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리마의 거리에서 본 하얀 천사
내 안의 하얀 천사
어제 즐겁고 행복했던 카페 번개 모임을 갖고 오늘 또 가슴 설레는 만남이 기다리고 있어 다시금 살아있음에 감사를 드리게 된다.
살아 있다고 다 행복이 아닌데 난 왜 이리 행복하냐?
어제 모인 회원님들께 반갑고 고맙다고 큰 절을 올렸는데 오늘 또 그럴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헤어져 있다고 다 불행이 아니듯 잠시후에 이런 만남이 있어 가슴이 뛰고 엔도르핀이 팍팍 돈다.
내 기억의 뒤안에 늘 남아있는 종로 6가 판자촌에서 살던 어린 시절.
거기에 어렸을 때부터 나를 엄청 귀여워 하시던 캐나다 사시는 고모님 말고, 또 한 분의 작은 집 고모님 가족이 구멍가게를 하면서 살고 계셨다.
1966년돈가 그곳에 불이 나서 판잣집들이 싸그리 다 타버린 작은 마을에 리어커 보관소를 만들어 할아버님이 운영하셨는데 그곳에서 그 고모님과 국민학교 다니던 내가 배구를 하던 기억이 늘 머리속에 남아있다.
그때 하얀색 옷을 입었을까? 늘 하얗게 떠오르는 향순이 고모.
그리고 하얀색 배구공...
땀을 뻘뻘 흘리며 까르르 웃는 유년의 나.
"운엽아, 양손을 이렇게 모으고 엄지 손가락 있는 곳에 공을 맞추는 거야."
그리고 우린 늘 웃었어...
어제 전화에서 오랜만에 만났어도 우린 눈물이 다 날 정도로 행복하게 웃었지.
고모님의 목소리조차 하얀색으로 남아있는 내 기억이 설마 디아블라는 아니겠지?
그리고 고모한테 배구를 배운 나는 중학교 때 체육 배구 시험에서 최상위권 점수를 받았었지...
부모님과 아들은 물론, 친척들에게 아직 내가 한국에 왔다는 소식을 안 알렸는데 어제 어찌어찌 내가 사랑하는, 아니 서로 사랑하는 향순이 고모님과 연락이 되어 그집 가족들과 오늘 동대문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다.
꼬맹이 시절만 기억나는 큰 애 윤철이는 결혼해서 7달 된 아이가 있다고...
하하하~ 벌써 할매네...
지심행 님과 동갑인 고모는 빵떡모자를 쓰고 하얀 깃을 하고 집에서 가까운 동덕여고를 걸어다녔었다.
내 기억에 고모가 얼마나 예뻤는지 살아오면서 내 또래 여자애들 중 고모 보다 더 예뻤던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아니, 내 평생 만난 사람 중에 고모 보다 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을 못 보았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그래, 천사...
하얀 천사.
고모님에 대한 기억은 늘 그렇게 하얀색과 같이 남아있다.
조금 있다가 내 고등학교 시절 살던 충신동에서 고모님 가족을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유빈 누나가 젊은 시절 공부했고, 내가 중학교 때 신문을 돌렸던 대학로에 가서 식사 대접을 해드려야지.
거기서 난 어울리지 않게(?) 큰 절을 드려야지...
남미에 가서 담배값도 떨어져 쩔쩔매며 아무리 어려워도 내 마음을 늘 흔들리지 않게 지켜주신 내 안의 하얀 고모님 영혼에 감사드리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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