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레

나 가거든, 박정현 y 꺼버린 휴대폰

부에노(조운엽) 2016. 11. 20. 08:42

 

 

 

 

꺼버린 휴대폰

 

 

오늘은 한 달 중 제일 기다려지는 용돈 받는 날이다.
그러나 오늘이 더욱 기다려진 까닭은 수학여행으로 엄마가 용돈을 더 넉넉히 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내 손에 쥐어진 돈은 평소와 같이 삼만 원.

참고서 사랴, 학용품 사랴, 정말 삼만 원 갖고 무얼 하라는 건지.
그리고 또 모레가 수학여행인데.


나는 용돈을 적게 주는 엄마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집을 나왔다.
수학여행인데...
평소에 쓰던 가방 가져가기도 창피하고...
신발도 새로 사고 싶었는데...
내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기대했던 내가 바보였다.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학교에 도착했다.
내 속을 긁기라도 하듯 짝꿍이 용돈 많이 받았다며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있었다.

"나 오늘 수학여행 때 가져갈 거 사러 가는데 같이 갈래?"
한참 신나게 아이 쇼핑을 즐기고 있을 때 마침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나는 괜히 화가 나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 이십 분 후 다시 벨이 울렸다.
또 엄마였다.
나는 핸드폰을 끄고 배터리까지 빼버렸다.
그리고 신나게 돌아다녔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침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괜히 엄마에게 화를 낸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신발도 그렇게 낡은 것은 아니고 가방은 언니한테 빌릴 수도 있다.
집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말부터 해야지.

 

집에 도착했다.
벨을 누르니 아무 기척도 없었다.
아 참! 엄마가 오늘 일 가는 날이지.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습관대로 텔레비전을 켰다.
드라마가 나와야 할 시간에 뉴스가 나왔다.
뉴스 속보였다.
이게 웬일인가.
우리 식구가 매일 타는 지하철에 불이 난 것이다.
어떤 아저씨가 지하철에 불을 냈다고 한다.
순식간에 전동차에 불이 붙어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엄마는 아직 집에 오지 않았고 텔레비전에서는 지하철 참사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엄습했다.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만 이어지고 있었다.
몇 번을 다시 걸어봐도 마찬가지였다. 
수화기를 내리고, 꺼버렸던 핸드폰을 켰다.
문자 몇 통이 와있었다.
엄마가 보낸 문자도 두 통이나 있었다.

엄마가 보낸 첫 번째 문자를 봤다.
“사랑하는 딸. 용돈 조금 줘서 미안. 신발 가방 사서 집에 가는 중.”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약간 두려운 마음으로 두 번째 문자를 열었다.

"미안. 가방 신발 못 전하겠어. 돈가스도... 내 딸아. 늘 사랑한다."


 

 

 

나 가거든, 박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