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두에서 하역 중인 화물선
도배된 편지와 베개 밑에서 나온 편지
“자, 오늘 모처럼 독일에서 귀한 손님이 와서 특별히 음식을 더 차렸으니 모두 맛있게 들어요. 자, 남희 씨. 다시 한번 더 환영하고 어서 들어요.”
캡틴의 말에 모두 남희를 쳐다보며 손뼉을 쳤다.
남희는 생글생글 웃으며 예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무엇부터 먹을까 입맛을 다셨다.
나는 옆에 대기 중인 싸롱에게 포크와 락교를 가져오라고 부탁했다.
엑스 자 젓가락질하다가 다른 사관 정복에 튀면 누가 빨아주냐 말이지.
“어머, 고마워요. 김치찌개 대신 제가 좋아하는 락교라도 먹으란 말이죠? 어쩜.”
남희의 애교 섞인 말에 1항사가 중얼거렸다.
“난 노란 잉카 콜라 먹고 싶은데...”
안 선장님이 한마디 거들었다.
“어이, 1항사. 자넨 언제부터 그렇게 눈을 깔았어? 이야기하면서 눈동자 마주치기가 힘드네. 자네가 그러니까 다른 총각 사관들도 도대체 눈들을 어디에다 두고 있는지...”
남희가 얼른 다리를 오므리며 미니스커트 위에 왼손을 올려놓고 다른 손으로 긴 머리카락을 머리 뒤로 돌리면서 한 마디 종알댔다.
“괜찮아요. 저도 다 아는데, 뭐. 여기 속옷 입으신 분 손 한 번 들어보세요?”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빙긋이 웃기만 할 뿐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거 봐요. 다 똑같은데...”
갑자기 3항사 입에 물려 있던 닭 다리가 살아서 1m는 날아갔다.
“푸하하하...”
“어, 그리고 국장. 아가씨를 독일 지나서 노르웨이 출항할 때까지 같이 승선시키면 어떨까? 외항선 생활을 다큐멘터리 식으로 취재하라고, 괜찮겠소, 특파원 아가씨?”
캡틴의 말에 남희가 손뼉을 치며 어린애같이 좋아했다.
“정말이요?”
이럴 때 1항사가 빠지면 안 되지.
“제 옆 방 비어 있는데...”
기관장이 너털웃음을 웃으며 한마디 했다.
“어이, 초사! 그래서 어쩌자고...”
“그러면 국장은 일단 Token Pay 서류와 대리점과 이미그레이션에 제출할 남희 씨 승선명부를 추가로 준비해요.”
“네, 알겠습니다. 선장님.”
남희가 눈을 커다랗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캡틴에게 대답하고 남희에게 귀엣말로 설명했다.
“나미야, 그건 선원 외에 배에 타서 무급으로 생활하는 사람이 있으면 만일의 사고와 보험처리 등에 대비해 최저 급료 처리를 하는 거야.”
“응, 동전 한 개 준다는 거야?”
“아니, 그것보단 많아.”
“와우, 정말?”
“응, 하루 일 불.”
“그리고 나미 씨. 이건 내가 특별히 아껴 마시는 건데 아가씨를 위해서 데워 왔소. 스위트 바질은 배에 없고 시나몬과 레몬, 설탕을 넣고 끓인 거니까 마실 만할 거요. 자! 한 잔 받아요.”
그리고 캡틴이 말을 덧붙였다.
“추운 지방에 사는 서양 친구들은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커피에 위스키를 타서 마시면서 몸을 녹이지 않소. 추운 겨울에 독일 사람은 맥주에 설탕을 넣고 데운 맥주를 좋아해요. 그리고 레드 와인에 이렇게 계피와 레몬, 설탕을 넣고 끓인 글루바인이라는 와인을 마시며 추운 겨울밤을 견딘다고 하네.”
남희에게 혜린이 누나가 뮌헨 슈바빙 거리에서 마셨다던 그 와인을 권했다.
눈물이 살짝 비치며 또 행복해하는 남희.
“그리고 일과 끝나면 국장은 아가씨 데리고 시내 나갔다 오지? 거 뭐 옷 사준다며 청바지 같은 것도 하나 사주시오. 젊은 사관들 시선이 다 어디에 가 있는지 정신이 사납소. 도대체 똑바로 걷는 놈들이 없어.”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올라가는데 남희가 물었다.
"배에 다른 여자들도 올라와?"
"아니, 오늘은 나미가 처음이야."
방에 뒤따라 들어오던 남희의 탄성.
“와우, 디게 넓다. 축구해도 되겠네.”
