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를 항해하는 선박 “잠깐만, 삐지지 말고 이야기 들어 봐.” 내가 목소리를 깔면서 입을 열자 남희가 눈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게 어떻게 된 거냐 하면 전에 나미가 막 욕을 하면서 편지 보낸 적 있었잖아?” “그래서.” “그때 나도 성질이 나서 니들 편지를 구겨서 바다에다가 던져버렸거든. 그리고 맥주 한잔하고 졸다가 밤에 나와서 바다를 쳐다보니 너희 얼굴이 밝은 달에 겹쳐 보이더라고...” “술 먹고 조는 버릇은 여전하네, 그런데?” “그때서야 나미의 마음을 읽은 거야. 나 참 늦지?” “그래, 바보야.” “‘아, 실수했구나. 주소라도 남겨 놓을 건데.’라고 후회했는데 그 편지가 내가 잡은 큰 물고기 배에서 나온 거 있지. 정말 질긴 인연 아니겠어?” “어머머...” “그래서 선미 씨 편지도 버릴 수 없었던 거야. 시집 안 간 거도 알아.” “그래도 그렇지, 베개 밑에 다른 여자 편지를 놓고 자는 걸 보고 좋아할 여자가 어디 있겠니? 그래서 저 편지를 다림질한 거야?” 남희가 벽에 얼룩이 지고 색 바랜 편지를 손으로 가리켰다. “응, 선미 씨 편지는 안 다렸어. 그리고 그 애 생각만 하면 POOP 생각이 나서...” “???” “오늘 밤 나 어디서 자?” “여기서 같이 자자, 난 소파에서 잘게.” “뭐라고? 아직 안 돼, 짜샤!” “응, 그래. 그럴까 봐 비어있는 선주 감독 방 치워놓으라고 했어. 거기도 넓어.” “그 1항사 방 옆은?” “안 돼, 거기는. 그 인간 자기 방에서 벽이라도 뚫을 사람이야.” “하하하. 대단하구나. 잉카 콜라는 또 무슨 소리야?” “푸하하하. 그 양반 잉카 콜라 빼면 할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이야. 조각하는 큰딸이 코이카 단원으로 페루에 갔다는데 거기 잉카 콜라는 노란색인 모양이야. 그래서 만날 잉카 콜라 이야기만 해. 오감이 다 노랑 모드야.” “자기도 세계 각국에 애인 하나씩 있겠다, 그치?” “그럴 리야 있겠니, 어디. 알렉산드리아에서 아픈 추억이 있긴 있었어.” “응, 그래. 말해 봐. 듣고 싶다. 네 이야기라면...” “흠... 이야기하자면 길고 명예 살인 때문에 캡틴이 상륙 금지를 시켜서 해프닝으로 끝났어. 어떻게 보면 다행인지도 모르지, 뭐. 그때 벽을 쳐서 다친 상처야.” 내가 왼손 주먹을 보여주자 남희가 따뜻한 손으로 내 손을 잡고 훈훈한 입김을 불어주었다. “많이 아팠겠다. 자, 호~” “참! 일본에서 사려다가 바빠서 대신 싱가포르에서 선물 하나 샀다.” 서랍에서 예쁜 포장이 된 작은 상자를 남희에게 내밀었다. “야, 짜샤! 많이 세련됐다. 전에는 뭔 꽃인가 길에서 꺾어다가 신문지에다 둘둘 말아주더니...” “응, 이젠 돈 벌잖아. 열어 봐.” “그래, 고마워. 신문지에 싸서 주더라도 난 네 마음을 읽을 수 있어.” “와우, 목걸이네! 심플하고... 고맙다, 정말...” “자, 이제 일과 시간도 끝난 거 같고 나가자. 예쁜 옷 사줄게.” “그래. 어머니는 잘 계신대?” “응. 잘 계실 거야. 어머니는 벌써 눈치채신 거 같아.” “그래? 아니 어떻게?” “전에 과 애들하고 니가 충신동 우리 집에 우르르 몰려온 적 있었잖아?” “응...” “그때 니가 먹던 라면을 나한테 줬잖아. 군소리 안 하고 받아먹는 걸 보고 어머니 눈이 반짝하시더라. 나중에 유빈 누나도 그 이야기 듣더니 열 받아서 ‘그래서 아들 키워봐야 말짱 소용없다니까요. 엄마 앞에서는 그렇게 까탈스럽게 굴던 사내자식이 제 여자 앞에서는 꼼짝 못 하고’라며 핏대를 올리고...” “어머머, 그랬어? 하긴 네가 표 안 나게 유별났어. 하루에도 몇 번이나 손을 씻고. 그리고 그 생각나서 요즘 라면 타령이니?” “응? 아, 한국 라면! 정말 먹고 싶어. 그리고 지금은 별로 안 그래. 살아 보니까 땅에 떨어진 거 주워 먹고도 죽은 사람 없다더라. 자, 이제 나가자.” “응. 나도 지사에 전화해서 ‘HAPPY NINA’ 호 다큐멘터리 찍는 거 의논해야겠다. ‘어린 왕자의 북유럽 항해일지’ 이런 거 한번 만들면 어떻겠냐고.” “그래, 옷 사고 나서 어디 근사한 데 가서 말리브 한잔하자.” “응, 나 옷 가격이나 브랜드 그런 거 안 따진다. 그냥 편하면 돼. 그리고 어디 조용한 데 앉아서 알렉산드리아에서 있었던 이야기 해줘, 도시 이름하고 재미있겠다.” 젊은 연인들은 다정하게 손을 잡고 ‘HAPPY NINA’ 호가 정박해 있는 로테르담 부두에서 걸어 나와 붉게 저물어가는 에라스무스 다리 쪽으로 향했다.
