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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건강하게 잘 사는 방법 y 모닥불, 박인희

부에노(조운엽) 2017. 2. 15. 05:38

 

 

 

나이 들어 건강하게 잘 사는 방법

 

 

설날, 떡국을 먹으며 또 나이 한 살을 더 먹는 통과의례를 거친다.

모처럼 가족이 모여 즐겁기보다는 조카들에게 세뱃돈을 얼마나 줘야 할까 잔머리를 굴리게 되고, '승진은 했나?, 살 좀 빼야겠네.' 등 친척들의 무심한 말에도 은근히 상처를 받는다.

어린 시절엔 냉장고가 없어도 아무 음식이나 잘 먹고 배탈도 안 나고, 휴대전화 없이도 친구들과 척척 잘 만났고, 방 아랫목만 따뜻해도 겨울을 견뎠는데 왜 어른들의 세상은 이렇게 불안하게 느껴질까.

왜 다들 스트레스받는다는 등 화병에 시달리고 살까.

실체가 없다고 여겨지던 화병을 세계 정신의학 용어로 만든 정신의학계의 권위자이자 베스트셀러의 저자인 이시형 박사는 요즘 강원도 홍천 산골에 산다.

최근엔 '이시형 박사의 산에서 배운 지혜'란 부제가 붙은 '이젠 다르게 살아야 한다.' 란 책을 펴냈다.

 

대체 어떻게 다르게 살란 말인가.

팔순인 그는 풍성한 머리카락, 팽팽하고 고운 피부에 말도 막힘이 없었다.

이 박사의 건강한 외모만으로도 그가 하는 말, 그가 권하는 것이라면 뭐든 듣고 싶은 신뢰감이 생겼다.

 

 

 


정신의학 전문의에서 자연치유센터 선마을 촌장으로 변신했습니다.

"선마을을 개원한 것은 2007년이지만 그전부터 홍천에서 생활해 왔어요. 46세가 되던 해 노인성 퇴행성 관절염으로 지팡이 신세를 져야 했고, 허리디스크로 앉지도 못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습니다. 의사가 병들었다는 것이 너무 부끄러워 마음을 모질게 먹고 수술이나 약을 거부하고 방어 체력을 높이는 데 힘을 기울였죠. 사람이 원래부터 가진 방어 체력은 크게 면역력과 자연 치유력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감기에 걸려도 혼자 건강한 사람은 면역력이 강한 사람이고, 감기에 걸렸어도 하루 만에 말끔히 낫는 사람은 자연 치유력이 강한 사람인데 자연 속의 힐링 파워를 통해 방어 체력을 높일 수 있어요. 방어 체력 강화를 위해 찾아낸 곳이 바로 강원도 홍천의 작은 마을입니다. 이곳은 대부분 산이에요. 휴대전화와 TV 등 전자기기를 아예 사용할 수 없고 식자재를 보관하는 냉장고도 없어요. 현대문명과 최대한 단절한 채 자연 속에서 힐링 치유를 했습니다. 힐링 파워를 키우기 위해서는 슬로(slow), 심플(simple), 스몰(small) 이 세 가지만 지키면 된다는 것을 다른 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 선마을을 만든 겁니다. 선마을에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 산에 쉬엄쉬엄 올라가 바위도 보고 나무 냄새도 맡고 물소리도 들으면서 그야말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 가능합니다."

 

바다도 들도 자연인데 왜 산을 선택했습니까.


"산이 가장 위대한 자연 치유자이기 때문이죠. 얼마 전에도 '숲에서 암을 이겨낸 사람들'이란 책을 감수했습니다. 선마을 암 환우들의 이야기를 참고한 책인데요. 암 말기라 병원에서 더는 해줄 게 없다고 밀려 나온 환자들이 모든 걸 체념하고 '죽으러' 산에 들어갔습니다. 나물 먹고 물 마시고 소박한 산중생활을 하는데 웬걸, 죽질 않는 것입니다. 한 해 두 해 심지어 이십 년째 끄떡없이 잘살고 있어요. 무엇이 그들을 살려냈을까요. 아마도 모든 걸 체념한 편한 마음이 첫째일 것이고, 그리고 맑은 공기와 완전유기농, 무공해의 소박한 밥상일 겁니다. 산의 맑은 공기가 주는 치유력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 세계적으로 붐입니다. 공기만이 아니라 새소리·계곡 물소리·산들바람·풀벌레 울음 등 자연의 소리와 리듬이 주는 파동은 뇌와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산에 오면 잔잔한 감동이 일어납니다. 이때 뉴런에서 세로토닌이 분비됩니다. 감동반응이 온몸에서 조용히 일어납니다. 산에 살면 매일 이런 감동에 온몸을 떱니다."

