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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500원에 행복한 하루

부에노(조운엽) 2017. 4. 1. 20:49

 

부에노 : 단돈 500원에 행복한 하루 [39]

5320| 2007-05-22 추천 : 6| 조회 : 80020


 

남미 오래 살면 그저 그런(?) 음식

 

 

유효기간 지난 라면에 행복한 하루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을 겪으면서 웃고 울며 산다.

오늘은 부에노가 참 행복한 날이었다.

그런 기쁨을 같이 나누면 또 즐거운 일이기에 푼수 글을 적어 본다.

 

남미에 와서 하루도 고기를 빠뜨리고 식사를 해 본 적이 없다.

소가 됐든 돼지, 닭, 양 등등.

뭐 돈이 많아서가 아니고 먹을 게 그런 것밖에 없다.

 

아침에 혼자 밥 먹을 땐 된장국이나 김치찌개 하나 끓여 놓으면 일주일 아침 내내 그것만 먹는다.

그래도 얼마나 맛있다고.

김치는 맛있게 담가서 한 포기씩 썰어놓는데 이제 남미 음식에 길들었는지 매워서 잘못 먹는다.

달걀부침 두 개 해서 밥하고 먹으면 참 꿀맛이다.

어쩌다가 육개장을 한 솥 끓여놓고 한 이틀 먹으면 어느새 빈 냄비만 남는다.

주방장 안또니오하고 직원들이 나 없을 때 다 먹어버린다.

맛있는 것은 알아서...

 

몇 달 전부터 라면이 무척 먹고 싶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처럼 한국 식품가게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눈만 뜨면 파마한 노란 면발이 삼삼하게 떠오르는데 어찌해 볼 재간이 있어야지.

다른 음식은 하나도 먹고 싶은 게 없는데 오직 라면만 생각난다.

앉으나 서나 라면 생각!

눈 뜨면 사라졌다가 눈 감으면 떠오르는 라면.

 

오늘 우연히 중국 교포를 만나 이야기 끝에 라면 세 개를 얻었다.

바닥에 떨어진 부스러기 하나도 아까워서 후후 불어서 냄비에 넣었다.

그리고 닭 알 한 마리 깨서 집어넣고.

하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을 먹는데 이리도 행복할 줄이야.

이 순간 남희 씨가 라면 뺏어 먹으러 오면 나눠 먹어야 할까, 모르는 척해도 될까?


비록 유효기간이 한참 지난 라면이었지만, 글쓴이에게는 아직도 두 번의 행복이 남아 있어 생각만 해도 기쁘다.

 

 

 


락키 남미갈 때 신라면 한 박스 떨어뜨려야 겠네요~ㅎㅎ 05-22
남비야 저도 이집트 살 때, 출장 온 사람이 가져온 싱싱한 라면을 삶아 먹고, 국물은 남겼다가 또 밥 말아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쫄깃한 면발이 어찌나 싱싱하던지! 05-22
Paulo 갑자기 라면이 먹고 싶네. 05-22
이반코 으매~ 아사도 푸짐허네. 아사도, 바씨오, 모�하, 초리쏘, 모르씨쟈, 리뇬, 친출린, 뽀죠, 레촌... 살사 치미추리, 살사 끄리오쟈, 살사 쁘로벤살... 빤에 껴먹는 초리빤 일단 하나 먹고 바씨오로 입맛 다시고 본격적으로 아사도 뜯기~ 엔살라다준비하시고~ 05-22
이반코 갈 때 신라면 한박스 둘러매고 가야겠네요. 찾아뵈면 신라면박스에 아브라소(Abrazo)하시려나? 신라면, 너구리, 안성탕면, 짜파게티... 좋아하시는 거 말씀하세요. 05-22
momo0506 Nazareth가 행복한 하루를 열어 주네요.I don't want to go on without you 라는 노래도 아주 좋답니다. 그 행복감 계속 이어 가십시오. 05-22
pana

유효기간 지난 라면~ 이라 그거 안 먹어본 사람은 참맛을 모를껍니다. 예전에 볼리비아 고차밤바 해발 2,200m 도시에서 숨겨놓은 라면 1봉지 찾아서 뜯어보니 면에 곰팡이가 피어서 물로 깨끗이 씻은 다음 냄새제거용 된장 살짝 넣은다음 끓였죠. 헌대 고도가

05-22
pana

높아서 물이 약70~80도에서 꿇으니까 라면이 약간 퉁퉁 불지 뭡니까. 설익기도 하고 그래도 라면 맛은 기가 막히게 좋았던 기억...

