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레

커피 한 잔, 펄 시스터즈 y 바리스타로 일하는 청각장애인 주부

부에노(조운엽) 2013. 1. 20. 13:00

 

 

 

 

듣지 못하는 제가 만드는 커피맛이 궁금하시죠?

 

 

청각장애인 바리스타 황진 씨가 스타벅스 서울교대점에서 OK(알았다)라는 뜻의 수화를 선보이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에 근무하는 직원 3,700명 중 51명이 장애인이다.

 

서울 서초동 스타벅스 서울교대점.

점심시간 직후라서 매장에 주문이 밀려들었지만 직원들은 말 한마디 없이 일하고 있었다.

수화로 소통하기 때문이다.

주문을 받는 사람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면 아메리카노가 나오고, 바리스타가 손가락으로 알파벳 G를 만들어 '그란데(grande) 사이즈'냐고 물으면 다른 직원이 왼손을 입술 아래에 대며 '그렇다.'고 대답하는 식이었다.

 

 

 

 

 

스타벅스 서울교대점 직원들이 수화를 시작한 건 지난해 11월 청각장애인 황진 씨가 바리스타로 일하면서부터다.

황 씨는 네 살 때 합병증으로 청력을 잃어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는 2급 청각장애인이다.

고교를 졸업한 뒤 결혼한 황 씨는 두 자녀를 낳고 한동안 평범한 주부로 살았다.

그러다 지난해 스타벅스가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연계해 장애인을 채용한다는 소식에 귀가 솔깃했다.

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황 씨는 3주간 커피 제조법을 배운 뒤 현장에 투입됐다.

 

그녀는 '장애인들은 보통 단순 생산직이 아니면 채용하겠다는 데가 없는데 여기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말했다.

이해심 많은 동료가 있지만 황 씨는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한 번은 녹차라테를 주문한 고객에게 아메리카노를 건넸다가 고객은 물론 다른 직원들까지 예민하게 만들었다.

황 씨는 "'장애인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까 봐, 또 여러 사람에게 피해만 준다는 생각에 눈물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서울교대점에서 수화를 제일 먼저 배운 건 점장 정철원 씨였다.

정 씨는 '처음엔 종이에 글을 써서 대화하려고 했는데 너무 번거로워 수화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현재 단어를 배우는 수준을 넘어 손가락으로 한글 자모음을 표현하는 지화 단계까지 올랐다.

직원 박은실 씨는 '말 못할 고민을 수화로 털어놓으면 울적한 마음이 더 잘 풀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교대점은 앞으로 고객들이 수화로 주문할 수 있도록 안내문을 내걸 예정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인종과 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직원을 채용하라는 미국 본사의 경영 방침을 따라 전국 400개 지점 모두 장애인을 한 명씩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농학교 정현효 교장은 '청각장애인들은 일반인과 말하기를 두려워해 혼자 일하는 직종에 몰리는데 장애인들이 능력 발휘를 하도록 주변에서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리스타 재능기부자 서정민 씨도 '청각장애인은 우유 거품을 낼 때 소리 대신 손 감각을 이용한다. 우유 스팀기의 진동을 일반인보다 섬세하게 잡아 커피 맛이 더 부드럽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커피 한 잔, 펄 시스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