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이민을 꿈꾸는 이들에게
(질의 메일)
안녕하십니까? 부에노라는 필명으로 처음 라틴 게시판에 글을 쓰셨을 때부터 선생님의 팬이 된 사람입니다. 그동안 선생님께 몇 번 메일을 드리고자 했으나, 저 말고도 여러 팬께 많은 편지를 받으실 텐데, 혹시 귀찮게 해드리는 게 아닐까 염려되었습니다. 항상 선생님의 글을 보며, 남미에 대한 환상과, 그 자유로움에 대해 꿈꾸고 있고, 삶의 목적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보며, 정해진 틀 속에서 조국으로 부터 받는 무한한 혜택에 큰 감사를 하고 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즐겁지가 않았습니다.
라틴 게시판을 알게 되면서, 또 선생님의 글을 보면서 제 삶이 너무 답답한 게 아닌 가 생각되어 무작정 사표를 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집안과 주변의 반대와 질타가 너무 심해 심적 부담이 있습니다.
저는 아르헨티나 행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곳에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나, 서른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무엇부터 해야 될 지 고민은 되지만, 이겨낼 것이라 생각합니다.
항상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드리며, 이민을 생각하고 있는 철없는 저에게 용기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답장 기다리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요! (답 메일)
안녕하세요. 어학연수 같은 걸로 질문하면 쉽게 대답할 수 있지만 이민 이야기는 쉽지가 않군요. 님의 인생이 바뀌는 일이라서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한국에서의 삶과 경험이 다 다르듯 이민자 역시 마찬가지라 딱 정의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지요. 그런데다가 나는 사진 찍고 글이나 쓰면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맛이 간(?) 사람이라서 더더욱 객관적인 이야기를 드리기가 합당치 않군요. 그래서 고심하다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이민 와서 살고 있는 젊은 이반코 님에게 부탁했어요. 약간 수정했습니다. 아래 글입니다. 남미 이민을 계획한다면 몇 가지 고려할 사항들이 있습니다. 1. 연고 이민이든 무연고 이민이든 간에 사전답사를 해야 합니다. 사업이나 이사할 때에도 심사숙고해서 결정하는데, 하물며 이민을 생각하신다면 내가 가서 살 곳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지식이 필요합니다. 라틴방의 이민에 관한 글과 다른 사이트의 글들을 찾아 읽어 보세요. 궁금한 것은 언제라도 문의하시고요. 2. 이민국의 언어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으면 좋습니다. ‘가서 배우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건 안일한 생각입니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현지 언어를 공부하시길 권합니다. 3. 보유한 자금과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해 생각해보세요. 무작정 떠나는 이민이 아니라 자본에 맞추거나 이민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가지고 준비해야겠죠. 남미에선 투자 이민 시 투자 금액을 그리 많이 요구하지는 않지만, 만만히 볼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죠. 기본적인 계획을 충분히 세운 후에 결정하세요. 이민 와서 언어를 배우고, 이곳 현실에 맞는 기술을 익히거나 사업을 벌이면 그만큼 늦고 실패의 위험이 큽니다. 또한 언어를 배우고, 현지사정을 알게 되는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요. 4. 미혼 이민보다 기혼 이민이 유리합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가볍다고 단독 이민은 많은 어려움을 수반합니다. 한국에서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던 때와는 천지차이입니다. 내게 도움 줄 사람도 찾기 힘들고, 어려울 때 정신적지주가 되어줄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현지 교민 사회에서는 미혼이면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혼자 왔기에 언제 말없이 사라질 줄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죠. 그러나 기혼이고 부부가 같이 이민 올 경우 자녀까지 있다면 이 나라에 뿌리를 내리려고 왔다는 생각을 하기에 협조와 도움이 용이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혼 이민, 가족 이민 온 사람들이 모두 다 성실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단독 이민이라고 할지라도 성실함을 보여 신뢰를 쌓는 경우도 많습니다. 교민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가정해서 이야기한 것입니다. 5. 안정된 직장을 왜 그만두고 이민을 생각하시게 된 건지 조금 의아합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쌓아온 인간관계와 삶의 경험을 다 포기하고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이민이 과연 바람직할지 걱정됩니다. 이민 생활이 한국에서의 생활보다 더 낫다고 볼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히려 한국에서의 생활보다 더 괴롭고 힘든 부정적인 면들도 많이 있을 겁니다. 그런 것을 감당해낼 자신과 믿음이 있다면 이민을 결정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사전답사 하라는 결론입니다. 자신이 살 집 구경도 안 하고 덜컥 사는 사람은 없듯이, 최소의 자금으로 몇 달에서 한 1년 정도 답사해 본 후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 시간동안 이민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과연 내가 남의 나라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충분히 판단이 서게 될 거라 믿습니다. 늘 기분 좋은 하루되세요. ^_^
음악 : 라틴방 Capitan poison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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