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노 : 단돈 500원에 행복한 하루 [39] | |
5320| 2007-05-22 | 추천 : 6| 조회 : 80020 |
남미 오래 살면 그저 그런(?) 음식
유효기간 지난 라면에 행복한 하루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을 겪으면서 웃고 울며 산다.
오늘은 부에노가 참 행복한 날이었다.
그런 기쁨을 같이 나누면 또 즐거운 일이기에 푼수 글을 적어 본다.
남미에 와서 하루도 고기를 빠뜨리고 식사를 해 본 적이 없다.
소가 됐든 돼지, 닭, 양 등등.
뭐 돈이 많아서가 아니고 먹을 게 그런 것밖에 없다.
아침에 혼자 밥 먹을 땐 된장국이나 김치찌개 하나 끓여 놓으면 일주일 아침 내내 그것만 먹는다. 그래도 얼마나 맛있다고. 김치는 맛있게 담가서 한 포기씩 썰어놓는데 이제 남미 음식에 길들었는지 매워서 잘못 먹는다. 달걀부침 두 개 해서 밥하고 먹으면 참 꿀맛이다.
어쩌다가 육개장을 한 솥 끓여놓고 한 이틀 먹으면 어느새 빈 냄비만 남는다. 주방장 안또니오하고 직원들이 나 없을 때 다 먹어버린다. 맛있는 것은 알아서...
몇 달 전부터 라면이 무척 먹고 싶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처럼 한국 식품가게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눈만 뜨면 파마한 노란 면발이 삼삼하게 떠오르는데 어찌해 볼 재간이 있어야지.
다른 음식은 하나도 먹고 싶은 게 없는데 오직 라면만 생각난다.
앉으나 서나 라면 생각!
눈 뜨면 사라졌다가 눈 감으면 떠오르는 라면.
오늘 우연히 중국 교포를 만나 이야기 끝에 라면 세 개를 얻었다.
바닥에 떨어진 부스러기 하나도 아까워서 후후 불어서 냄비에 넣었다.
그리고 닭 알 한 마리 깨서 집어넣고.
하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을 먹는데 이리도 행복할 줄이야.
이 순간 남희 씨가 라면 뺏어 먹으러 오면 나눠 먹어야 할까, 모르는 척해도 될까?
비록 유효기간이 한참 지난 라면이었지만, 글쓴이에게는 아직도 두 번의 행복이 남아 있어 생각만 해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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