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하나뿐인 악기
싸이의 '새', 장윤정의 '올래', 씨스타의 '나혼자'…
지금도 노래방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고 있을 이 히트곡들에 코러스가 빠져있다면 얼마나 썰렁하고 밋밋할까?
서울 올림픽홀에서 열린 정부 후원 대중음악시상식 '제2회 가온차트 K팝 어워드'에서 '올해의 코러스상'을 받은 김효수 씨는 세상에 같은 제품은 하나도 없는 악기인 '목소리'로 이 노래들을 포함해 18년 동안 대중가요 만오천여 곡을 채색해 온 주역이다.
그녀는 '코러스의 가치를 인정하는 상이라 기쁘고, 좋아서 하는 건데 이상하게 다들 측은하게 본다. 가수로 망하니까 코러스한다고 지레짐작하더라.'며 웃었다.
김효수 씨가 처음 코러스에 나선 건 1995년 소찬휘 1집 앨범이었다.
"그 뒤 입소문이 났는지 김현철, 이승환 공연팀에서 계속 불렀어요. 그때 이승환 씨는 한 번에 다섯 시간 반 동안 공연하던 때라 체력 훈련 제대로 했죠. 그 후 남진·임재범·백지영·박정현·이수영·박현빈·소녀시대·아이유·손담비·애프터스쿨… 지금까지 몇명의 가수와 작업했는지 모르겠네요."
'왜 가수 뒤에 가려진 코러스를 택했느냐?'고 물었다.
"트럼펫 연주자였던 아버지 덕에 어린 시절부터 하모니가 매력적인 경음악을 많이 접했어요. 아바, 카펜터스, 보이즈 투 멘… 화음이 맞을 때의 그 찌르르한 전율이 얼마나 멋진데요? 제 목소리로 하모니를 완성하는 짜릿함이란!"
김효수 씨는 2004년부터 공연과 음반 모두 코러스로 인연을 맺어온 가왕 조용필을 '엄한 훈육관'이라고 불렀다.
"앉아서 노래 연습하다 혼쭐났어요. '어떻게 노래하는 사람이 앉아서 부를 수 있느냐?'고 어찌나 호통을 치시던지. '때론 기교 없는 코러스도 필요한데 바이브레이션만 뽐낸다.'는 지적도 받았고요. 겸손한 음악인의 자세를 다지는 계기가 됐죠."
2010년 팝스타 스티비 원더 내한 공연에선 '코러스만의 값진 경험을 했다.'고 한다.
"그분은 해외 공연 때 현지 코러스와 세 곡씩 불러요. 돈을 내고라도 하고 싶은 무대에 돈을 받고 올랐죠. 그런데 예정곡과 다른 노래를 즉흥적으로 부른다는 '악명' 때문에 잔뜩 긴장했어요. 걱정했던 대로 예정에 없던 '해피버스데이'가 흘러나왔지만 '팬심'으로 완벽히 꿰던 노래라 더 신나게 코러스를 넣었죠."
하리수의 데뷔 앨범(2001년)도 그에겐 인상 깊은 작업.
"하리수 씨가 말할 때와 달리 노래할 땐 굵은 남자 목소리가 두드러져 난감한 상황이었죠. 최대한 보컬을 여성스럽게 만들기 위해 제가 거의 모든 노래를 함께 불렀어요."
그가 항상 '뒤'에만 섰던 건 아니다.
97년 낸 솔로 앨범은 당시엔 주목받지 못했지만 거기에 담겼던 '브레이크 어웨이'를 훗날 빅마마가 리메이크해 크게 히트했다.
2006년부터는 여성 연주인 3명과 인디밴드 '도트'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제가 사랑하고 자부심을 가진 직업은 당연히 코러스에요. 지금은 코러스 지망생이 생겨날 정도지만, 여전히 푸대접받을 때가 많아요. 무대에서 자리를 배치할 때 코러스들이 편하게 소리를 낼 수 있게 배려해 줘야 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스피커 앞에 세우는 등 개념 없는 공연장과 방송국이 아직도 있어요. 앞으로 코러스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악기 연주자로 당당하게 대우받기 위해선 늘 긴장해야죠. 그래도 복 받았죠. 사람 몸 중 제일 나중 늙는 게 목소리라던데, 정년 걱정이 없잖아요?"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송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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