05-22
saci

거봐요. 이런 글이 touching이라고... 블로그에 박아 두시려든 글 가져왔군... 음악 죽이고... 라면 국물에 눈물 흘려보지 못한 사람은 인생을 모른다... 하하하... 라면 국물에 얼마나 많은 사연과 기억이 있는 지... 내 식구들은 내가 잘 안 해줘서

05-22
saci

그런지 라면이 뭐 특별한 음식으로 안다... 근데... 그것도 꼭 한국 수퍼에서 파는 한국에서 만든 거라야한다... 맛은 알아가지고... 유럽 한국 공장 라면이나... 타이나, 일본 라면 등은 안먹는다... (우...훨씬 싼데...) 근데... 나도 라면 먹고 싶네...

05-22
saci

부에노님... 세계엔 메인에 떴네... 다음 운영자와 나와 가슴이 통했네요...

05-22
부에노 애고... 숨어 있을 지도 모르는 글이었는디... 감사... ^^ 삭제 05-22
smap 저 오늘 점심 때 라면 끓여먹었는데... 근데 파나 님은 그 라면 드시고도 괜찮으셨어요? 05-22
saci

이반코님은 저게 다 달라보이나요? 난 고기와 토마토로밖에 안보이는 데... 참 이름도 많네... 이름 외우는 것만도 힘들겠어요. 나에겐... 부럽네요...

05-22
라스까사스 부에노님, 저도 그 심정 압니다. 미국 플로리다에 한국 사람 한 명도 없는 어느 고등학교 기숙사 생활할 때, 한국 또는 일본 라면은 생각도 못하고 미국 수퍼에서 파는 맛없는 라면 사다가 기숙사 방의 화장실 물을 받아 끓여 룸메이트 친구와 함께 먹었을 때 05-22
라스까사스 땀을 뻘뻘 흘려가며 먹었던 그 맛, 평생 기억됩니다. 아마 pana 님이 맛보셨던 그 맛일까? 부에노님, 삶의 진솔함이 팍팍 전달되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물론 부에노 님의 항해일지 역시 캡입니다만...^^) 이반코님, 제 아내는 미국서 자란 사람이지만 아사도 맛 05-22
라스까사스 한번 보더니 지금은 애들과 더불어 아사도 왕 팬입니다. 또 알젠틴 친구들에게 recipe 받아 치미추리 아주 잘 만듭니다. 알젠틴을 한번도 가보지 못한 사람이. 저도 지금은 라면보단 저 위에 아사도에 더 눈길이 가는군요.^^* 05-22
지성 외국에선 뭐든지 구하기 어렵고 비싸고 넘넘 먹고잡고... 라면에 얽힌 부에노님의 사연은 이민자라면 누구나 겪는 메딘 코리아져... 500원의 행복한 하루... 그 맛에 하루 일과도 술술 풀리셨을 듯 합니다. ^^* 파이팅 부에노 부에노!!!! 05-22
부에노 여러분의 진심어린 덧글에 손수건을 꺼냅니다. 감사합니다. ㅜㅜ 삭제 05-22
바다 움... 항상 여러분들이 부러웠는데 오늘은 아니네요. 손만 뻗으면 라면이 잡히니... ^^; 그런데 요즘 라면은 보통 700원 정도로 올랐어요. 1,000원 넘기는 것도 있구... 05-22
poison

그런데 여기는 없는 게 없는데... 라면 종류도 엄청 다양하고... 언제인가 오뚜기 식품점에서 유통기한 지났다고 무료로 라면 나눠주기도 했었는데... 컨테이너가 너무 늦게 도착했다나 뭐라나... 그리고 보면 브라질 사는 거 다행이다. ^^ 별별 거 다 있거들랑요.^^

05-22
김정식

부에노님 우루과이 사시나요? 저는 예전에 뱃일하시는 분들한테 라면 얻어먹었었는데... 그리고 거 중국집 하나 있잖아요. 센뜨로에 아줌마하고 아저씨하고 딸 한명 있고 북경인가? 거기 중국음식으로 한국음식 향수를 달랬었는데요. ㅋㅋㅋ

05-22
한국인

브라질 한인들은 참 넉넉한가 봅니다. 파라과이도 그러려나... 아닐거야. 사람 입이 참 간사한 거라... 난 매일 라면만 먹어요. 고기는 무서워서 못 먹어요. 한우는 넘 비싸고, 미국은 프레온이 무섭고...

