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레

잊혀진 계절(시월의 마지막 밤), 이용

부에노(조운엽) 2012. 10. 30. 10:18

 

 


 

시월의 마지막 밤

 

 

인생을 즐기고 술을 좋아하던 짱짱이 님이 아리따운 애인과 함께 남영동 어느 돼지갈비집에서 소주 두 병을 거의 다 비운 것은 오래 전 시월, 월말 마감을 마치고 부슬비가 내리는 밤이었다.

그는 그 동안 사귀었던 아가씨 중 제일 아름다웠던 그 여인과 헤어지기로 생각하고 나왔기에 그날 밤의 비는 더욱 쓸쓸했다고 한다.

만나면 항상 버릇처럼 쓸쓸하고 무시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 그녀가 부담스러워서 그는 '오늘밤 그녀와 헤어지면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술을 마셨다고 한다.

 

 

 

 


"이분 저기 보이는 옥탑방까지 태워주세요."
그녀는 취한 짱짱이 님을 택시에 태우며 기사에게 당부했다.

그러나 그는 조금 가다가 택시를 세우고 내렸다.


"옥탑방 가려면 조금 더 가야해요."
기사의 제지를 뿌리치고 그는 택시가 오던 길로 내달렸다.

뭔가 할 말이 있을 것 같았다.

아니, 헤어지자는 말도 하지 않고 떠난다는 것에 미련이 남았는지도 모른다.

 

남영동에서 청파동으로 꺾어지는 곳에서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보였다.

급하게 뛰어온 그는 숨이 찬 상태에서 그녀 앞으로 달려가 마라톤 전령처럼 외쳤다.
"영자 씨! 사랑했어요."
그 한마디를 던지고 오던 길로 다시 뛰었다.

왠지 쑥스러웠고, 그녀가 빌려준 돈 내놓으라고 할지 겁도 났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아쉬운 이별...

 

 

리마 라르꼬마르에서 시월의 소녀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1982년 초가을 무렵, 짱짱이 님은 그 이야기를 선배 박건호 씨에게 했고, 그 이야기가 다시 작곡가 이범희 씨에게 전해졌다.

그 무렵 짱짱이 님은 마음이 몹시도 시리고 외로웠다고 한다.

그에겐 차라리 '잊고 싶은 계절'이었다.

젊음의 열정과 사랑 그리고 배고픈 현실이 그의 섬세한 감성을 한없이 짓밟았던 것이다.

 

 

이 노래는 당시 신인 가수였던 이용 씨가 불러 스타가 되었고, 작사가였던 박 씨에게는 그 해 KBS 가요대상 작사부문과 MBC 최고 인기상 등 많은 상을 휩쓰는 영광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그 노래가 방송을 많이 타게 된 것은 짱짱이 님 선배이자 신 군부의 중심에 있던 허문도 씨의 입김이 많이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항간에 떠돌았다. 

 

 

 


또 이 노래를 10.26사태 때 사망한 고 박 대통령을 빗대어 가사를 바꿔불렀다고 한다.

"양주잔 기울이고 있다가 머리에 총 맞았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기억이 독재의 종말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시인이자 작사가 박건호 씨는 1972년 ‘모닥불’로 데뷔해 이후 ‘내 곁에 있어주’, ‘내 인생은 나의 것’, ‘이 거리를 생각하세요’, ‘잊혀진 계절’, ‘아 대한민국’, ‘슬픈 인연’, ‘서울’, ‘당신도 울고 있네요’ 등을 발표하며 당시 작사가에게 주어지는 주요 상을 대부분 수상했던 작사가이다.

 

69년 ‘영혼의 디딤돌’이라는 시집을 발간하며 처음 시인으로 등장했던 그는 옷 한 벌조차 사 입을 수 없을 만큼 몹시 가난한 시인이었던 탓에 작사가로 활동을 시작, 결국 많은 작품 수 만큼이나 대중들로부터 사랑받았던 노래 또한 많았던 인기 작사가로 자리를 굳혔다.

