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zie (고맙습니다.)
내 손톱이 들어간 돈가스는 누가 자셨을까?
이탈리아 어로 'Grazie(그라체)'는 고맙다는 말이다.
스페인 어로는 '그라시아스'지만.
글쓴이가 배를 내리고 S시에서 '그라체'라는 작은 레스트호프 1호점을 낼 때 에피소드이다.
당시 K시 신설 대학교가 두 개나 있는 입구에서 다른 가게 하나 없는 허허벌판에서 나 홀로 학사 분식 & 주점을 운영했는데, 구내식당도 없던 때라 배고픈 수많은 학생들 밥 해먹이려니 주방장 아주머니는 쓰러지고, 어머니가 도와주신다고 오셔서 온 그날 바로 정신이 없다고 집으로 돌아가신다고 했다.
나는 나대로 20여 년 간 조깅 중독자가 새벽에 뛰러 나갔다가 무릎 관절이 아파서 걷다가 들어오곤 했다.
돈도 돈이지만 우선 사람이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침 거기 토박이가 장사 대박 났다는 소문을 듣고 가게를 팔라고 했다.
잘 됐다 싶어 일주일 후에 인계인수하자고 하니 내일 바로 넘기란다.
성질도 급하시지...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즐겨 먹는 비후까스와 비슷한 밀라네사
그래서 가게를 넘기고 이젠 좀 편한 걸로 묵고사니즘을 해결하자고 레스트호프를 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S시 신도심에 짓고 있는 가게를 계약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잠시도 가만히 못 있는 성격이라 건물 다 지어 인테리어까지 하려면 두어 달은 걸리겠다 싶어 난생 처음 노가다를 했다.
지금 대학 다니는 아들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시절에, 기술이 없으니 일당 4만 원을 받고 일했다.
그때 현장에서 일하다가 작은 콘크리트 믹서기에 손가락을 다쳤다.
많이 다친 건 아니라 노가다 생활을 계속했다.
그리곤 레스트호프 개업을 준비했다.
근데 그 당시 시에서 외국어 간판을 자제하라고 할 때라서 '그라체'로는 허가가 안 나왔다.
그래서 간판에 치읓의 작대기를 하나 빼고 '그라제'로 허가서를 제출했다.
시청 위생계 담당 공무원이 '그라제'가 무슨 뜻이냐고 해서 "아, 전라도 사투리에 '그라제'라고 안 있습니까?"라고 말하니 웃으면서 허가를 내주었다.
물론 개업할 땐 작대기를 도로 붙여서 '그라체'로 했지만.
그렇게 '그라체'라는 아담한 레스트호프에서 재미있게 장사를 했다.
그런데 노가다 하다가 다친 손톱이 까매져서 새 손톱이 계속 밀고 나왔다.
확 잡아떼면 아플까봐 보기 싫지만 그냥 달고 다녔다.
장사를 계속 하다 보니 주방장이 주인도 음식을 할 줄 알아야 주방장이 안 나오거나 비상시 장사를 할 수 있으니 돈가스 만드는 것 정도는 배우라고 했다.
그래서 밀가루, 계란, 빵가루 등을 묻혀서 돈가스 만드는 것을 배웠다.
알고 나면 별 것도 아닌데...
근데 돈가스를 만들고 나서 손을 씻으려고 보니 덜렁덜렁하던 내 손톱이 사라졌다.
깜짝 놀라서 직원들에게 찾아보라고 했다.
수백 개가 넘는 돈가스를 나도 같이 일일이 찾아봤지만 결국 못 찾았다.
이를 어째...
그런데 아직까지 손님에게서 돈가스에서 이상한 것이 나왔다고 하는 분이 안 계시다.
누가 자셨을까?
짱짱이 형님이나 혜영 씨는 아실까? ^^
내 아들은 그때 돈가스를 엄청 좋아해서 날마다 먹었다.
그런데 지금은?
돈가스 냄새 맡기도 싫어하고 입에도 안 댄다나~~~.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 조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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