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돌산 대교
웃자고 하는 이야기
5년 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Y시의 음식문화가 좋아서 홀로 이사와 웃고 즐기는 가운데 세월이 지나갔고, 가진 것은 별로 없지만 주위에 많은 우호세력들이 포진해 있어서 하루하루가 즐겁게 지나간다. 오늘도 하루를 너무 재미있게 보내서 웃자고 그 이야기를 적어 본다.
투잡으로 Y시의 소상공인지원센터의 외부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어느 일식 전문점의 컨설팅을 마치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지인으로부터 기분이 울적하다는 안부 메시지가 왔다. '에궁, 어째야 쓰까? 걍 웃기는 이야기로 풀어 볼까.'하고 인터넷에서 보고 종종 써 먹던 유빈 누나도 아는 유머를 적어 보냈다.
기가 막혀서 죽은 사람하고 얼어 죽은 사람이 저승에서 만나서 이곳에 오게 된 이야기를 하는데, 먼저 기가 막혀서 죽은 사람이 ‘제 처가 요즘 낌새가 하 수상해서 하루는 야근을 한다고 거짓말을 하고는 얼른 회사에서 퇴근하고 집 앞에서 망을 보고 있는데, 아, 웬 남자 한 명이 내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겠어요. 깜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아파트 문을 열고 집 안으로 쳐들어갔는데, 사람이 없는 거예요. 분명히 남자가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는데, 침대 밑을 봐도 없고, 옷장을 열어 봐도 없고, 베란다에도 없는 거예요. 아, 그래서 기가 막혀 죽어서 이리로 오게 되었소.’라고 말하니 듣고 있던 얼어 죽은 사람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원망스런 눈초리로 ‘선생, 거 왜 냉장고 문은 안 열어 봤소!’ 하는 거예요.
이런 글을 지인에게 보내고 나서 보고서를 계속 작성하고 있는데 김 장군이라는 아는 후배한테서 요즘 새로 생긴 퓨전 막걸리 체인점에서 한잔 하자는 전화가 왔다. 왜 장군이라고 부르냐하면 박통보다 고참인 한 장군하고 이름이 같아서 이렇게 부른다. 반가운 마음에 만나서 막걸리와 안주를 시켰는데 기본 안주도 별로 없는데다가 시킨 안주가 늦게 나오고 약간 죄송하게(?) 생긴 주인아주머니가 휴대폰 통화를 오래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성질이 난 김 장군이 화를 버럭 낸다. 이 동생은 키가 나보다 머리 하나 만큼 크고(내가 작은 거지 ㅠㅠ) 덩치가 좋은 편인데, 건달 같이 생긴 사람과 시비가 붙어도 머리 한 대 쥐어박으면서 ‘야! 너 지금 나한테 까부는 거야?’라고 말하면서 눈 한 번 부라리면 상대방이 ‘아, 놔!’하고 달라 드는 것이 아니고 눈치 한번 보고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지 ‘죄송합니다.’라고 꼬리를 내리고 도망친다. 이런 사람인데 나한테는 깍듯이 참 잘 한다. (어흠!) 좋은 술 기분 좋게 먹어야지 하고는 양 쪽의 어색한 분위기를 말 몇 마디로 즐거운 분위기로 바꾸어서 기분 좋게 시원한 막걸리를 마셨다.
분위기를 바꾸어서 한잔 더 하고 싶은 생각에 ‘김 장군, 어디 다른 데 가서 한잔 더 할까?’하니 O.Kay한다. 어디로 갈까 물어보니 나이 어린 누나(?)가 하는 호프집에 가서 소주를 마시자고 한다. 왜 나이 어린 사람이 누나가 되었나 하면 컨설팅을 할 때 나는 상대방의 주민등록번호를 아는데 그 양반이 자꾸 내 나이를 물어 봐서 편하라고 줄여서 말했더니 정말인 줄 알고 그 때 부터 누나가 되어 버렸다. 호남 지방은 희한하게 나이가 한 살이라도 적다는 것을 알면 바로 말을 까버린다. 나이 어린 누나는 정말 자기가 누나인 줄 알고 나를 동생같이 예뻐한다. (ㅋㅋㅋ 웬 주책?) 그 호프집에서 일하는 알바는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예비 과학 샌님인데 그 동안 친해졌다고 앉아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같이 호프 잔을 기울인다. 다빈치 코드 이야기를 해주니까 신기하다면서 강단에서 매년 써 먹을 수 있는 레파터리라고 아주 좋아 한다. 신기한 마법의 숫자 1, 4, 2, 8, 5, 7은 순환소수 7의 나눔 값(1/7)이라는 것도 Tip으로 알려주었다.
나이 어린 누나, 김 장군, 예비 샌님하고 즐겁게 마시고 있는데 휴대폰이 부르르 떨어 댄다. 잠시 나가서 전화를 받으니 앤이다. 김 장군하고 한잔 하고 있다니까 내일 아침밥 사 준다고 먹지 말고 기다리란다. "아! 네~~~."
그러던 중 또 전화가 온다.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K시에 사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지인이 Y시에 와서 아는 사람 여럿이서 맥주 한잔 하고 있는데 보고 싶다고 오라고 한다. 아니 이 글을 쓰는 사람은 도박 공화국이 아니고 술 공화국(?)에서 사는 사람인가? 저녁 내내 술 이야기만 하고 있어? 좌우지간 누나(?) 호프집에서 나와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 민속주점으로 혼자 찾아 갔다. 아는 사람이 5명 있고 처음 보는 부부가 반긴다. 서로 칭찬과 격려 속에 up된 마음으로 환담을 나누다가, 이 자리에는 없지만 같은 우호세력인 사람이 운영하는 노래방에 안 갈 수 없다하여 그 곳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The bridge of troubled water'를 한 곡 부르고 (잘 부르는 것이 아니고 가사를 읽을 줄 암) 노래방에 있는 컴을 켜니까 울적했다는 지인으로 부터 반가운 답 글이 와 있다. 내가 보낸 메시지를 보고 오늘 처음으로 웃었다고......
아! 어제 일을 적고 있는데 왜 이렇게 춥나?
올 여름 내내 땀을 뻘뻘 흘리고 부채를 열심히 부쳐가며 ‘어, 춥다!’를 연발하니 시장 반찬가게 할머니가 ‘잠바 갖다 줄까?’ 해서 ‘담요 갖다 주세요.’ 하고 올 여름을 보냈다는 이야기.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어, 춥다!
더위가 막바지네요.
건강 유의하시고 부에노의 '썰렁한 하루 이야기' 이만 마칩니다.
끝까지 봐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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