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마지막 밤
인생을 즐기고 술을 좋아하던 짱짱이 님이 아리따운 애인과 함께 남영동 어느 돼지갈비집에서 소주 두 병을 거의 다 비운 것은 오래 전 시월, 월말 마감을 마치고 부슬비가 내리는 밤이었다.
그는 그 동안 사귀었던 아가씨 중 제일 아름다웠던 그 여인과 헤어지기로 생각하고 나왔기에 그날 밤의 비는 더욱 쓸쓸했다고 한다.
만나면 항상 버릇처럼 쓸쓸하고 무시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 그녀가 부담스러워서 그는 '오늘밤 그녀와 헤어지면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술을 마셨다고 한다.
"이분 저기 보이는 옥탑방까지 태워주세요."
그녀는 취한 짱짱이 님을 택시에 태우며 기사에게 당부했다.
그러나 그는 조금 가다가 택시를 세우고 내렸다.
"옥탑방 가려면 조금 더 가야해요."
기사의 제지를 뿌리치고 그는 택시가 오던 길로 내달렸다.
뭔가 할 말이 있을 것 같았다.
아니, 헤어지자는 말도 하지 않고 떠난다는 것에 미련이 남았는지도 모른다.
남영동에서 청파동으로 꺾어지는 곳에서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보였다.
급하게 뛰어온 그는 숨이 찬 상태에서 그녀 앞으로 달려가 마라톤 전령처럼 외쳤다.
"영자 씨! 사랑했어요."
그 한마디를 던지고 오던 길로 다시 뛰었다.
왠지 쑥스러웠고, 그녀가 빌려준 돈 내놓으라고 할지 겁도 났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아쉬운 이별...
리마 라르꼬마르에서 시월의 소녀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1982년 초가을 무렵, 짱짱이 님은 그 이야기를 선배 박건호 씨에게 했고, 그 이야기가 다시 작곡가 이범희 씨에게 전해졌다.
그 무렵 짱짱이 님은 마음이 몹시도 시리고 외로웠다고 한다.
그에겐 차라리 '잊고 싶은 계절'이었다.
젊음의 열정과 사랑 그리고 배고픈 현실이 그의 섬세한 감성을 한없이 짓밟았던 것이다.
이 노래는 당시 신인 가수였던 이용 씨가 불러 스타가 되었고, 작사가였던 박 씨에게는 그 해 KBS 가요대상 작사부문과 MBC 최고 인기상 등 많은 상을 휩쓰는 영광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그 노래가 방송을 많이 타게 된 것은 짱짱이 님 선배이자 신 군부의 중심에 있던 허문도 씨의 입김이 많이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항간에 떠돌았다.
또 이 노래를 10.26사태 때 사망한 고 박 대통령을 빗대어 가사를 바꿔불렀다고 한다.
"양주잔 기울이고 있다가 머리에 총 맞았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기억이 독재의 종말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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