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이야기

도둑과 49인의 칼잡이 y He's a pirate

부에노(조운엽) 2017. 4. 10. 11:05






도둑과 49인의 칼잡이




우리 가족은 연말에 외갓집에서 온 가족이 모여서 김장을 합니다.

노동착취를 당하는 가족 수가 외할머니부터 6학년 동생까지 총 49명입니다.

어머니가 칠 남매거든요. 

그날도 김치를 담그러 외갓집에 모두 모였죠.

첫날은 온 가족이 동원돼 엄청난 양의 마늘을 깝니다.

그것도 49명이 모두 앉을 수 있는 아주 큰 황토방에서요.


그날도 마늘을 까고 있었습니다.

외할머니가 좋아하시는 재미없는 드라마를 큰 어른들만 보면서, 나머지 가족은 이야기꽃을 피며 마늘을 깠어요.

“까는 속도가 이거시 뭐시냐! 다 안 까믄 방에서 못 나갈 줄 알아!”


정이 많으신 우리 외할머니는 말씀이 좀 거치신 편입니다.

우리는 화장실도 못 간다는 협박을 듣고서 손에 모터를 단 듯 열심히 마늘을 깠습니다.

그런데 밖에서 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누군지 확인하려 했지만, 창문도 없고 할머니는 가는귀 먹으셔서 잘 듣지도 못하시는 것 같고, 그래서 그냥 앉아서 마늘만 깠습니다.

그런데 갑지가 ‘팍’ 하면서 전기가 꺼졌습니다.

“워메, 시방 뭐 짜잔한 마늘 깜시로 전기를 겁나게 써브러서 정전이 되어븐다냐?”

“아이고, 어머니, 가끔 이러잖아요. 조금만 기다리셔요.”


모든 가족이 어둠 속에서 잠시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토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누가 화장실에 가려고 문을 여나 보다 했는데, 누군가 처음 듣는 목소리로 ‘차단기 올려!라고 외치더군요.

곧, 불이 켜졌습니다.

토방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복면을 쓰고 칼과 가방을 든 도둑이었습니다.

우리 가족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우리 가족은 모두 마늘 까느라 칼을 들고 있지 않았겠습니까?

도둑은 경악하더군요.

외할머니가 먼저 나서시더라고요.

“뭐여? 한전에서 왔슈?”

우리는 모두 칼을 손에 들고 피식피식 웃었고 할머니는 사람을 제대로 보시고서야 도둑인 것을 알게 됐습니다.


“너 도둑이지? 맞지? 왐마, 니가 시방 우리한티 죽을 텨?”

그 말을 듣더니, 도둑은 칼을 놓고 무릎 꿇더니 두 손으로 빌었습니다.

‘죽을 죄졌시요. 몇 달 전에 회사가 망해 먹을 게 떨어져서 아가 배고파 울기에 눈이 뒤집혔시요. 한 번만 용서해주시라요.’라고 말하더니 아주 서럽게 목놓아 울더군요.


우리는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도둑에게 주고 그냥 보내줬습니다.

그분 젊고 순하게 보이던데 지금 잘 사는지 궁금하네요.



글쓴이 : 하얀플랫




 

He's a pir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