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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미시 님의 라틴방 첫 글, 이민 생활을 한다는 것

부에노(조운엽) 2008. 10. 24. 22:49

 

  • 이민 생활을 한다는것.. [11] | 미래미시
    • 번호 2098 | 2006.11.24
    • 조회 7608 | 추천 추천 0

     

     

    이민 생활을 한다는 것

     

     

    이민에 대한 환상을 갖고 이곳 아르헨티나를 오게 된 건 아니었다.

    결혼과 함께 지구 반대편의 이 땅에 와서 약간의 기대와 두려움으로 이곳 생활을 한지 벌써 15.

    정말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이런 것이 이민 생활이구나 하는 것을 정말 여러 번 느꼈던 거 같다.

     

    온지 얼마 안되어서는 낯선 언어에 당황했다.

    영어와 아무 상관없이 사는 사람들......

    오히려 스페인어 못하냐고 의기양양한 사람들 앞에 너흰 한국말 할 줄 아냐고 따지고 싶었던 시간들.

    한국사람들도 다 치노(중국인)라며 두 눈가를 손가락으로 쭉 잡아당기며 놀리는 수모 아닌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정도야 이겨낼 수 있는 작은 에피소드에 든다고 스스로 위로했던 거 같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대부분의 한인들이 하는 옷 가게를 하면서 정말 여러 가지 난관에 봉착했다

    능숙하지 못한 언어와 잘 알 수 없던 법들......

    그래서 계리사와 계약해서 매달 일정액을 지불하면서 모든 문제를 그들에게 의뢰했는데 그들은 일은 띄엄띄엄 하고 돈은 매달 칼 같이 받아갔었다.

    그러다 계리사를 바꾸니 이거 저거 미비하다며 세금 더 내야하고, 그러면서 부풀려지는 돈은 정말 그들에게 정떨어지게 했다.

     

    노동자 입장에서 너무도 잘 되어있는 노동법은 변호사를 바쁘게 만들었다.

    몇 달밖에 일 안하고 몇 년 동안 월급 한푼 안 받고 일했노라고 고발하면 그때부터 가게 주인들은 한숨과 스트레스로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런 허위 고발도 거의 백 프로, 이방인 주인들이 지게 되어 있기 때문에 변호사들은 고발한 종업원들을 중재해서 어느 정도 선에서 돈으로 해결한다. 이런 경우를 여러 번 당하다 보면 종업원들과 날 선 사이가 되고 그렇게 하는 것이 안 당하는 첫 번째 방법으로 생각하며 돈 들이고 배운 또 하나의 이민 경험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배우고 당하고 느끼면서 자리를 잡게 되면 한국에서 쉽게 누리지 못할 여유도 누리게 되는 거 같다.

    주말엔 어느 운동 보다 싸게 드는 골프를 치고 오후엔 사우나를 하며, 자동차를 어느 나라 메이커로 바꿀까 화제를 삼으며 자기 만족도 누리게 되니 말이다.

    이런 외적 만족을 크게 생각하게 되는 데에는 내적 빈곤이 자리를 잡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가족과 떨어져 타국에서 터전을 잡고 살아가야 하는 압박감.

    그래도 어느 정도 남의 나라에서 자리를 잡고 살아야 한다는 스트레스.

    커가는 아이들에게는 자신들이 했던 어려움과 고난을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는 중압감 때문에 자녀들에게는 뭐든지 해줘서 그들이 도리어 문제아가 되는 이상한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는 어이없음.

    이렇게 생활의 에피소드를 한 장 한 장 만들면서 이곳 사람과 동화되어 가는 것이 이민 생활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어차피 이민생활인데 좀 더 많은걸 누리고 싶다는 욕망에 더 나은 나라,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으로의 진출을 위해 노력과 투자를 하는 것을 보면 이 이민 생활이 방랑 생활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 아닌 우려가 되기도 한다.

    어디나 자리를 잡고 산다는 것이 쉬운 건 아니지만 이젠 이민자라기 보다는 이곳 사람들과 이웃이 되어 살고 싶다.

     

     

     

    조운엽
    글을 참 차분하고 진솔하게 잘 쓰시는군요. 잔잔한 여운이 가슴에 남습니다. 이민 생활 15년이라면 적은 세월이 아닌데... 저는 고국을 떠나 12년 동안 해외에 직업상 떠다니다가 국내에서 몇 개 중소 도시에서 십여 년 살았는데 내년 초에 아르헨티나로 06.11.24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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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운엽
    이민을 가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한국의 도시도 아는 사람 없이 처음 와서 산지 5년이 되어가는데 미련없이 알헨으로 갑니다. 미래미시 님께서 그곳의 이웃과 이웃이 되고 싶다는 말씀에 말 못할 많은 사연이 있었다는 것을 느끼겠군요. 06.11.24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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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운엽
    그 사연들을 이곳 남미방에 시간나시는대로 올려주시면 고맙겠어요. 항상 건강하시고 즐거운 하루 되세요. ^^ 06.11.24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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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rmwinter
    외국생활을 하면 진짜 역마살이 끼나 봅니다. 저도 다음엔 어느 나라에 가서 살까 고민 중. 06.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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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샘

    이거 외국 이민 생활하는 사람들 다 뭐라고 해야 하나. 다 지 팔자에 있어서 하는 거지 아니면 못하는 거다. ㅋㅋㅋ 역마살이 엄청 낀거지. 아효~ 06.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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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late
    가슴 깊히 스며드는 이야기를 보니 너무너무 어려웠고 견디기 힘들어 다시 보따리를 싸기를 몇 번이었는지도 모르게 살다가 보니 이젠 한 시름이 놓여가고 있지만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은 이민 생활이었던 것 같군요. 06.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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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tte
    이민이란것이 고향을 떠나 외지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고향을 등지고 사는 생활이 아닌 이상, 구지 한곳에 머물며 살아야하는 법은 없습니다. 수익이 창출되는 곳에서 살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수익성이 있으면 사업을 하듯이, 수익이 생기는곳이 터전이 되는 것이 06.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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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tte
    지금의 국경 없는 시대에 적절한 삶의 패턴이라고 생각됩니다. 본국에서도 살면서 배신감정을 느낄 때가 있지요. 이런 건 고향이기에 스스로 이해를 하려고 하지만 외지에서는 이해하기가 힘든 점들이 있지요. 내 뜻대로 잘 안 되는 세상이 어디 아르헨티나뿐만 06.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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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tte
    이겠나 싶군요. 고통(죽음)의 그림자는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그리고 꼭 이사, 이민, 이직, 변화가 불필요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 나은 곳에서 살고 싶다면 움직이려고 노력하세요. 하지만 어디 가나 100% 의지할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06.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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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beza
    아직 어리지만 아르헨에서 13년 살다 미국에 온지도 인제 7년이 다 되는데 이중국적을 떠나 3개국 시민권은 있으나 어디에 있어도 이방인인 것 같은 느낌은 어쩔 수 없나 봐요. 그렇다 보니 Yette 님 말씀대로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여기저기 돌아 06.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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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beza

             다니는 건가 봐요. 그래도 아르헨에 가면 가장 마음이 안정되는 건 무었인지... 06.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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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미시

    타지 타국 생활은 어디나 쉽지만은 않지요. 시간이 약이 되고 적응이 보상이 되는 거 같습니다. cabeza님 말씀대로 여행하다가 보면 그래도 이곳 아르헨이 마음 편해져요. 댓글 감사합니다. 06.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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