 

 


왜 현대인들은 대부분 불안해할까요?


"불안하지 않은 게 비정상 아닌가요. 매일 경쟁하듯 쫓기듯 숨차게 사느라 교감신경이 흥분상태가 됩니다. 늘 시끄러운 소리에 귀 막고, 더러운 일에 눈감고 심지어 매연에 코도 막고 다녀야 하는 것이 현대 도시인들이죠. 직장에서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 육십 세 무렵에 정년퇴직해도 백 세까지 생활고와 건강에 대해 불안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나요. 나이 들어서 아프면 생활비가 몇 배 더 들어갑니다. 또 급격히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욕구와 욕망이 엄청나게 커졌어요. 지난 연말에 다른 나라를 여행했는데 우리나라만큼 편리함을 추구하는 나라도 없더군요. 커피 한 잔 마시러 가도 차 끌고 가고 24시간 음식 배달이 되고…. 그런 편리함이 해결되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불편해지면 불안하고 스트레스받아 병에 걸리는 겁니다. 제 경험으로 돌연사는 없어요. 평소 생활습관이 나빠 병을 키웠다가 생활습관병으로 죽는 거죠."

어떻게 평소 생활습관을 바꿔야 합니까?


"욕심의 가지부터 쳐야 합니다. 생활습관병의 근본 원인은 과욕에서 옵니다. 마음의 안정을 원한다면 바른 습관을 생활화하라. 아주 간단합니다."

 

지금 행복하신가요?


"전 행복을 조금 다른 차원에서 생각합니다. 전 정신과 의사니까 행복에 대해 뇌과학적으로 말할게요. 정신·마음·행복 등 추상적으로만 이야기되었던 것들이 이제는 과학과 의학의 틀 속에서 점점 실재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 뇌에서 세로토닌이 분비될 때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이 각종 연구 결과 밝혀졌습니다. 세로토닌은 폭력 조절 기능이 있어 분노를 조절 못 하고 극단으로 가는 현상이 심한 한국인에게 특히 필수적인 존재죠. 예전에 이상구 박사가 엔도르핀을 얘기하자 반응이 대단했는데, 난 세로토닌을 삼 년 내내 얘기하고 다녀도 잘 몰라주더군요. 엔도르핀은 강력한 쾌감 효과가 있어 과다 분비되면 중독 증상까지 생기는데, 이 세로토닌은 차분하게, 극단적으로 가지 말고 몸도 마음도 예쁘고 얌전하게 다듬어 조절하며 가자는 것입니다. 산에서 생활하며 자연치유를 하고, 제 생각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는 세로토닌이 풍성한 생활을 하니 행복합니다."

 

 

 

 

올해 한국 나이로 팔순인데 나이를 의식하십니까?


"전 죽을 때까지 꽃중년입니다. 남자건 여자건 서로 짜릿한 자극을 느끼는 섹시함을 상실하면 노인이 됩니다. 섹시함은 관능보다 몸과 마음의 건강에서 나옵니다. 매일 아침 새소리에 눈을 뜨고, 낮엔 산책하며 나무와 이야기하고, 밤에 편안히 잘 수 있으면, 영원히 청년이나 중년의 감성을 유지하게 됩니다. 욕심부리지 않고 인생을 여유롭게, 멋지게 즐기며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 근사하고 마음이 끌리지 않습니까. 이성의 시선과 마음을 끌어들이는 것, 이것이 섹시함입니다."

이시형 박사는 확실히 섹시했다.

풋풋한 감성을 유지하고 자신의 매력을 맘껏 발휘했다.

팔순에도 섹시할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롭지만, 옹졸하고 주책없는 영감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아, 일단 나부터 산으로 가야겠다.

글 유인경 기자

 

 

 

 

 

모닥불, 박인희 


모닥불 피워 놓고 마주 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인생은 연기 속에 재를 남기고
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 것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