 

그러나 89년, 갑자기 찾아온 뇌졸중으로 인해 언어장애와 함께 오른쪽 수족이 마비되면서 가요계와의 교류가 원활치 않게 되자 오로지 혼자서 글과 소통, 다시 시와 수필 등을 쓰기 시작했다.

 

심지어 한 청년이 기증해준 신장을 이식받아 가까스로 삶을 유지하면서도 이때부터 '타다가 남은 것들'을 시작으로 타계할 때까지 무려 12권이나 되는 시집과 에세이, 그리고 투병기 등을 집필했을 정도로 타계할 때까지 펜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인물이다.

 

언어장애로 인해 말은 다소 어눌했지만 생각과 글, 정신은 누구보다 맑았다.
시인들 중심의 문단에서는 그의 시가 ‘너무 대중가요 적(的)’이라고 혹평을 했고 반대로 가요계에서는 오히려 그의 노랫말이 ‘너무 시 적(的)’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그는 ‘시는 예술이고 노래는 인생’이라고 주장, 오히려 대중가요 가사를 쓰면서 인생을 알았고 그 바탕 위에서 문학을 하려고 했다고 늘 강조해왔다.
스스로 ‘글은 제2의 삶’이라 늘 강조하던, 박건호 선생,
선생의 명복을 빈다.

 

글 박성서(대중음악평론가)

 

 

 

 

카페 일 주년을 축하합니다. 카페지기 지성 님에게 감사드리고 그동안 수고해주신 운영자 님들과 게시판지기 별비 님 그리고 모든 회원님들께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일 주년 지나면 부에노도 철이 들라나 ? ㅎ 모두 즐거운 하루... ^_* ^^ 07.10.30 12:17
그간 애쓰신 부에노님께도 많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당찬 하루가 되시길^^ 07.10.30 21:18
라틴식구들의 아름다움에 많은 분들이 가입을 하시네여... 행님들 누님들 동상들... 그라시아스^^* 07.10.31 18:33

 

  별지면-내리는...

아... 부에노님이 먼저 선수를 치셨네요... 시월의 마지막밤 날...... 제가 올릴려구 했었는데...... 나에게도 시월의 마지막 날은 아주 특별한 날이죠...... 잊혀졌던 기억들이 다시 되새김질 되네요... 자갸짱을 만난지 날짜로 16년째 되는 날이에요... 07.10.30 14:19
4월의 마지막 날 우리는 만났죠. 온니의 '목마와 숙녀'의 답글에서 그대는 '까뮈'의 '결혼'을 이야기했고 '글루미 선데이'를 듣고 있었죠. 기억하고 계시나요? 벌써 6년, 아니 6개월 전이구나... 그 날수가 무슨 문제겠어요.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4월의 마지막 밤을... 그리고, 님이 한 말... '사실은 남자도 그 남자 안에 여자가 있고, 여자도 그 여자 안에 남자가 있고...' 기억하시나요? ㅎ ^_* 07.10.30 21:00
별뱌 짱 누나 ~ 쟈갸 짱 행님과 16주년 축하해요 ~ ㅋ ^^ 07.10.30 20:59
특별회원방엔 별비님이... 우수회원방엔 부에노님께서 애를 쓰셨네요...... 지나간 1 년을 자축하고 많은 걸 뒤돌아 봅니다...... 모든 회원에게 훈훈한 일이 있길 바랍니다...... 07.10.30 21:20
그래... 근데... 넌 날 만났다는 거냐? 아니면 별비를 만났다는 거냐... 쓴 내용을 보면 다 내가 떠든 거고... 마지막 내용 하나 빼고...... 말하는 것 보면 별비한테 하는 것 처럼 보이고... 애매하구만...... 07.10.30 23:08
근데... 이런 쓰잘 데 없는 것까지 외우고 다니면 머리가 안무겁냐...? 난 머리가 이미 무거워 날짜같은 것까지는 못넣고 다니겠다... 내 목이 가여워서.... 07.10.30 23:49
아니, 이론 ~ 온니는 작년부터 알았잖아... 부에노가 무명시절( ?) 조운엽일 때부터... 햇수로 2년이나 되는 구먼... ㅋ 07.10.30 23:55
부에노님... 황홀한 감동이 밀려와요... 어떻게... 사소한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지 저를 기억해주시는 분은 부에노님밖에 없었어요...... 고...마...워...요... 그늘 속에 꽃도 기억해주시는 마음...... 감동이네요... ㅠㅠㅠㅠ~~~~ 07.10.31 11:15
말은 안 해도 다들 기억하고 있죠... 07.10.31 18:27

