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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도 더 된 고옥의 으스스하고 황당한 이야기

부에노(조운엽) 2007. 3. 25. 05:36

 

부에노 : 백 년도 더 된 고옥의 으스스하고 황당한 이야기 [15]
3830| 2007-03-25 추천 : 1| 조회 : 6903

 

 

백 년도 넘은 고옥의 으스스하고 황당한 이야기

 

 

전 임대인으로부터 대충 가게 인계인수를 받고 둘러보니 시설은 아주 잘 되어 있지만 오랫동안 비워놓아서 손볼 곳이 많아 보였다. 그나마 반만 사용하고 나머지 반은 미로와 같이 이어져 있다. 전등불을 하나씩 켜가면서 미로로 들어서니 쓰레기 더미 사이로 시커먼 쥐새끼가 쏜살같이 도망갔다. ‘뭐, 서생원이야 사람 사는 곳에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니까 쥐약을 놓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더 가보니 오래된 곰팡이 냄새와 함께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2층집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내가 임대한 1층에서는 빛이 들어오는 곳은 건물 전면밖에 없고 유리창 하나 없이 꽉 막혀있다.

 

 

 

입주한지 한 달 넘어서야 발견한 천국으로 올라가는 비밀 계단(?)

 

 

1층 내부에서 유일하게 희미하게 나마 빛이 들어오는 천장 유리

 

 

저녁에 아무도 없는 가게 구석방에서 혼자 이 생각 저 생각하다가 화장실을 가려니 영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불 켜진 방 바깥은 칠흑같이 어둡고 저 끝에 있는 화장실까지 가려면 전등을 네 번이나 켜면서 가야 했다. 어느 구석에서 소복을 하고 머리를 풀어헤친 귀신이 나올지 몰라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소름이 끼쳤다. 그나마 조선 귀신(?)은 조금 익숙한데 여긴 남미잖아. 남미 귀신은 비틀어진 매부리코인지 고깔모자를 썼는지 아직 잘 모르잖아. 그리고 서생원이 발뒤꿈치라도 물면 어쩌나.

 

예전에 군복무 시절, 야간 담력 훈련을 받을 때였다. 철모 끈을 단단히 동여매고 완전 군장을 하고 소총은 거꾸로 멘 채 T시의 화장터에서 자정에 출발하여 공동묘지가 있는 산을 하나 넘어서 돌아오는 훈련을 받는데 안개 끼고 푸른 수은등이 켜진 으스스한 화장터를 나와서 숲이 우거진 입구에 긴장해서 들어서자 흰 소복에 머리를 풀어 헤친 귀신(?)이 갑자기 나타나 얼마나 놀랐는지 비명을 지르며 엉덩방아를 찧은 적이 있었다. 나도 엄청 놀랐지만 그 귀신 조교가 더 놀랐다나. 유격대 생긴 이래로 그렇게 큰 비명소리는 내가 처음이란다. 총을 거꾸로 메는 이유가 그런 데 있었나 보다. 사람이 위험을 느끼면 무의식적으로 손에 쥔 것을 휘두르게 되고 그 때 조교가 다치면 어떡하나.

 

입주 첫날밤을 환영이라도 하는 듯 밖에는 비가 억수로 퍼부었다. 밤새 뒤척거리다가 새벽에 일어나 요기라도 하려고 주방 쪽으로 가는데 복도 천장에서 물이 떨어졌다. 눈에 보이는 그릇을 받쳐놓고 대충 요기를 하고 나와 보니 그릇 몇 개 가지고는 어림도 없었다. 양동이를 한 다섯 개 받쳐놓고 아침을 맞았다.

 

건물을 관리하는 직원은 키가 크고 상냥한 일본인 아가씨다. 전화를 해서 상황 설명을 하니까 금방 나타났다. ‘하이, 하이! 와까리마시따.’라고 예쁜 입으로 말하며 같이 2층을 올라가봤다. 아이고! 여기도 귀신 나올 거 같네. 이 건물이 도대체 지은 지 얼마나 됐냐고 물으니 십 년 전에도 백 년 넘었던 것은 확실한데 정확한 연수는 모른다나. 옥상에 올라가 보니 밤새 내린 비가 배수가 되지 않아 고여 있으면서 틈새로 물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고는 신속히 수리해준다는 약속을 하고는 허리를 거의 90도를 숙여가며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갔다.

 

 

 

손님은 전혀 모르는 레스토랑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비밀 계단, 지금은 막아 놓았다. 

 

 

, ‘Step by step’이라고 하나씩 해결해 가자. 누가 해 줄 건가. 서생원들은 어쩌지, 독가스를 뿌릴까 쥐약을 놓을까 하다가 우선 쥐약을 사다가 군데군데 놓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쥐약 놓은 데를 확인하니, 청소하다시피 깨끗이 먹어버렸다. ‘옳거니!’ 하고는 나머지 쥐약을 다 놓았는데 굶주린 쥐들이 몽땅 물어가고 사흘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다. 약발이 안 받나?

 

전에 포르투갈의 오래된 항구 도시 오뽀르또에서 현지 아가씨들하고 나이트클럽에서 늦게까지 술 마시고 놀다, 새벽 4시에 귀선 하던 중에 골목길에서 용변을 보는데 고양이만한 서생원들이 쓰레기 더미에서 식사를 하다가 소피 소리에 놀라서 도망도 안 가고 나를 째려보는데, 동작 그만하고 바지를 올릴 수도 없어 같이 째려보다가 얼른 도망간 썰렁한 기억이 났다.

