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레

인생은 미완성, 이진관 y 불완전해서 더욱 아름답다

부에노(조운엽) 2017. 4. 3. 13:45

 

 

 

북미 아이스하키 결승전에서 패배한 캐나다 홈팀의 난동 현장에서

시위대로 오인돼 경찰 방패에 밀려 넘어진 여친을 진정시키고 있는 남친

 

 

불완전해서 더욱 아름답다

 

 

어렸을 때는 자로 잰 듯이 반듯하고 딱 떨어지는 것들이 좋았어요.

머리를 묶을 때도 잔머리 하나 없이 꼼꼼하게 빗고, 노트 필기를 할 때도 꼭 선에 맞춰서 또박또박 글씨를 썼죠.

낯도 심하게 가려서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는 절대 가까이 다가가거나 먼저 말 걸지 않았어요.

그런 완벽함에 대한 집착은 고등학생이 되면서 깨졌습니다.

바로 제가 좋아했던 미술 선생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그녀는 특유의 아우라를 지닌 분이었어요.

직접 염색을 한 티셔츠를 입고 머리는 대충 한 방향으로 쓸어 묶고는 늘 미술실에서 뭔가를 열심히 그리곤 하던 그 모습이 멋있어서 미술실 앞을 지날 때면 저도 모르게 흘깃대곤 했답니다.

어느 날 집으로 가는 버스를 놓치고 너무 날이 추워서 몸도 녹일 겸 미술실로 들어갔어요.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덕지덕지 물감이 묻은 앞치마를 두르고 나이프로 캔버스에 힘주어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저를 본 선생님은 이리 오라며 손짓하더니 의자를 손수 내어주셨어요.

'제가 선생님 무얼 그리세요?' 하고 물으니, 그녀가 '글쎄, 뭘 그리고 있는 거 같니?'라고 물으셨어요.

자세히 보니 그림은 덧칠이 많이 되어서 꽤 두툼했어요.

선생님은 그 그림을 그린 지 1년이 넘으셨다 하셨죠.

'헉, 그렇게나 오래요?' 하고 물으니 어떤 그림들은 몇 년씩은 묵혀두신다며 더 이상 손대면 그 긴장과 균형이 깨어질 것 같아서 그리다 만 그림도 있다고 하셨죠.

'에이, 그럼 왠지 마음에 걸리지 않아요? 완성 못한 그림 보면 전 찝찝할 거 같아요.'라고 말하니 그녀가 제 머리를 톡 치며 본인은 체질상 완성이나 완벽 같은 게 싫으시다며 자로 잰 듯한 완전무결은 어쩐지 대하기에 답답하고, 약간은 어수룩하고 빈틈이 있어야 숨통이 트인다고 하셨죠.

그림도 하나의 생명이고 모든 생명은 틈으로 대화가 이루어진다고 덧붙이시며….

미완성을 사랑하셨던 선생님.

안정된 수평을 파괴하는 사선이야말로 창조적인 감동을 준다고 믿던 우리 미술 선생님이 문득 그리워지네요.

오늘처럼 어쩐지 불완전한 스스로가 못 마땅한 날에는 선생님의 철학을 곱씹어 본답니다.

 


글 인터넷 좋은생각 사람들 신은경 기자

 

 

 

 

 

인생은 미완성, 이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