 

 단풍
일 주년 기념 축하드립니다. 무척 오랜줄로 생각했는데... 부에노님 노래도 좋지만 설명도 참 심금을 울리네요. 시월 가는지 오는지도 못 느끼는 일상에... 오늘은 노랠 안주 삼아 한잔 할랍니다. 별비님 16년 만남을 건배! (내가 왜?) 07.10.30 17:33
식구니까... ㅋ 단풍 님, 반가워요. ^^ 07.10.30 21:01
단풍님 자주 뵙네요. 너무 반갑구요~~ 아~~!! 한 잔... 따른 김에 한 잔 더요... 깐뻬이...... 07.10.30 21:21
단풍 님 감사해요... 저두 한잔 주실거죠? 샬룻!! 07.10.31 11:16
단풍
새 날이 다시 왔습니다. 여기 태평양 가운데라 시간대 마추기가 참 어정쩡하군요. 별비님 16년 기념으로 무얼 받으셨을까? 낭군님이 잘 챙기실 것 같아요. 전 이런 날은 항상 단지 머리 좀 나쁘다는 이유로 죄인되고 밥도 못 얻어 먹고... 07.10.31 14:05
하하~ 그래도 사랑이 식지 않은 것이니 애교로 봐주 삼 ! ㅋ ^^ 07.10.31 18:29
단풍 님 과 비슷한 성향인 줄 아뢰옵니다 ~~~ 07.11.02 07:49
단풍
아닐 거라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현재의 별비님 감성은 엉성한 사람과 16년 속에 자란게 아니기 때문에... once a warrior 같은 지엽적인 고발 르뽀를 보고도 무서워 울 정도니... 혼자 생각. 07.11.02 09:02

 

아 나도 자주 불렀던 그 노래에 그런 사연이 있었는 줄은 몰랐네요. 자세한 설명 감사해요, 영감. 07.10.30 21:49
누나 ~ 고마 ! ㅎ ^_* ^^ 07.10.31 06:21

 

여러 고수님들 올리신 글 읽고 있다보니 그새 1년이 훌쩍 지났네요. ㅎㅎ 오늘 배경음악이 너무 잘 어울리네요 ~ 국장님, 오늘은 샤찌 언니한테 혼 안나시겠어요 ~ 하하 07.10.30 23:24
토마스... 너라도 좀 말해라... 나 한개도 안무섭다고... 근데 주홍단이 아직 많이 추스리지를 못했나보네...... 걔라면 나 한개도 안무섭다 할텐데... 대체 내가 뭘 무서워? 07.10.30 23:51
난 무서워 ~ 무섭다니까 ! 우... 07.10.30 23:57
ㅎㅎ 국장님은, 주변에서 안 무섭다 하니, 오히려 더 무서우신 듯... 07.10.31 10:07
ㅋㅋㅋ 사찌 온니... 나두 우리 동기 따라 전염됐나봐... 쪼깨 무서운 걸... 07.10.31 12:33
그치 ? 울 동기 님 ! ㅋ ^^ 07.10.31 18:30
남쪽나라님... 치사했음... 동기만 챙기고... 진짜 나 안 무섭다니까... 착하다는데... 07.10.31 21:41
요즘 안드레스 어르신이 안 계셔서 네 식구 살림하고 스페인어 공부한다고 디게 바쁘네요. 물론 saci 온니 쬐끔밖에 안 무섭고 디게 착한지, 모르는 사람이 없죠. 그쵸, 회원님들 ? ㅎ ^^ 07.10.31 21:59
너!!!!!... 부에노... 뚝...... 아님... 쉿... 아님......zzzzzzzzzzzp...지퍼 닫는 소리... 병 주고 약 주고 지겹다니까... 07.10.31 22:41
(jajaja) zzzzzzzzzzzzp... ^^ 07.10.31 23:58

