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둘이 먹다가 한 명 죽어도 모를 오산 순대국
김치와 깍두기 맛은 또 어떤데???
엊그제 오산에서 알젠의 봄 형과 점심 식사 때 순대국을 먹으러 갔었다.
미식가인 알젠 형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귀국하자 마자 먹고 싶어 찾아 왔다는 곳.
얼마나 맛있기에 몇 달 만에 귀국해서 처음으로 찾아간 집이 여기였을까?
낮시간이라 손님들이 바글 거렸다.
신속하게 서빙 되는 순대국 그리고 깔끔한 식당.
첫술을 뜨자 상당히 괜찮은 맛이었다.
그동안 먹어 본 수많은 순대국 중에 톱 클래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먹을 수록 맛이 더 좋아졌다.
쫄깃한 순대와 새우젓과 어우러지는 기묘한 국물 맛...
나는 절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알젠 형, 이거 장난 아닌데... 톱이다, 톱 클래스가 아니고 톱이다. 증말 맛있네.'라고 감탄했다.
또 눈에 밟히는 우리의 남희 씨와 David 형...
이문동에서 몇 번은 먹었을 그 순대들...
화양리 시장에서 맛있게 먹었다는 순대...
그때는 미처 몰랐어도 한국 떠나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절로 그리워지는 시장 음식 중의 하나...
그런데 김치와 깍두기 맛은 어쩌고?
이거 그동안 잊혀졌던 한국 고유의 김치 맛 아니던가?
외국에서 나름 김치를 먹어보지만 늘 뭔가 2프로가 부족하다고 느끼면서 먹었는데 이곳 김치와 깍두기 맛은 정말 환상이었다.
알젠 형은 김치 국물을 더 달라고 해서 순대국에 넣어 정말 맛있게 먹고 있었다.
나도 엄청 맛있게 먹고 카운터에서 계산하면서 '아주머니, 이렇게 맛있게 해도 되는 겁니까'라고 말했다.
그 바람에 아주머니가 음식값을 잘못 계산해 거스름돈을 더 내주는 해프닝을 겪었다.
그래서 아주머니에게 '자꾸 말 시켜야겠네요.'라고 말하며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그리고 후식으로 뺀 자판기 커피...
"햐~. 이건 또 왜 이렇게 맛있는데?"
식사를 맛있게 하고 정말 기분이 좋았던 하루였다.
만날 먹는 이야기만 해서 외국에서 음식 때문에 고생하시는 짠한 우리 뽀브레시띠 친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만 맛있는 것 먹어서 정말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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