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일탈, 2번 국도 가다가 유원지 호수 방갈로
휴~ 죽을 때까지 살다가, 죽으면 썩어질 몸
해상생활할 때나 육상생활하면서 대부분 휴일이나 명절과는 무관한 세월을 보낸 것 같다.
배에서 항해 중이든 하역 중이든 휴일이라고 배가 쉬는 것은 아니니 각자 자기 맡은 임무를 해야 한다.
게다가 황천항해라든지 다른 긴박한 상황뿐만 아니라 야간이나 새벽 입출항할 때도 무조건 자기 임무를 완수해야 배가 제대로 돌아간다.
육상생활할 때도 휴일이나 명절 때가 대목인 업을 자주 했던 것 같다.
휴일, 명절이 지나야 비로소 가족과 쉴 수 있었다.
그런데 아이는 학교에 가야 하는데...
캄보디아에서도 비슷했다.
회사에 근무할 때는 명절 때 갈 데가 마땅히 없으니 어차피 공장에 있을 거 말뚝 당직 근무를 자청했고, 객공 일은 휴일에 더 바쁘니 정신이 없다.
이제 환갑이 되어 예전 어른 같으면 살 만큼 살았으니 쉴 땐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도대체 쉬는 것이 여의치 않다.
어제 모처럼 캄보디아 설날 쫄츠남 연휴를 맞아 저녁에 생수와 모기향 사러 밖에 한 번 나간 것 말고는 종일 집에서 컴퓨터 보고 낮잠도 자고 빈둥거렸다.
오늘 새벽에 일어나 오늘도 해야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갑갑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연휴에 혼자 공장 지키고 있을 불쌍한 동포 이 이사를 생각해서 먹을 것을 만들어 챙겨갔다.
가면서 계속 생각했다.
돈이 벌리든 아니든 매일 아침에 일어나 오늘 뭘 하고 시간 죽이지라고 생각하는 삶의 연속이라면 우야꼬라는 생각이 엄습했다.
그래, 감사한 일이지.
이 나이에 남의 나라에서 여러 사람 먹고사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할 수 있을 때까지 고맙게 생각하며 살아야지.
그 호수 방갈로 앞에서 보트를 타고 일용할 양식을 파는 캄보디아 여인
영국의 수필가인 찰스 램에 관한 일화이다.
그는 회사에 취직해 삼십여 년간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니까 그의 작품들은 대개 이 직장생활 동안 나온 셈이다.
하지만 직장생활 때문에 퇴근 후에나 글쓰기가 가능했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 시간이 많은 삶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그는 늘 정년퇴직을 기다리고 살았다.
마침내 그는 정년퇴직이 되어 마지막 출근하는 날 들떠있었다.
구속받을 일 없이 글쓰기에만 몰두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냥 행복했다.
많은 사람이 그를 축하해주었다.
"선생님의 명예로운 퇴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제 밤에만 쓰시던 작품을 낮에도 쓸 수 있으니 빛이 나고 얼마나 좋겠습니까."
기분이 좋았던 찰스 램은 재치있게 말했다.
"햇빛을 보고 쓰는 글은 별빛만 보고 쓴 글보다 더 빛이 나는 건 당연하겠지요."
그러나 그로부터 몇 년 후, 찰스 램이 옛 동료에게 보낸 편지 내용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인제 보니 시간이 넘쳐 한가하다는 것이 바쁜 것보다 훨씬 괴롭습니다. 매일 시간이 남아 빈둥대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심한 마음이 들고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좋은 생각도 일이 바쁜 가운데서 떠오른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나의 이 말을 가슴에 새겨 부디 바쁘고 보람 있는 나날을 보내기 바랍니다."
휴식이 달콤한 것은 그것이 '일상'이 아닌 '일탈'이기 때문이다.
노는 것이 일상이 된다면 더는 달콤하지 않을 것이다.
도리어 바쁜 나날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죽을 때까지 살다가, 죽으면 썩어질 몸, 앞으로 내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을 때가 올 터이니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고 오늘의 바쁜 일상을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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