어린 왕자의 북유럽 항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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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i 예술가 David님이 벽을 뚫어서 조각을 하시다니... 역시... 필 받으시면... 커피밭에서 호미 자루 갖고 뛰어오실까... 걱정도 되구...... 05-07
이반코 항해일지이면서 연애일지(?) 오늘도 즐겁게 읽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번 호에는 출연하는 분들이 꽤 많네요. 05-07
RailArt박우물 맞아요. 항해일지가 연애일지... 근데 인생의 바다에서는 모든 것이 그렇게 항해가 아닐까 싶어요. 그중에 사랑도 포함되는 식으로. 05-07
momo0506 Don't ever ask me why? I'll never say good-bye to my love. "My love" 오랜만에 듣는 노래네요. 이번 만남에서 아마도 15금 이상 장면은 없을 것 같은데요.ㅎㅎㅎ 05-07
워렌버팡 휴~~~~~~우 05-07
saci 조금은 지리하고 또 조금은 삭막한 우리의 일상에... 한바탕 웃음을 선사해주시는 고마운 부에노님의 애씀에...... 어깨 가볍게 두둘기고 갑니다... 수고하시고... 고맙구요...... 05-07
별지면-내리는비 아, 말리브는 나두 좋아하는데... 와인을 한잔했더니 잠이 안 와서 살짝 들어왔어요. 주말은 잘 보냈셨는지요? 근데 암만 봐두 부에노님은 범생 스탈 같아요, 그쵸??? 저 같음 벌써 관객을 위해 R 등급으로 갔다니깐요... 05-07
알젠의 봄 오늘도 어김 없는 부에노의 항해일지를 읽다 보니 하루가 또 지나갑니다. 이렇게 하루 한 편이 일상이 되어버렸으니... 라면 얘길하시니 친구들이랑 한참 때 솥째 끓여먹어도 부족해 젓가락 쌈하던 기억이 불~쑥나네요... 05-07
유빈 엑스트라가 있어야 주연이 빛나는 법이니 기꺼이 엑스트라해드리지요. 하여간 그 능청도 수준급입니다. 그리고 saci 님 말에 난 더 배꼽이 빠질 뻔 했네요. 커피밭에서 호미 자루 갖고 뛰어온다고? ㅎㅎㅎ 05-07
젤소미나 안녕하세요. ^^ 언제나 변함 없이 끈끈한 우정으로 라틴방을 빛내고들 계시네요~. 젊은 사람들보다 더 유쾌하게 삶을 즐기시는 것 같아 너무 부럽습니다... 아마도 부에노님의 기운이 남다른가 보네요~. *^^* 05-07
saci 안녕하세요? 젤소미나님... 님이 올리브가 이니더라도 이름만으로도 정답네요...... 근데... 데이비드님...... 나 이제 그 6감이 뭔지 이제 알았어요... 이 명석함을 어째? 05-07
바다 나날이 다음 로그인 후 들어가 보는 순서가 바뀝니다. 글 속에 라틴방 식구들의 등장?? 그럼 저는 항해일지가 계속 되는 한 거의 매일 등장하겠네요. ㅎㅎ 05-08
kyoon 부에노님~! 아시아방 찾아주셔서 감사... ^^ 근데 한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혹시 기타 곡으로 유명한 Romance... 이렇게 쓰는 게 맞나...? 로망스...ㅋㅋㅋ 이 영화 S.E(Special Edition)...... 보신 적 있나요? 제가 DVD로 봤다가 너무 실망해서... S.E.버젼. 05-08
saci 바다님은... 매일의 배경이 아닌 가요? 매일 바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인데...... 당연히 매일 등장이지요... 05-08
부에노 모두 감사합니다. 상큼한 바다 님은 매일 고정 출연 아닌 가요? 하하하~ 카페에서도 뵐 줄이야... Romance는 음악이 좋아서 흑백으로 봤는데 명석(?)한 사람이 기억이 별로 안 나는 거 보면... 다시 한 번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넙쭈~욱! ^^ 05-08
미리내 부에노님 글을 매일매일 기다리며 살고 있습니다. 아마도 중독이 되어 버린듯합니다. 근디요, 나미씨 사진과 부에노님의 젊은 시절 사진을 아무리 찾아도 없어요. 어디에 있나요... 무자게 궁금합니다. ^ㅠ^ 07.05.07 15:16