 

며칠 후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을 가다가 발에 물컹하니 뭔가 밟혔다. ‘꺄악!’ 하고는 나도 모르게 고함을 지르고 뒤로 나가자빠졌다. 에고, 손에도 또 뭔가 물컹하니 잡히네. 얼른 정신을 차리고 라이터 불을 켜고 확인하니 오뽀르또 항에서 나를 째려보던 고양이만한 쥐새끼가 그 동안 더 컸는지 작은 송아지만큼이나 큰 놈이 아직 죽지 않고 부들부들 떨면서 눈을 깔고 도망도 못 가고 있었다.

 

얼른 정신을 차리고 전등불을 켜보니 송아지만한 쥐가 네 마리, 고양이만한 놈 두 마리가 아직 죽지 않고 부들부들 떨면서 물을 찾아 헤매고 있는 것 같았다. 내 발에 밟힌 놈을 냅다 걷어차고는 손을 씻고 얼른 방으로 돌아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담배를 입에 물었다.

 

초저녁잠이 많은 나는 지금도 새벽에 화장실을 갈 때는 뭐 밟을까 봐 조심조심 발을 내딛는다. 그 소름 끼치는 물컹한 기억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기에......

 

 

 

아직 끝에까지 들어가보지 못한 지하의 미로 

 

 

 

 

 

 

 


saci 부에노님... 완전히 영화의 한장면이네요..어떻게 해...... 저 사진 지난 번에도 보고... 무서워서 댓글 못 달았는데...... 혹시 그 송아지만한 쥐들이 부에노님의 사약을 먹고... 다 저 밑으로 가서 집단 몰살했으면...... 무서워도 내려가봐요... 냄새가 날텐데. 03-25
saci 제가 부에노님 까페에 안또니오 아저씨 보러 갈 때까지는 해결해 주세요................. 근데....왜 부에노 영감..이라고 하세요.... 그 말 진짜..싫네요..... 03-25
sandro et Ivan 지하의 미로의 저 깊숙한 끝에는 도대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monster? 모험심이 바글바글 마구 끓어오르는군요. 어렸을 적에 흉가로 소문난 집에 살았던 적이 두 번 있습니다. 기대완 달리 아무 일도 안 일어나서 실망(?)했었어요. 03-25
sandro et Ivan 유격대 생긴 이래로 그렇게 큰 비명소리는 내가 처음이란다. -> 이 글 읽고 웃겨서 허리를 접었더랬습니다. 목청이 그리 좋으시니 카페 초청 가수 세뇨리따와 듀엣으로 노래하시면 좋겠는데요? ㅋㅋㅋ 03-25
martin 첫번째 그림에서 sol 레스토랑이라고 씌여진 곳을 임대하신 건가요? 지하 미로도 탐색해 주시고 글 올려 주세요. 03-25
RailArt박우물 레스토랑에서 공포체험 프로그램까지 운영할 계획은 아니시죠? 저도 사찌님 말씀처럼 제가 가기 전까지 해결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03-25
sandro et Ivan 그것 참 희한하네요. 중국 쥐들은 왜 그리 무기력할까요? 궁금합니다. +_+ 음식쓰레 기 많이 주워먹고, 비만이 되서 빨리 못 움직이는 걸까요? 03-25
sandro et Ivan 작은쥐, 큰쥐 모두 생김새가 궁금하군요. 중국 여행 가게 되면 쥐도 구경해야겠어요, ㅋㅋ 작년 겨울에 갈 뻔 했었는데, 불행히도 취소가 되어서..크흑...근데 큰 쥐는 얼마나 클까 상상하니, 소름이 쫘악... =_=; 03-25
sandro et Ivan 전 도심지에서 횡단보도를 잽싸게 건너는 족제비를 본 적이 있어요. 머리 좋던데요? 차에 안 치이고 잘만 건너더만요. 03-25
sandro et Ivan 고슴도치를 애완용으로도 키우던데, 저도 한 번 키워볼까 생각 중입니다. 애완용 족제비처럼 사람을 무는 일도 없을 테니까요. ^^ 03-25
sandro et Ivan 쥐에게 부디 건강하라고 안부 전해주세요, ㅋㅋㅋ 03-25
sandro et Ivan 차에 치인 고양이를 손수 수습할 정로라면 대단한 내공이시군요. 내장이 튀어나오고 웬만한 공포영화 저리가라 수준인데. 대단한 용기세요. 전 동물사체 수습은 여태 못해 봤습니다, 너무나 무서워서요. 먹이 주고 분양하는 정도가 고작이죠. 03-25
sandro et Ivan 편안한 밤 되세요. ^^ 03-25
Leonardo 윽... 정말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는군요..ㅜ.ㅠ 전 요새 쥐로 실험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는데도... 대체 적응이 안되네요~~~ 그 어두운곳에서 '물컹' 하는 느낌, 너무 상상이 잘되요...ㅜ.ㅠ 03-26
토마토 귀신이 나올 것 ahs같다는 지하실은 깨끗히 정리해놓고 식당을 위한 보데가(와인창고)로 사용하면 훌륭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읍니다. 가끔 고객들이 들어와서 직접고르게 할 수도 있고요, 와인에 대한 설명을 해주면 맛이 두배가 될걸요. 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