그리고 연이은 환호!
“야, 은여바! 내 사진하고 편지를 벽에다 다 붙여 놓은 거야? 검사할 거라니까 아예 도배했네. 도배를... 호호호.”
좋아서 내 목을 안고 같이 침대에 쓰러졌다가 베개 밑에 삐죽 나온 다른 편지가 보였다.
갑자기 도끼눈이 되어 벌떡 일어난 남희가 소리를 질렀다.
“짜샤! 시집갔다는 계집애 편지는 왜 베개 밑에 놔둔 건데?”
“응, 코 풀려고 놔뒀다가 잊어버린 모양이야.”
“뭐라고?”
편지를 찢으려는 남희에게 민망한 듯 한마디 했다.
“나미야, 잘 봐! 선미 씨 편지, 물고기 배에 들어갔다 나온 거 같지 않니?”
“???”
낙사 진도가 어디까지갈까요? 궁금... 모두 맞혀봅시다.ㅎㅎㅎㅎ 05-06
이반코 "코 풀려고 나뒀다가 잊어 먹은 모양이야." 이 대목에서... ㅋㅋㅋ 05-06
saci 선미 편지에 화나서 싸우다가 김치찌개 안 해준 것 까지 물고 나와서... 나가 버림... 아무 일 없음...... 근데 같은 침실은 아니지요? 당연히? 05-06
David 영감님! 배꼽 빠지겠습니다. 이렇게 웃겨도 되는 겁니까? --- 정말 라틴방을 즐겁게 하기 위해 인터넷 사정도 안 좋은 곳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글을 쓰시는 모습이 선하군요. 05-06
RailArt박우물 라틴방이 이런 글들과 가슴 따스한 사람들로 인해 정화가 되고 따스해지는 거지요. 근데 부에노 행님은 처음이라는 표현 자주 쓰시네요. ㅎㅎ 05-06
부에노 미니스커트 대신 타이트로 바꿔 입고 출연해야 할까요? 여자 옷을 잘 몰라서리... 근데 타이트가 뭐에요? 별님은 타이토라 하시고... 거짓말을 안하려니 처음이란 표현이 자꾸 나올 수 밖에 없죠. ^^ 이반코 님, 코 닦기에는 좀 두껍겠다... ㅋㅋㅋ 05-06
saci 미니 스커트는 길이를 이야기한거구... 타이트 스커트는 폭을 말하는 거지요. 대충 타이트 미니스커트면 가장 야한데... 그럼 앉을 수가 없지요. 하하하... 단정하면서 섹시하기는 미디엄 정도 길이에서 중간에 걷기 편하게 갈라져 있는 게 아닌가... 아마 남희씨 것두. 05-06
세인트 물고기 뱃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지 않니... ㅋㅋ 아... 진도는 과연 어디까지? ㅎㅎ 05-07
빠브르 물고기 뱃속이라...... 이젠...... 05-07
saci 앞의 내용을 읽어보시면... 물고기 뱃속에 들어갔다 나온 편지 얘기와 아귀 이야기가 나오지요...부에노님 이야기는 매회 우리의 댓글... 그리고 그분의 항해 경험이 계속 연결되어서 띠엄띠엄 보시면 복선과 의미가 이해 안 되고 황당하실거에요. 05-07
saci 거기 댓글에 가보시면... 저 망망한 대양 한가운데서 잡은 물고기 뱃속에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가 담겨서 나온다는 대화가 있지요. 실화랍니다. 남희씨와 선미씨 편지도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부에노님 애인 편지는 뱃속에 들어갔다 나온 모양입니다. 05-07
별지면-내리는비 하하하 ~~ 친절한 saci 님. 저두 이번 글로 이해되었다는... 후후~ 아직 부에노님 예전 글을 다 읽어보지 못했거든요... 주말은 잘 보냈셨어요? 전 자다가 잠이 안와서... 부에노님 타이토나 타이트나 같은 말인데요 우리이모님께서 항상 타이토 05-07
별지면-내리는비 치마라고 하시던 기억이 나서 저두 따라 해봤죠... 후후후~~ 05-07
지심행 아니, 도배가 나은거야? 베게 밑이 더 좋은거야? 대체 머리 나~아쁜 난 알 수가 없네... ^^ 07.05.08 00:32
부에노 베개 밑의 그녀 친구는 갈가리 찢어지고... 산산히 부서진 poop이어라... ㅜㅜ 07.05.08 06:44
- 바다
- 2007.05.06 22:01
- 부에노
- 2007.05.07 01:50
- David
- 2007.05.07 08:17
- 부에노
- 2007.05.07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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