 

지금 박건호씨는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지가 오래되어 건강이 많이 좋지를 않아요. 사석에서 자주 뵈었는데 요즘은 뜸합니다. 아주 부지런히 시를 쓰고 했는데 심장도 좋지 않아 수술도 받고 했지요. 10월만 되면 박선생이 정말 더 생각나네요. 07.10.30 23:54
저런... 세월이... 누나 ~ 우리 마니 마니 웃으며 오래 삽시다요. 이 존 세상... ^^ 07.10.30 23:59

 

정말 사찌에게 큰 박수 보내고 싶어. 이 카페는 물론 여러분의 힘도 있지만 특히 우리 사찌의 힘이 너무나도 전폭적이다. 바쁜데도 불구하고 여러사람 아우르는 파워, 가만히 앉아 있어도 어머 뜨거! 해진다니깐. <우리 세상에서 제일 멋지고 씩씩하고 지혜롭고 용감하고 다정하고 분명한, 사찌에게 박수를 힘껏 보내오.> 07.10.31 17:58
마저, 누나~~~ 강추! 07.10.31 09:46
저두요... <우리 세상에서 제일 멋지고 씩씩하고 지혜롭고 용감하고 다정하고 분명한, 사찌에게 박수를 힘껏 보내오.> 짝짝짝~~ 07.10.31 11:17
정말이예요. 사찌님이 있어 울 카페가 빛나지요... 근데 울 동기 부에노님이 너무 조터지는게 좀... ㅋㅋㅋ 부에노님도 힘내요. 내가 있잖아요. 07.10.31 12:54
~ 고마, 동기 님 ! 07.10.31 18:31
아이고... 또 극찬이시네...... 사부님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우아하고 밝고 맑고 깊고 넓으면서... 다감하고 다정한 분이죠...... 나도 박수 보내요~~~ 고마워요... 진심으로...... 07.10.31 22:39
증말 두 분이 안 계셨으면 앙꼬 없는 찐빵, 사막 없는 오아시스, 유빈 누나 없는 뻬루방, 별뱌 짱 없는 하늘, 토마토 님 없는 라틴방... ㅎ 말 되나여 ? ^^ 07.10.31 22:03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너무 좋으신 분들이라 참부럽습니다. 07.10.31 09:06
~ 데사모 님, 반갑습니다요. ㅎ ^^ 07.10.31 18:32

 

캬... 죽인다. 친구들하고 술 한잔 하고 들어와 카페에 들어오는 순간... 10월의 마지막 밤... 감미로운 노래와 함께... 울 카페 식구들의 아름다운 댓글들... 07.10.31 12:45
캬... 일주년... 좋쿠나... 07.10.31 16:30
죠니 안녕! 그 선한 웃음 보구 싶구만... 07.10.31 18:03
그쵸 ? 우리의 남쪽나라, jony 님 글고 지심 행님 ! ㅋ ^^ 07.10.31 18:33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카페 탄생 1주년 전야의 소담스러운 이야기가 정말 운치 있습니다. 내년 이맘때쯤이면 소생도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읊을 수 있을런지??? 07.10.31 19:42
지금도 하고 계시잖아요. ㅎ 저도 우리 카페 때문에 다른 여러 카페들을 포기했답니다. 아르헨티나 은의 나라 카페도 지성 님과 공동 운영자인데 안 가본지 몇 달이 됐는지도 몰라요. 항해일지 올리던 문학 카페도 진작 포기하고... 지성 님, 알았죠 ? 님이라도 은의 나라 카페 좀 챙겨주 삼 ~ ^^ 07.10.31 21:57
부에노가 말하니 오랫만에 은의 나라에 가 봐야겠다. 그라시엘라가 보구 싶네. 07.11.01 09:03
그렇네... 누나도 공동 운영자잖아.... 맞죠 ? 07.11.01 10:01
온두라스 수도 '테구시갈파'라는 말도 은의 언덕이라는 뜻이 있는데. 저도 그 카페에 가입했는데, 활동은 제로. 여기에 올인. 07.11.01 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