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팝페라의 여왕 키메라

부에노(조운엽) 2016. 4. 17. 04:46

 

   

 

 

팝페라의 여왕 키메라

 

 

그녀는 20여 년 전 3장의 정규 앨범으로 2장의 플래티넘과 1장의 골드 앨범이라는 신기록을 만들며 유럽 전역을 뒤흔들었던 팝페라 가수로 한국 이름은 김홍희입니다.

자신의 성인 김(Kim)과 오페라(Opera)를 합친 'Kimera'라는 이름으로 팝페라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그녀는 서울 동덕여고 출신이고, 1984년에 프랑스 파리 제7대학을 졸업한 유학생이었습니다.

유학중에 만난 스페인 국적 레바논의 거부 레이몬드 나카치안 씨와 결혼을 하고, 남편을 따라 현재 스페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팝페라라는 장르는 바로 키메라가 개척한 장르입니다.

팝페라라는 말 자체가 1985년에 키메라의 '더 로스트 오페라'라는 오페라 아리아 모음 앨범이 발매되면서 프랑스 전역을 강타, 프랑스 최고의 유력지인 르몽드 지가 1면 톱으로 내보낸 기사의 헤드라인 '한국에서 온 팝페라의 여왕'이라는 데서 처음 쓰인 용어입니다.


그녀는 세미클래식의 대부인 프랑크 푸르셀과 함께 음악 작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앨범은 세계 3대 오케스트라의 하나인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했습니다.

이것은 상업적인 음반 출반의 목적이 아니라, 엄청난 거부였던 그녀의 남편이 그녀의 대학 졸업과 딸 멜로디의 출산에 대한 축하 선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워낙 거물급의 지휘자와 최고의 오케스트라가 정통 클래식이 아닌 락 리듬을 연주했다는 것은 언론의 뉴스거리가 되고 곧 이어 밀려드는 상업적 출반 요청에 따라 음반을 내놓았습니다.

결과는 대 성공!

프랑스 음반 차트의 톱에 단숨에 오르며, 온 유럽이 온통 락 오페라 열풍에 휩싸였습니다.

그래서 키메라는 계획에도 없던 가수 활동을 시작했고, 3장의 음반을 내며 연속 성공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정통 클래식을 녹음하려 했으나 락을 너무도 좋아하는 그녀의 남편이 락 리듬으로 편곡한 오페라로 하자는 아이디어를 내어 녹음을 했다고 합니다.


그녀가 그 당시 유럽 사람들 거의가 모르던, 알아도 아주 미개하고 못 사는 나라쯤으로 여기던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개선시키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입니다.
그녀의 남편이 졸업 선물을 위해 이런 음반을 만든 이유는그녀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랍니다.

그녀는 사실 성악을 하고 싶었는데, 워낙 완고했던 그녀의 아버지가 절대로 광대는 못 시킨다면서 대학 나와 시집이나 가라고 하였답니다.

그녀는 그럼 불문학을 공부한다며, 유학만 보내달라고 사정해서 겨우 허락을 얻고, 프랑스로 날아가 공부하며 아르바이트 하던 중, 지금의 남편 통역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녀의 남편은 워낙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또 오페라를 무척 좋아한다고 합니다.


우연히 사무실 TV에서 나오는 오페라를 따라 부르는 키메라에게 마음이 뺏겨 청혼하게 됐다고 합니다.
레퍼토리에 한계가 있는 오페라 장르를 가지고 세 개의 음반을 연속 히트시킨다는 건 사실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더구나 단지 세 장의 정규 앨범을 가지고 두 장의 플래티넘과 한 장의 골드를 만들었다는 건, 실로 믿기 어려운 엄청난 성공이었습니다.

그 당시 유럽의 내로라하는 성악가들이 잊혀져가는 오페라를 다시 살렸다고 키메라에게 공공연히 감사를 표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고전음악을 천박하게 만들었다고 평가절하했답니다.


실제로 모짜르트의 마적에 나오는 '밤의 여왕의 아리아'는 키메라가 대중화 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는 소프라노 조수미 씨의 노래로만 기억하지만요.

 

 

 

 

그런 키메라는 1987년 이후 어떤 무대에서도 볼 수 없었습니다.

다섯 살 난 딸 멜로디 양이 무려 10일 간 납치됐기 때문입니다.

이때의 충격으로 그는 팬들 앞에서 사라졌고 음악을 향한 열정도 식었답니다.

 

"딸 멜로디가 그러더군요. 엄마, 이젠 노래하세요. 엄마 목소리가 세상에서 최고라고, 노래하면 엄마 스스로 행복할 것 같다고요. 저의 닫혀 있던 문을 열어준 거죠."

 

딸 멜로디와 남편의 강력한 권유에 의해 오랜 침묵 끝에 그 동안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던 그녀는 6집 발표와 함께 MBC 프로그램에 출연한 후 팬들의 기억에서 되살아났습니다.

'로스트 오페라'를 재 편곡한 7집 '로스트 오페라 파운드'도 곧 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녀는 30년이 넘는 외국생활 동안 한국 국적을 고집했습니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국적을 주겠다고 했지만 국적을 바꾼다는 건 상상도 안 해 봤어요. 이중 국적을 갖는 것도 왠지 고국을 배반한다는 느낌이었어요." 

 

그 키메라가 무려 22년 만에 고국 땅을 찾아온 것입니다.

그녀는 특유의 짙은 화장을 하고 오스트리아의 테너 가수 아담 노페즈와 듀엣으로 '루치아 디 람메무르'와 모짜르트의 오페라 '마술 피리 메들리'를 열창했습니다.

테너 아담 노페즈는 본래 키메라의 팬으로 8옥타브를 넘나드는 음역으로 세계에서 가장 목소리가 높은 남성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적인 테너 가수라고 합니다.

과연 두 사람의 노래는 다이나믹 그 자체였습니다.

그 밖의 출연진도 대단하신 분들이었습니다.

하여간 한국에서 이 분들의  공연을 접할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글과 음악 : 유호용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