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시내와 만년설
토마토 님의 글에 붙여, 꿈과 목표
토마토 님의 이민 사춘기 글을 읽으면서 차마 거기에는 꼬리글을 붙일 수가
없더라고요.
저도 동기 남쪽나라 님과 똑같이 쪽 팔리게 고교 입학시험에 떨어져서 재수를 했었죠.
뭐 그전에 한국나이 15살에 술, 담배, 여자 알 것은 다 알았죠.
조숙했다고 할까, 까졌다고 할까?
그러나 어른들은 제가 그럴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겠죠.
그저 생긴 대로 착하고 범생이로만 생각했을 거예요.
지금까지도......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을까?
뺑뺑이로 고등학교 들어가서는 나이는 같아졌지만 일 년 꿇었다고 어설프게 대우를 받는 재수생 출신이 된 거죠.
의례히 쉬는 시간에는 담배를 피우는 학생, 중국집에 가면 우동에 빼갈을 시켜 먹거나 소주 4홉 짜리 한 병 사들고 다니고, 그런 류의 여학생들과 어울려 대마초도 피우고......
중략.
급기야 고2 때 그렇게 쓰레기 같은 인생 살기 싫어 어디 가서 칵 뒈져버릴 거라고 등록금을 갖고 가출을 했죠.
전에 가본 설악산에 올라가 아무도 없는 데서 술 마시다 죽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침 그 때 그곳으로 가는 열차를 청량리역에서 너무 오래 기다려야 했기에 기차 가는 대로 남도까지 가게 되었죠.
갖고 있는 돈 떨어져가니까 죽기는 싫어서 그곳에서 배를 타려고 했죠.
그러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학생을 태워줄 배는 없었어요.
그때 배를 타면서 세계여행을 하겠다는 꿈과 목표를 갖게 되었어요.
그랬어요.
일단 제 인생에서 명확한 꿈과 목표를 갖게 되니까 다른 잔가지를 치게 되더라고요.
Go to straight!
다른 건 다 유보하고 직선으로 달려갔죠.
미팅?
나이트클럽?
둘 다 딱 한번 가봤어요.
가보니까 휘황찬란하고 정말 좋더군요.
그런데 거기 빠지면 안 되겠더라고요.
그렇게 꿈과 목표를 생각하면서 내 맘을 다스려갔더니 세월이 지나 제 꿈이 이루어지더군요.
그러니까 많은 것들이 저절로 생기게 되더라고요.
거대한 배에 몸을 싣고 이국의 아름다운 항구를 드나들 때 그 행복과 성취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젊은 시절, 돈 아쉬운 것 없었고......
그 당시 제 한 달 월급으로 형이 살던 부산 동삼동의 24평 아파트를 전세, 융자 안고 살 수가 있었죠.
여자?
널린 게 여자더라고요.
외국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한국에도 넘쳐나더군요.
골이 비었든 어쨌든 간에.
1년 만에 연가 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선을 수십 군데에서 보자더군요.
다 마다했지만......
뭔 이야기를 하려고 하냐면 우리가 지금 자식 키우는 나이잖아요.
자식들에게 꿈과 목표를 스스로 세우도록 대화하고 보조해주자는 말에요.
강요하지 말고......
제가 한국에서 이리저리 내리막길을 가다 보니 더 이상 어찌해 볼 수가 없어서 이민의 꿈을 키웠죠.
그래서 떠났어요.
뒤돌아 볼 이유도 없고 더더군다나 후회할 게 뭐 있답니까?
이렇게 재미있게 살면 되지.
지금도 저는 명확한 꿈과 목표가 있답니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글도 쓰고 사진도 올리고 있어요.
뭐, 제가 하고 싶은 일 하니까 재미도 있고......
무거운 주제에 괜히 잘난 척한 글이 되었나요?
여기 고수님들이 잘난 척한다고 잘난 놈이라고 생각하나요.
그저 그렇다는 이야기지.
우수회원 방 관리하다가 오랜만에 특별회원님 방에 긴 글 남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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