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런 우리 캄보디아 직원들
부자는 거짓말을 잘하고, 가난한 사람은 남을 쉽게 믿는 이유
캄보디아에서 몇 년째 공장 직원들의 수당, 일당과 급료를 주며 그들과 밀접하게 지내왔다.
여러 사람을 상대하면서 일찍 퇴근시키려고 서두르다가 일당을 잘못 준 적도 많았다.
더 주어 다시 돌려받은 적은 별로 없었고 부족하면 대부분 말한다.
캄보디아 사람은 믿을 만한가?
소득이 아주 적은 캄보디아 직원들에게는 단돈 천 리엘의 타깃 수당에도 눈에 불을 켜고 일하고, 일당 십 불에 날새기도 불사한다.
공장에서 돈을 지급하거나 출근부를 정리하는 것은 내 일이다.
타깃 수당이나 급료는 대부분 빳빳한 새 돈으로 준다.
그러다 몇 장 더 가는 수도 있다.
지폐에 일련번호가 적혀 있으니 잘못 준 것은 금방 알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실수로 돈을 더 주면 바로 돌려주는 직원들이 있다.
출퇴근 시간을 잘못 적어놓으면 일찍 퇴근했다고 말하는 직원들도 여럿 있다.
얼마나 예쁜지...
그러면 '스머뜨렁나~(정직하다)'라고 칭찬해준다.
대체로 캄보디아 사람들은 남의 물건을 손대길 꺼린다.
크메르 루지 정권 때 끔찍한 일을 많이 겪은 탓인지 남의 일에 잘 나서지도 않는 것 같다.
그런데 도둑이나 강간범 따위가 잡히면 마을에서 집단 린치를 하고 공권력도 못 말리는 관습도 있다고 한다.
어찌 된 판인지...
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데스테노 씨의 글을 보면, 가난한 사람이 남을 더 쉽게 믿는 경향이 많고, 부와 권력을 얻으면 사람이 변하고 신뢰를 저버리는 것은 그렇게 해도 세상에서 통하고 어쩌면 그래야 더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권력과 부를 잠시라도 맛본 사람이 쉽게 거짓말을 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그들은 갑자기 악해진 걸까, 아니면 원래 악했던 걸까?
그는 신뢰성이란 선악의 문제가 아니며, 일관되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도덕성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따라서 신뢰를 가늠하는 평판은 환상에 불과하다.
평판은 과거의 일부분일 뿐, 미래에도 그 사람이 평판대로 움직일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평소 성실하던 사람이 불법 도박에 손을 대 패가망신하거나, 신사다운 이미지의 정치인이 위력을 이용해 비서를 성폭행해 인생 끝내는 등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그러니 우리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저 사람은 또는, 나는 믿을 만한 사람인가? 그리고 한국 사람은 믿을만한가?"
캄보디아에 십여 년 살며 겪은 바로는 크메르 사람은 유머 감각이 대단하고 대체로 정직하고 순한 편이라고 글쓴이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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