부에노 하... 이렇게라도 오시면 우리 카페 대빵이 행복해 하시거든요. 낚였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자주 들르세요. 반갑습니다, 미리내 님. 환영하고 또 감사합니다. 07.05.07 21:55
saci 하하하... 나도 마구 찾았다는 것 아닙니까... 부에노 목동 말을 어찌 믿어... 07.05.07 23:50
부에노 구석구석 다 찾아보셨나요? 넥타이는 풀어 놓고 하얀 모자 쓰고 웃고 있을 건데... ㅋ ^^ 07.05.08 06:40
David 영감님! 나도 찾아 봤는데요. 없던데, 어디에 숨겨 놓으셨죠???? 07.05.10 11:08
부에노 애고, 18금으로 삭제 됐나... 07.05.11 01:08
David 드디어 요기서도 댓글을... 사람들이 저를 마리노스로 착각하던데요. 부에노님께 태클을 걸었다가 혼나고 나왔습죠. ^^;; ㅋㅋㅋㅋ... 한참을 웃었습니다. 07.05.07 22:54
saci 오~~~ 그런 일이 있었어요? 어쩐지 분명히 댓글을 봤는데... 나중에 10시간쯤 지나서 들어오니 없더라고요...... 무슨 일인지 설명해줘요... 내가 사랑하는 데이빗님을 감히 혼내다니... 내가 엉덩이를 뻥 차줘야겠다...... 07.05.07 23:20
부에노 jajaja... 근다고 흔적 없애고 도망 간다요... saci 언니가 걱정 했다우... 화나고 삐진 줄 알고... saci 언니는 삐지는 머슴애 별로 안 좋아 할 거 같은디요. 맞죠? 단발머리 누나 그리고 지심행 님... 07.05.07 23:23
지심행 음 글코말고... ^^ 삐지는 남자하고 한 석삼 년 살고나니까 엉덩이만 차는 게 아이고 그냥 이사 갈 때 두고 가고 싶다니께. 심했나? 그래서 냉장고 꼭 붙들고 있다 안카나... 아~ 아니다. 요즘 버전은 바뀌었다. 집에서 제일 귀한 대접 받는 강아지를 안고 있으면 된다카든가... ㅋ 07.05.08 00:40
부에노 우와, 저 지심행 누나의 순발력과 본심(?)을 은근히 빗대는 통찰력... 존경합니다. 누나! 나 개띠거든. 보신탕 좋아하고... 지나가는 개는 다 맛있게 보인다는... 이사 갈 때 강아지만 붙잡고 있다가 키워서 짭~ 하면 되잖우... ㅋ ^^ 07.05.08 06:39
David 님들의 댓글이 더 웃겨요! 고맙습니다. 미안하다고 얘길 하고 나왔죠. (왜냐면, 도배질을 하길래, 항해일지에서 싸움이 나면, 여러 사람들이 난처해 할 것 같아서... 서로 변호하다보면 싸움이 될 것 같아 삭제했습니다. 07.05.09 02:11
saci 지심행님...... 냉장고를 붙들고... 하하하... 이젠 강아지에 묻혀서...... 아... 배가 너무 아퍼...... 제가 화나면 길어야 5분이라... 그리고 너무나 깜쪽같이 잊거든요... 그래서 잘 삐지고 오래 삐지는 남자...... 진짜 황당하죠... 왜 삐졌는지... 난 이미 잊어서... 하하하... 07.05.09 05:14
부에노 박사님도 이젠 나이를 못 속이는 모양이네... 5분이라... 그래도 아직 혼자 집은 찾아 갈 수 있죠? 5분이면 임상병리학 상 치매 2긴디... ㅜㅜ 07.05.09 20:20
saci 아니에요...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친구랑 싸우고 다음 날 학교가서 난 다 잊고 말 걸면 친구가 답을 안해요... 그럼 한참 생각했어요... 뭔가 어제 일이있었나본데... 뭘까~~~? 07.05.10 19:31
piura 하하하, 지심행님 때문에 엔돌핀 생성과 더불어 주름살 늘어갑니다. 너무 재미있으세요. 영감님과 코미디 대결해 보심이 어떨까요? 그러면 난 누굴 응원하지 ㅎㅎㅎ 07.05.08 07:59
부에노 누나, 당연히 나지 누구여? 배신 때리기 없기... 동숭동 새벽달리기 파... 잊지 마삼. 우린 동숭동 도서관 단발머리파 하곤 쪼깨 물이 다르지만서두 이미 분식집 갈 때 손잡고 뜨거운 음식을 먹으며 혈맹을 다지지 않았수? 07.05.11 01:10
지심행 piura님 마음 내키는 대로 하이소 마. 지는 게 이기는 거라 카든가, 뭐 대충 그러하니...ㅋ 종종 웃겨줄 테니 페루에서 열심히 한국 여인의 위상 뽐내시와요. ^^ 행복 만땅! 07.05.08 23:27
부에노 누나, 뽀해주면 지가 져주리다... 흠흠 07.05.0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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