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버린 휴대폰
오늘은 한 달 중 제일 기다려지는 용돈 받는 날이다.
그러나 오늘이 더욱 기다려진 까닭은 수학여행으로 엄마가 용돈을 더 넉넉히 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내 손에 쥐어진 돈은 평소와 같이 삼만 원.
참고서 사랴, 학용품 사랴, 정말 삼만 원 갖고 무얼 하라는 건지.
그리고 또 모레가 수학여행인데.
나는 용돈을 적게 주는 엄마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집을 나왔다.
수학여행인데...
평소에 쓰던 가방 가져가기도 창피하고...
신발도 새로 사고 싶었는데...
내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기대했던 내가 바보였다.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학교에 도착했다.
내 속을 긁기라도 하듯 짝꿍이 용돈 많이 받았다며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있었다.
"나 오늘 수학여행 때 가져갈 거 사러 가는데 같이 갈래?"
한참 신나게 아이 쇼핑을 즐기고 있을 때 마침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나는 괜히 화가 나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 이십 분 후 다시 벨이 울렸다.
또 엄마였다.
나는 핸드폰을 끄고 배터리까지 빼버렸다.
그리고 신나게 돌아다녔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침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괜히 엄마에게 화를 낸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신발도 그렇게 낡은 것은 아니고 가방은 언니한테 빌릴 수도 있다.
집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말부터 해야지.
집에 도착했다.
벨을 누르니 아무 기척도 없었다.
아 참! 엄마가 오늘 일 가는 날이지.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습관대로 텔레비전을 켰다.
드라마가 나와야 할 시간에 뉴스가 나왔다.
뉴스 속보였다.
이게 웬일인가.
우리 식구가 매일 타는 지하철에 불이 난 것이다.
어떤 아저씨가 지하철에 불을 냈다고 한다.
순식간에 전동차에 불이 붙어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엄마는 아직 집에 오지 않았고 텔레비전에서는 지하철 참사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엄습했다.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만 이어지고 있었다.
몇 번을 다시 걸어봐도 마찬가지였다.
수화기를 내리고, 꺼버렸던 핸드폰을 켰다.
문자 몇 통이 와있었다.
엄마가 보낸 문자도 두 통이나 있었다.
엄마가 보낸 첫 번째 문자를 봤다.
“사랑하는 딸. 용돈 조금 줘서 미안. 신발 가방 사서 집에 가는 중.”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약간 두려운 마음으로 두 번째 문자를 열었다.
"미안. 가방 신발 못 전하겠어. 돈가스도... 내 딸아. 늘 사랑한다."
나 가거든, 박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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