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레

그리운 금강산, 조수미 y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부에노(조운엽) 2016. 7. 11.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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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bin Mehta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연습중인 어느 날이었다.

하루 종일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주빈 메타가 여기저기에 국제 전화를

걸어 댔다.

"무슨 일이 있어요?"

하도 걱정스런 표정이어서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주빈 메타는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며 말했다.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문제가 생겼다지 뭡니까? 그 청년

어머니가 서류 문제로 이스라엘 경찰에 잡혀 있는 모양이에요.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 할 텐데...."

"친척이에요?"

"아니, 그냥 같은 인도 사람이에요. 우연히 안타까운 사정 얘기를

들었죠."

 

주빈 메타는 하루에 스무 시간씩 일하는 사람이다.

일이 너무 많아서 네 시간 이상 자 본 적이 없다는 그가 같은 민족

이라는 이유 하나로 잘 모르는 청년을 위해 경찰서까지 뛰어다니고,

국제 전화를 수십 통씩 걸어 댄 것이다.

인도 사람들이 그를 우상으로 생각할 만도 했다.

조국에 대한 사랑도 사랑이지만 사람 자체를 사랑하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다.

 

주빈 메타는 실제로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생김새만큼이나 소탈하다.

아마 그는 혼자 있는 시간보다 사람들과 어울려 식사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 더 많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지휘는 늘 따스하고 화려하다.

 

함께 카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를 녹음할 때의 일이다.

나는 그의 지휘 모습에 넋이 빠져버렸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사람을 끌어안는 듯했다.

때로는 누구도 밀어내지 않고 포용할 듯 부드럽고, 때로는 자기 성격

그대로 너무나 완강하다.

 

왜 무심히 집중을 하면 입이 저절로 벌어지는 것일까?

나도 모르게 입을 헤 벌리고 넋이 빠져서 주빈 메타의 손짓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그가 지휘를 멈췄다.

그리고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왜 그러지, 싶어서 주위를 둘러보았더니 다들 연주를 멈추고 나만

응시하고 있었다.

"왜 그래요?"

폭소가 터져 나왔다.

주빈 메타도 굳었던 얼굴을 풀고 말했다.

"노래 안 해요?"

 

그러고 보니 내가 노래할 순서를 잊어버리고 있던 거였다.

어찌나 창피하던지, 내 순서도 놓치고 그의 지휘에 빠져 있었던 거야

그렇다 쳐도 입까지 헤 벌리고 있을 건 뭐람.

 

글과 노래 조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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