05-22
한국인

부에노님... 라면은 건강이 좋지 않대요. 삼양, 농심, 오뚜기... 이 놈들 튀긴데 또 튀기고... 식물성 쓰라면 동물성과 섞어 쓰고... 비싸기는... 농심주가가 제품에 비해서 가장 비쌉니다. 하도 남겨서... 라면 먹지 마세요, 연세도 있는데

05-22
한국인 하기야, 고기도 좋지는 않지만... 아사도도 채소류에 싸 먹기도 하나요? 05-22
한국인 잠깐, 라면이 무지 싸네요. 한국도 7~800원. 좀 비싼건 1,500원도 하는디... 무지 오래전 이야기인지요? 05-22
대륙횡단 ^^ 이런... 신라면 깨먹으면서 글 읽다보니 라면이야기네요. 우루과이 가게 되면 밥값을 돈 대신 라면으로 드려야겠네요. 05-23
루니유니 한국에서 3년을 살고 현재는 엘에이에서 일하는 제 코스타리카 친구가 지난 주말에 과테에 놀러와서는 술 먹고 젤 먼저 찾는 게 라면이더군요. 신라면 두 개에 계란 하나 깨 넣고 끓여서 넷이서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요. 05-23
알젠의 봄

부에노님은 옛 기억을 끄집어 내는 데는 일가견이 있나 봐요. 한 일년을 거의 주식으로 먹을때가... 친구들하고 어릴적 솥째 끓여 먹으며 젓가락 쌈하던 시절이... 아~ 옛날 이여...

05-23
별지면-내리는비 라면 먹고 싶네요... 웰빙 열풍으로 라면 안 먹어본지가... 그래두 라면이 젤 맛있어요. 작년에 한국에서 틈새 라면이 맛있다고 소문 나서 틈새라면 구해서 먹어보았어요. 진짜 맛있더군요... 부에노님 틈새 라면도 먹고 싶죠? 헤헤헤 (염장질) 05-23
지심행

부에노님 진작 알았더라면 공수하고 올 것을... 그라시엘라 님에게 고추장, 신라면, 깻잎 햇반, 미역, 다 주고 왔는데... ㅎㅎ

뺏어다 드세요

05-23
David 500원에 행복을 사다니... 라면이 유효기간이 지나고 냄새나고 곰팡이가 좀 끼면 어떻습니까? 노스텔지아를 채워준다면 그것은 지상 최고의 만찬이 되겠지요. ^^*  잘봤습니다. 05-23
부에노 그래유, 맞어유... David 님, 지상 최고의 만찬... 아무 것도 부럽지 않은 무념무상... 그라시엘라 님하고 산후안에서 라면 세 박스 조졌시유, 지심행 누나... 하하하. 인천 공항에서 비닐 테이프로 둘둘 만 라면 세 박스...  삭제 05-23
한국인

와들 나가 사시면서 이런 불량식품을 그리워들 하시는지... 아사돈가 그런 거 먹어요. 라면 먹으려 고향들 그리워하지 마시고... 부모 형제들께 전화라도 하세요들. 라면 불량식품이라고요. 내가 먹고 살아서 아는데... 참 남미분들은 라면에도 우는데.

05-23
한국인 난, 이민을 가게되면 뭘로 울며 살지... 부에노님 라면에 정신 잃지 마세요. 05-23
꼬마아인슈타인 여기 덧글은 참 훈훈하네요. ^^ 전 외국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서... 하지만 잠깐 여행가서 먹었던... 친구가 끓여준 라면을 생각하니 실감이 나요. ^^ 비록 부에노 님을 모르지만 혹시 남미 가게 되면 찾아가서 라면 한 봉지(5개들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들어요. ^^ 05-23
마떠르 동감동감 05-24
유공 저도 외국에 2주간 있으면서도 라면이 어찌나 그립던지... 그나마 한국 라면은 없고 중국 라면을 사먹었는데 그것도 감지덕지더군요!^^ 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