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이민의 아픔
예전에 대학생 때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간 적이 있다.
한참 어학연수 바람이 불어서 나도 뒤처질세라 그 대열에 합류했다.
나는 비교적 안정된 동네인 The garden state, New Jersey에서 지냈다.
내가 그곳에 살면서 가장 많이 들은 것은 '돈을 쓰러 온 것과 돈을 벌어 살아야 하는 입장은 천지 차이이고, 너는 꼭 미국에 돌아와서 살 것 같다.'는 말이었다.
그때는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이해할 수가 있다.
내가 돈을 벌어 쓰는 입장이 되었으며 미국이 호주로 바뀐 것뿐이다.
호주로 이민 오는 사람의 7, 80%는 아마도 나 같은 기술 이민자들일 것이다.
즉, 자신의 경력과 학력, 그리고 영어점수를 기준으로 일정 점수 이상을 얻어서 자력으로 오는 분들 말이다.
나머지는 사업 비자도 있겠고, 현지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정착하시는 분들도 있다.
물론 후자도 기술 이민이지만...
내가 칠 개월 동안 호주에서 직업 없이 놀면서 보고 느낀 현실을 언젠가는 말하고 싶었다.
물론 유학하기 위해 이민을 왔지만, 시기가 맞지 않아 바로 입학할 수 없어 몇 달을 놀고먹으니 한 달 생활비가 오백만 원도 넘게 들어 겁을 집어먹었다.
교회에 가면 많은 사람을 만난다.
내가 다니는 교회에 천 명도 넘는 교인들이 있으니 무척 큰 교회이다.
거기서 들은 말이 많은 분이 밤낮으로 청소해서 먹고 산다는 것이다.
물론 믿기 힘들지만 사실이다.
가장 사기 사건이 많은 것도 법적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권리인 청소권을 사고파는 것이다.
실제로 잘 사는 많은 교민들이 청소 사업으로 성공한 분이다.
내가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고, 악감정이 있어서도 아니며, 청소가 천한 직업이라 생각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90%가 대학을 가지 않는 호주에서는 특히 직업에 대한 차별이 덜한 편이고 실제 임금에서도 그렇다.
현실이 그러니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이민자들이 가장 쉽게 일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나 역시 호주에서 청소했고, 카페에서 일하기도 했다.
요점은 간단하다.
자력으로 이민 오실 정도의 분들이라면 사실 한국에서 어느 정도 살만한 분들이고 능력도 있는 분들이다.
결국, 운과 영어, 본인의 전공 분야 등이 호주 주류 사회 진입을 결정하게 되는데 실제 이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이 호주 사회의 자기 분야에서 다른 경쟁자를 앞설 영어 실력에 한계가 있다.
이런 생활을 몇 달 하면 결국 정상적인 구직은 포기하게 된다.
그렇다면 방법은 두 가지다.
돈이 여유가 있으면 사업이나 장사를 하는 것이고, 돈이 넉넉지 않으면 비교적 짧은 직업 코스인 용접, 목공 등을 배워 최단기간에 자격증을 따서 취직하는 것이다.
물론 이 두 가지 역시 쉽지가 않다.
이 두 가지도 여의치 않으면 결국 식당이나 카페 청소를 하게 되는데 월급이 얼마나 될까?
물론 내가 해봤으니 잘 안다.
청소할 사람들이 넘쳐나는 현실상 쉽게 대체가 가능한 이 자리를 보통 시간당 호주 달러로 10~12불을 받는다.
그럼 한국 돈으로 시간당 만오천 원 정도가 된다.
'그렇게 많은 돈을?'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호주에서는 당연히 내야 하는 연금, 월급의 최저 9%를 떼고 나머지만 주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방값이 좀 싼 시드니 외곽의 일주일 렌트비가 오륙백 불 하는데 그 돈으로 렌트비조차 낼 수가 없다.
즉, 부부 둘이 밤낮으로 죽으라고 일해봐야 정말 겨우 먹고 살 수 있는 수준이다.
다행히 영주권자라면 치과나 안과 등은 해당 없고, 응급을 제외한 수술은 이삼 년 대기가 기본인 의료 혜택과 아이들 학비가 해결되겠지만, 영주권조차 없으면 추가로 일 년에 이삼만 불이 든다.
교회에서는 불문율이 있다.
상대방의 신분, 지위는 묻지 않는 것이다.
불법체류자나 영주권이 없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대략 한 교회의 반 이상은 영주권이 없다고 보면 맞다.
이분들은 가장 기본적인 복지 혜택조차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오죽하면 교회에서 가장 큰 기도 제목이 영주권이며, 가장 큰 감사 헌금 제목도 영주권이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민은 절대 장밋빛 미래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리 한국에서 난다 긴다 하고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운과 영어가 따라주지 않으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다음에 펼쳐지는 고생과 아픔을 극복하면, 대부분의 한국인은 기반을 잡고 잘 사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 못하면 역이민 외에는 대안이 없다.
이민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OKIDOKI의 호주 이야기
'동남아 은퇴 이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제 동남아 시대가 오고 있다 (0) | 2016.11.26 |
---|---|
이민 성공 요건 y The sound of silence, Emiliana Torrini (0) | 2016.11.22 |
아름다운 충격 y 나 가거든, 박정현 (0) | 2016.11.20 |
이민 실패에 대한 최선의 준비는? (0) | 2016.11.17 |
미국 이민이 망하는 다섯 가지 이유 (0) | 2016.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