붕괴하고, 공교육은 파멸한 지 오래이며, 빈약한 총기규제 때문에 강력범죄가 만연하고, 사회보장 서비스는 거의 없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도 ‘이 나라에 희망은 있는가?’라는, 한국인들이 흔히 하는 질문을 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에 실망이 너무 큰 나머지 미국 공교육이 얼마나 바닥을 쳤는가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균 미국 고등학생은 한국의 중2 과정도 소화하지 못하며, 대다수의 미국 대학은 신입생들에게 고등학교 과정을 재수강시킬 정도입니다.

게다가 대학 등록금은 엄청나게 비싸며, 대학 혹은 심지어 대학원을 나와도 최근에 경제위기를 겪은 미국에서 취직은 쉽지 않아, 엄청난 학자금 대출 상환에 전전긍긍해야 합니다.

 

이민 오시기 전, 이러한 미국사회의 큰 단점들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미국이란 사회는 어떤 곳이며, 나 같은 사람은 미국의 어떠한 계층에 들어가는가, 그 계층은 미국의 단점에 어떻게 노출되어 있으며, 전망은 어떤지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넷째, 이민자라서 망합니다

 

세계 대부분 나라에 비하면 미국은 이민자를 환영하는 편이고, 차별도 적습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이야기입니다.

그 나라의 언어에 미숙하고 문화적으로 동화가 안 되는 사람의 사회적 위치가 어떤지는 자명합니다.

인종차별은 아직도 현존하고, 이민자들은 언제나 각종 범죄의 대상이 되며, 법의 구제는 언어장벽이나 비싼 변호사 비용에 막힙니다.

대형 사기 한 번에 망할 수도 있고, 자잘한 차별 때문에 멀쩡히 풀릴 일도 꼬일 수 있습니다.

 

설령 성공적인 이민이라 해도 그 성공의 최대치는 높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이민 일 세대는 언어와 문화 장벽 때문에 아무리 잘 풀려도 소시민 이상을 넘볼 수 없습니다.

사업 혹은 직장에서 돈을 벌어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조금 더 좋은 자동차를 굴리는 정도일 수 있습니다.

각종 사회단체 참여, 시민 정치활동을 통해 본인이 사는 사회의 방향을 정하는데 참여할 방도는 많지 않습니다.

이렇게 살면서 인생의 시야는 아주 좁아져, 직장과 교회만 왔다 갔다 하면서 자신이 사는 사회와는 정신적으로 유리됩니다.

자신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미국 소식을 보고 들을 능력은 없고, 이제 살지도 않는 한국 소식만 붙들고 늘어지게 됩니다.

이런 삶도 괜찮은지 깊이 생각하셔야 합니다.

 

다섯째, 가정생활이 망합니다

 

위에 예시한 모든 문제는 크건 작건 모든 이민 가정이 한 번쯤은 겪는 일들입니다.

이런 문제는 한 번 터질 때마다 가족의 가장 약한 연결고리를 파고듭니다.

타지에 살면 속을 터놓을 만한 친지나 친구도 주변에 많지 않아, 한국에서라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었던 갈등도 곪아 터지게 됩니다.

부부가 매일 심하게 싸울 수도 있고, 자녀가 탈선할 수도 있습니다.

어지간히 결속력이 강한 가족도 이민생활의 스트레스를 갈등 없이 넘기는 경우는 없다시피 하고, 많은 수의 가정은 결국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립니다.

본인의 가정이 이런 풍파를 견딜 수 있는지, 가족 구성원 사이에 나중에 쪼개져 버릴 수 있는 작은 금이 가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셔야 합니다.

 

심지어 성공한 이민생활에서도 가정은 해체될 수 있습니다.

이민이란 다른 나라에서 다른 언어로 다른 문화에 동화되어 사는 것이란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이민 일 세대는 어느 정도 본국의 언어와 문화에 교감을 유지하지만, 이 세대에서 그 교감은 아주 옅어지며 삼 세대 이후에는 거의 남지 않습니다.

이 세대로만 내려가도, 설령 한인 교포 이 세끼리 가정을 꾸린 경우에도 그들의 가정생활은 한국 음식을 자주 먹는 보통 미국 가정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자녀들은 점점 부모들과 멀어집니다.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유년을 보낸 자녀들은 부모를 한국문화에 갇혀버린 고루한 사람들이라 치부할 수도 있고, 설령 부모와 깊은 얘기를 하고 싶어도 서로 한국어와 영어 실력에 한계가 있습니다.

미국은 땅덩이도 넓어서, 부모는 동부, 자식이 서부에 사는 경우 일 년에 한두 번 얼굴 보기 힘듭니다.

교류가 뜸해지면서 자식과 남이 될 확률은 꽤 높고, 손주와 의사소통도 못 할 확률은 거의 99%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시면 좀 암울한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카너먼의 조언대로, 이민을 생각하셨다면 장밋빛 미래뿐만 아니라, 망하는 시나리오를 상상하며 준비를 철저히 하시는 게 좋겠죠.

이민은 인생의 모든 것을 뒤바꾸는, 삶의 가장 큰 결정 중 하나입니다.

성공한 이민도 많지만, 망하는 이민도 많은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이 글이 이민을 생각하시는 분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출처 : http://slownews.kr/150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