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 강도보다 벌레가 더 무서워...
한국에서 새로 이민 온 친구 아이들을 데리고 연말연시 휴가로 바닷가 섬에 갔던 적이 있습니다. 과루자(Guaruja)라고 브라질의 풍광을 한 번에 보고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해변이 있고요. 상파울로에서 가깝기도 하려니와 바다와 열대 숲이 한데 어우러져 드라이브 겸 나들이코스로 자주 찾는 곳입니다. 그곳에는 먹을 거리, 즐길 거리 그리고 주변에 낚시할 수 있는 곳도 많아 고국에서 아는 사람이 오면 제일 먼저 가보게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헌데 그 아름다운 해변에 늘 사람들이 많이 모이다 보니 크고 작은 범죄가 끊이지를 않는데 대낮에야 워낙 사람들도 많고 늘 경비원과 경찰들이 상주하니 별 문제가 없으나 밤이 되면 한산해지니 순찰 도는 경찰을 피해서 이따금 작은 강도사건이 나기도 합니다. 그걸 알면서도 여럿이 별 일 있으려나 했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애들 아빠가 어느 날 저녁에 아이들이 졸라 함께 해변을 산책하다가 강도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하려고요.
그런데 그 강도란 녀석들이 꼬맹이들이었답니다.
열살 정도나 되었을까 하는 꼬마들 넷이 자전거를 타고 와 옆에 서더니 한 아이가 총을 들이대며 가진 것 다 내놓으랍니다. 애들 아빠는 꼬맹이 강도들이 브라질 전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요. 우리 아이들은 어리둥절해서 ‘뭐야? 얘들 뭐라 해요?’ 하고, 아빠는 ‘가만있어라……’ 물론 한국말로 속삭였답니다. 그 꼬맹이 손에 들려있는 것이 진짜 총이란 것을 확인한 애들 아빠는 아이들에게 진정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지요. 애들 아빠 등에 식은 땀이 흐르고 우리 아이들이 놀라거나 흥분해서 섣부른 행동이라도 할라치면 그 다음에 발생할 일들이 떠올라 순간 오싹하더랍니다.
그 아이들은 마약이든 본드든 제 정신이 아닐 테고 여차해서 오발 사고라도 나면 큰 일이지요. 전에 말씀 드렸지요? 꼬마들이 더 무섭다고요. 우리 아이들은 이미 교육을 많이 받은 터라 ‘알았어요. 아빠.’ 하면서 침착한데 문제는 한국에서 새로 온 아이들이었습니다. 알 턱이 없었지요. 주의를 주었는데도 ‘아저씨, 얘가 뭐라 해요? 씨~ 쪼그만 녀석들이……’ 하더랍니다. 아빠는 ‘그래, 가만 있어라. 그리고 네 주머니에 있는 거 다 주어라.’ 총을 들이대고 있는 아이와 같은 또래였던 친구 아들이 하는 말이 ‘총이에요? 정말 총인가요? 요까짓 녀석들 내가 이길 수 있는데, 이래 봐도 제가 한국에서 태권도 도장에 다녔거든요.’
뭐가 위험한 것인지 알지 못하는 친구 아이와 어두컴컴한 곳이었지만 강도로 돌변한 브라질 꼬마가 가진 총이 가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애들 아빠가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지훈아! 가만있어. 그리고 그거 다 줘라. 너희들도 어서...’ 그때 지훈이 누나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고등학교 일 학년이었는데 ‘어머나? 이게 뭐야?’ 그러면서 얼마나 놀랬는지 ‘꺅!’ 비명 소리를 질렀다네요. 순간 꼬마 강도들도 놀랐는지 아이들이 들고 있던 물건들을 낚아채고 쏜살같이 줄행랑을 쳤는데 그때까지도 속이 벌렁대도록 놀랬던 지현이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소리를 지르는 통에 아이들이 다칠까봐 혼비백산한 애들 아빠......
‘지현아! 강도보다 벌레가 더 무섭니?’
실제로 우리 가족이 경험한 강도 사건이었습니다. ^^
(글 poison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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