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선원의 항해일지

밴쿠버 비시에서 낚시, 흐르는 강물처럼

부에노(조운엽) 2019. 12. 8. 09:34




밴쿠버에 입항하는 배는 저렇게 외항 먼 곳에서 대기하다가 포트 컨트롤의 입항 지시에 따라 도선사가 타고 항내로 입항한다 

 

 

 

밴쿠버 비시에서 낚시

 

 

배경 음악 : 흐르는 강물처럼 OST

https://www.youtube.com/watch?v=9GKVEN0UIlI

 

 

배를 타는 사람들은 밴쿠버를 그냥 밴쿠버라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미국에도 밴쿠버가 있기 때문이다.

그게 무어 그리 중요하냐고 생각할 분도 계시겠지만, 목적지가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밴쿠버냐,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 있는 밴쿠버냐에 따라서 입항 준비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선원들 미국 비자를 미리 받아야 하고, 입항하기 전에 영국에서 발간 된 포트 엔트리라는 책을 보고  해도 변경된 것 등을 미리 주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Vancouver Wa.이라고 표기하는 미국 워싱턴주 밴쿠버항에도 여러 번 화물을 실으러 들어갔고, Vancouver B.C.라고 말하는 캐나다 밴쿠버항에도 참 많이 입항했었다.

캐나다 밴쿠버가 아마 단일 항구 수출 물동량으로는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많을 것이다.

배를 처음 탈 때 일본에서 출항하여 처음 기항한 곳이 밴쿠버 비시였고 그 후로도 셀 수 없이 많이 곡물, 유황 그리고 원유를 실으러 들어갔다.

 

겨울에 북태평양의 거친 바다를 뚫고 밴쿠버 아일랜드에 도착하면 파도와 시차에 지친 몸을 울창하고 푸르른 침엽수와 함께 멀리 보이는 그림 같은 집들이 반긴다.

그리고 외항에 닻을 내리고 포트 컨트롤의 입항 지시를 기다린다.

이때 종종 낚시한다.

한쪽에선 통닭을 넣은 게 틀을 던져놓고 30분이나 한 시간에 한 번 건져 올려 큰 놈만 잡아 일용할 양식으로 짭짭한다.

낚시를 던져서 작은 상어가 올라오는 곳은 종쳤다.

왜냐하면 상어가 설치는 곳에서는 고기가 잘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언젠가 한겨울에 입항했을 때 엄청 많은 선박이 대기하고 있었다.

내륙에 내린 폭설로 열차가 화물을 운반할 수 없어 많은 선박이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타고 있던 배도 예외가 아니라 한 달을 외항에 떠 있었다.

그때 운이 좋게 배가 도다리 밭에 앉았다.

낚시를 던지면 냄비 뚜껑만한 도다리가 줄지어 올라왔다. 

당시는 회를 먹을 줄 몰라 잡은 고기로 매운탕도 해 먹고 소금 뿌려서 구워 먹었다.

얼마나 많이 잡았는지 선원들 먹고 남은 고기는 소금물에 간해서 선미에 빼곡히 널어 말렸는데 항해할 때 두고두고 먹어도 줄지 않을 정도였다.

게도 엄청 많이 잡아 삶아서 배불리 먹고 남은 놈을 냉장고에 넣어두었는데 두어 드럼은 족히 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조심해야 한다.

캐나다는 느슨한 거 같이 보여도 법을 어기면 가혹하게 대하는 나라이고 그곳은 낚시도 면허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선원들이야 팽하니 왔다가 화물만 실으면 떠날 사람들이니 그냥 낚시한다.

배를 타는 동안 밴쿠버 비시에 그리 많이 들어갔건만, 단 한 번도 선원들이 면허 없이 낚시해서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배에 올라오는 수속관들도 그냥 자기 볼일만 보고 갔다.





 A river runs through it 

 

 

밴쿠버에서 찍은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은 브래드 피트의 풋풋함과 함께 낚시의 매력이 잘 표현됐다.

온통 초록빛인 대자연을 배경으로 낚시하는 몸짓은 발레리나의 슬로우 모션을 연상케 한다.

밴쿠버 BC주는 적어도 낚시꾼들에게만큼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낚시터로 여겨진다.

물 많은 강과 호수가 천지고, 서쪽으로는 바다가 있으며 물 반 고기 반일 정도로 낚싯대를 던지면 입질한다.

손맛을 아는 이들에겐 밴쿠버가 축복이고 행운이다.

 

그런데 BC주의 낚시 법규는 상당히 까다롭다.

낚시터마다 잡을 수 있는 어종이 따로 정해져 있고 어획량과 크기도 정해져 있다.

이를테면 도다리는 여덟 마리, 명태나 게의 경우에는 네 마리까지만 잡을 수 있고 나머지는 놓아주어야 한다.

그리고 낚시 면허가 있어야 한다.

민물낚시와 바다낚시 면허가 따로 있다.

면허는 낚시용품점이나 보트 대여점에서 판매하며 BC 주정부 웹사이트(www.fishing.gov.bc.ca)에서 살 수 있다.

민물낚시 면허는 BC 주민의 경우 연간 36달러, 하루는 10달러다.

65세 이상은 할인해주고 16세 이하는 면허 없이 낚시할 수 있다.

연간 면허의 유효기간은 4월 1일부터 다음 해 3월 31일까지이다.

바다낚시 면허는 캐나다 해양수산부(www.pac.dfo-mpo.gc.ca)에서 취급한다.

BC 주민의 연간 면허 가격은 22달러, 시니어인 경우 11달러 정도 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낚시터에서 너무 떠드는 사람을 보면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지고 돌아갈 때는 주변 청소를 깨끗이 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주변 정리만 잘할 수 있으면 누구나 밴쿠버에서 낚시를 즐길 수 있다.

 

6.25전쟁 때 캐나다 참전 용사 이야기다.

6.25 참전 용사 앨프레드 콤과 더글러스 윌슨은 지금 휠체어에 의지해서 산다.

1951년부터 3년 남짓 콤은 소총수로, 윌슨은 정비병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두 참전 용사가 알지도 못하는 가난한 나라 한국에 가게 된 동기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했다.

"전쟁 중 가장 힘든 것은 한국인들의 처참한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것이었어요."

콤이 말하자 이어 윌슨이 전쟁 중 다친 손을 보이며 말했다.

"캐나다는 자유의 나라입니다. 한국을 못 본 채 할 수 없었어요. 나에겐 이 다친 손이 진짜 훈장입니다."

두 퇴역 군인은 참혹했던 당시 한국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했다.

두 병사는 한국 정부 초청으로 방한했을 때 한국이 발전한 모습에 이루 말할 수 없이 감격했는데 그들과 동료들이 흘린 피가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해 너무나 행복했다고 말하며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한국을 위해 기꺼이 싸우겠다고 했다.

자기들 선택에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는 당연한 선택이었는데 한국 정부가 그들을 기억해줘서 고맙다고 말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