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h Hinojosa
페루 국제 촌넘들의 국제 운전 면허증 내기
"어이 김 장군, 전에 참모총장 하다가 경질된 애가 요기 어디 산다는데 아나?"
"넵, 경호실에 전화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각하."
"흠, 그래... 그렇게 하게. 근데 말이지... 김 장군, 자네가 아는 게 뭐지? 뭐 물어보면 하나 아는 게 없잖아? 애 보고 싶나?"
"넵, 죄송합니다, 각하. 애들이 각하를 더 보고 싶어하는 것 같습디다."
"흠... 그럼 나보고 옷 벗으라는 소린가?"
"근데 이승만 각하가 환생한 목소리입니다."
"아따, 형님! 그냥 내 목소리여~ 뭔, 볼리바르의 환생이당가?"
잡초 형님과 농담 따먹기 하면서 둘이서 하는 잡담이었다.
한국에 온 목적 중 하나인 국제 운전 면허증을 내려고 잡초 형님과 어제 점심을 맛있게 먹고 소나 타는 차를 끌고 일산에서 상암 경기장 근처의 운전 면허 시험장을 찾아나섰다.
갈 때부터 둘이 배꼽을 잡고 웃는 통에 차선이 좀 흔들렸다.
"근데 요 정도 가면 좌회전 하는 길이 나와야 하는데 페루 갔다 온 새 없어졌다냐?"
잡초 형님이 운전하면서 혼자 중얼거리는 것이 길을 헤매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럴 때 잡음 넣으면 불편하니까 아무 말도 안 했다.
아무튼 그래도 후진 한 번 안하고 아무에게도 길을 안 묻고 용케 25년 만에 와본다는 상암 운동장 뒤 옛날 도로를 일산에서부터 잘 찾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김 기사의 운전 실력은 페루의 멋쟁이 님만큼은 못해도 그런대로 편안하니 괜찮았다. ㅋㅋㅋ
입구에 사진 일 분 완성 표지가 보였다.
차를 주차장에 세워놓고 그곳으로 갔는데 아주머니가 '사진 찍으세요.'라며 환대를 했다.
"아주머니, 귀신이네. 어떻게 사진 찍을 줄 알았죠?"
내가 말하자 아주머니가 웃으며 '척 보면 얼굴에 다 써있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시선은 지나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있었고 사진 찍으라고 열심히 말했다.
사진을 찍고 현상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그냥 가는 사람에게 뒤에 대고 내가 말했다.
'사진 찍으세요. 개판으로 나옵니다.'라고 말하자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어차피 안 찍을 건데, 나도 뒷통수만 보면 다 알지비...'라고 중얼거리며 '그리고 사진 찍을 때 얼굴을 개 다루듯 합니다요.'라고 말했다.
내 사진을 찍어줄 때 아주머니가 내 얼굴을 진짜 사정없이(?) 돌렸었다.
그리곤 형님 보고 '사장님도 사진 좀 찍으세요.'라고 말하자 내가 '제 기산데요?'라고 말하고 또 웃어대다가, 잡초 님이 실실 쪼개면서 '아주머니, 58년 개띠 맞죠.'라고 말하자 아주머니가 깜짝 놀라는 시늉을 하면서 '아니,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맞추세요? 기사님이시라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 안데스에서 하산 한지 며칠 안 된 사람입니다요.'라고 말하자 형님이 바로 '온통 천지가 개판이군, 개판이여~.'라고 말하고는 서로 한참 웃다가 '김 기사 들어가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까...'라고 말하고는 둘이서 운전 면허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근데 운전 면허 갱신 하는데 단 10여 분 만에 새 면허가 나왔다.
'햐~ 무쟈게 빠르네.'라고 깜짝 놀라며 옆 창구에서 국제 운전 면허증을 접수했는데...
헐~ 3분도 안 되어 새 면허가 내 손에 쥐어졌다.
이건 정말 믿어지지 않는 사실이었다.
과연 대한민국의 진면목이 이런 건가?
라틴에서 천천히 가는 그들의 시계에 익숙해졌다가 정말 깜짝 놀라고 깊은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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